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2년 11월 말,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 스위트룸. 이정현(33)의 첫인상은 상상하던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1996년 영화 ‘꽃잎’의 소녀처럼 위태로운 정신세계를 지니지도 않았고, 가수 데뷔곡인 ‘와’를 부르며 테크노댄스를 출 때처럼 격정적이거나 드세지도 않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순간순간 유머와 재치를 발휘하는 센스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서른셋이라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해 보일 만큼 앳된 외모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에게선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났다.
카메라도 그동안 몰랐던 그의 매력을 좇느라 플래시를 연방 터뜨렸다. 사각 플레임 속 그는 요조숙녀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하고, 일상의 자유로운 느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가 빠진 듯 심심했다. 기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에서 왜 끊임없이 그를 찾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이정현은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범죄소년’에서 미혼모 역을 열연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스크린 복귀는 2010년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로 찍어 화제가 된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파란만장’ 이후 2년 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