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역술 프로그램 개발자가 정년을 코앞에 둔 노년의 교사라면?
- 썩 어울리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주공고 컴퓨터 교사인 구암 김상숙 선생은 20여 년 동안 공부해온 역술을 전공과 결합시켰다. 명리학과 자미두수, 주역에서 뽑아낸 인간의 ‘사주팔자’를 자신의 프로그램 속에 2만여 개의 키워드로 담아낸 것. 547번이나 수정 보완한 끝에 완성된, 2기가바이트의 메모리 장치는 그의 60년 인생의 결정체다.
20여년 동안 역술과 자신의 전공인 컴퓨터를 결합하는 데 매진해온 구암 김상숙 선생은 “2년 후 정년퇴직하면 컴퓨터 사주 도사로서 본격적인 인생을 살 것”이라고 말한다.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게 마련.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 옆을 졸졸 따라가는 종자(從者) 중의 하나가 바로 사주팔자 또는 명리학(命理學)이다. 주지하다시피 역술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게토’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담론이었다. 한국의 ‘게토’ 지역이란 ‘미아리 골목’이 아니겠는가.
미아리 골목의 주력상품과 첨단기술인 IT의 결합은 참으로 묘한 만남이다. 만남도 궁합이 맞지 않는 것과 맞는 것으로 나뉘는데, 필자가 보기에 컴퓨터와 역술은 후자에 해당한다. 궁합이 맞다는 말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사주팔자를 보는 역술 사이트가 수백 개에 이른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북적대고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 사주는 몇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사주의 이종접합
첫째, 사주팔자를 보기 위해서 직접 점(占)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 마치 러브호텔에 갈 때 프런트에서 요금 받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익명이 주는 편안함이라 하겠다.
둘째, 자기 운명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 자기 운명과 앞일에 대해서 관심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주팔자를 알려주는 ‘운명예측업’ 또는 ‘팔자사업’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이 사업은 기원 전 5000년 전부터 존재해온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래를 알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는 한 이 직업은 앞으로도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인터넷 사주는 바로 이 미래욕(未來慾)을 손쉽게 충족해준다.
셋째, 컴퓨터와 역술의 수학적 공통점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컴퓨터가 운영되는 기본 원리는 수학이다. 사주를 보는 기본 원리에도 수학적 규칙성이 작동한다. 그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만세력에 대입해보면 육십갑자로 환산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甲子), 을축(乙丑)으로 시작되는 육십갑자는 규칙적이다. 아무렇게나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수학적인 궤도를 따라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육십갑자의 양대 골격이 되는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는 규칙적으로 돌아간다. 이 세상에서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모두 수학이라는 그릇으로 담아낼 수 있다. 이것이 수학의 묘미다.
컴퓨터와 역술은 출신성분이 전혀 다르지만 그 속살을 파고들어가면 수학이라는 공통분모 위에 선다. 공통분모가 같은 것은 호환(互換)된다. 그래서 컴퓨터에 사주가 침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한 사람의 연월일시에 따라 파생할 수 있는 사주의 종류를 계산해보면 숫자로 뽑을 수 있다. 육십갑자니까 60종류다. 태어난 달도, 날도, 시도 모두 60종류다. 따라서 60 × 60 × 60 × 60 = 12,960,000이 나온다. 여기에 다시 2를 곱해야 한다. 남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25,920,000가지가 나온다. 즉 60갑자를 기본공식으로 삼는 사주팔자의 종류를 계산하면 대략 2600만가지가 나온다. 엄청나게 많은 수이기도 하지만, 수학적으로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유한한 숫자다. 바로 여기서 컴퓨터와 사주의 이종(異種)접합이 가능하다.
컴퓨터와 사주의 이종접합이란 서양과 동양, 디지털과 한자, 현대와 고대, 기계와 운명, 인간이 만든 기계와 하늘의 별, 수학과 희로애락의 접합을 의미하는 것이니 어찌 볼 만한 게임이 아니겠는가. 바다에서도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에 고기가 많이 모이듯, 돼지고기와 새우젓이 만날 때 시너지 효과가 나듯, 격투기도 ‘동종 격투기’보다 ‘이종 격투기’가 재미있듯, 서로 다른 것이 만날 때 창조적인 작업이 이뤄진다. 무엇이든지 이종이 만나야 스파크가 튀는 법이다. 문제는 이종 간에는 접합이 어렵다는 점이다. 양쪽을 모두 알고 소화해야만 소통이 이뤄지고 접합이 가능하다. 하지만 양쪽을 모두 알기란 쉽지 않다.
교장 자리와 바꾼 메모리 장치
필자는 수년 동안 이런 ‘이종접합’ 분야의 고수를 추적해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컴퓨터를 아는 사람은 사주를 모르고, 사주를 아는 사람은 컴퓨터를 모른다. 완전히 ‘따로국밥’이었다. 그러던 차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고수를 만났다. 찾고 보니 직업이 고등학교 교사다. 전주공고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구암(九岩) 김상숙(金相淑·61) 선생이다. 환갑을 지나고 2년만 있으면 정년퇴직을 하는 ‘수월치 않은’ 연세임에도 컴퓨터 전문가라고 하니 의외였다. 컴퓨터 전문가 하면 청바지에 헝클어진 고수머리 그리고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20대 젊은이를 연상하다가 환갑 넘은 양반을 대하고 보니 고정관념이 흔들렸다.
첫대면에서 눈에 띄는 패션이 하나 있었다. 줄에 매달아서 목에 걸고 다니는 사각형의 금속 장치였다. 크기는 가로 2cm, 세로 4cm 정도에 재질은 스테인리스였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자세히 살펴보니 흔히 ‘USB’라고 불리는 메모리 장치 아닌가.
-왜 USB를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가.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2기가바이트다. 요즘 나온 메모리 용량 가운데 가장 큰 장치다. 가격도 대략 25만원쯤 하니 비싼 편이다. 이거 하나만 가지고 다니면 어디서든지 컴퓨터에 연결해 그 사람의 사주를 볼 수 있다. 생년월일시를 찾아야 하는 만세력(萬歲曆)도 필요없다. 내가 만든 사주 프로그램을 모두 여기에 집어넣었다. 그 사람의 생년월일시만 아라비아 숫자로 입력시키면 대체적인 성격은 어떤가, 재물운은 어떤가, 부부·가족관계는 어떤가, 초년운·중년운·말년운은 어떤가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 성냥갑 크기의 이 메모리 하나만 들고 다니면 어디 가서든지 굶어 죽지는 않는다.”
-무협지에 보면 무림의 비급(秘핞)이라는 게 있다. 무협지의 주인공들은 천신만고 끝에 이 비급을 손에 넣는다. 선생이 지금 목에 걸고 다니는 2기가바이트짜리 USB는 무림의 비급과도 같다. 이걸 완성하는 데 몇 년이나 걸렸는가.
“한 20년 걸렸다고 봐야 한다. 내가 역술을 공부하기 시작한 해가 1986년이다. 현재 버전이 Ver5.47이다. 5.47의 의미는 547번 수정·보완했다는 것이다. 만들어놓고 보완할 사항이 발견되면 다시 시스템을 뜯어고친다. 얼마간 운용해보면 다시 미비한 점이 발견된다. 그러면 또다시 고친다. 이렇게 해서 현재까지 547번을 고쳤다. 물론 앞으로도 이 보완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Ver5.47쯤은 돼야 쓸 만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역술 프로그램 가운데 5.47까지 나온 것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안다. 그야말로 내 나름의 20년 내공이 축적된 것이다. 20년 동안 이거 만드는 데 신경을 쓰느라고 승진도 하지 않았다. 내 또래라면 학교에서 교감이나 교장을 해야 하지만 나는 아직 평교사로 있다. 2기가바이트짜리 USB하고 교장 자리를 바꾼 셈이다.”
‘무림의 비급’ 펼칠 때
-동료들은 승진했는데, 자신만 평교사로 남아 있으면 여러모로 착잡한 심정이 되지 않겠는가. ‘홀로 남은 자’의 후회나 설움 같은 것은 없는가.
“나는 내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이 작업을 했다. 그런 만큼 후회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내 운명이고 팔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정교한 역술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세계에서 내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이 자부심 하나가 그동안의 내 인생을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동양의 육십갑자와 주역에 근거를 둔 역술 프로그램이 유통되는 곳은 한자문화권인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다. 일본이나 중국의 역술 프로그램을 둘러보아도 아직 초보 수준이다. 이들 국가에서 5.47 정도가 등장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앞으로 중국, 일본에 내 프로그램을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5.47 정도를 만들어놓고 보니 오히려 정년이 기다려진다. 정년이 되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지 않은가. 비로소 나의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는 셈이다. 정년 이전이 전반전이었다고 한다면 이후는 후반전이다. 후반전이 오히려 드라마틱할 것 같다. 정년 후에는 이 ‘무림의 비급’을 활짝 펼칠 때가 도래하는 것이다. 나는 25평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돈도 거의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내 얼굴이 밝지 않은가! 믿는 것은 비급이다.”
60년 인생의 결정체인 2기가바이트 USB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무림의 비급’을 펼칠 수 있다.
“걱정할 것 없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가져가봐야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의 사주팔자에 대한 참고 자료를 화면에서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마치 MRI 촬영한 것을 판독하는 것과 같다. 역술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판독할 수 없다. 이것을 보고 숨은 의미를 도출하고 해석하려면 ‘명리학(命理學)’과 ‘자미두수(紫薇斗數)’ 그리고 ‘주역(周易)’을 두루 꿰뚫어야 한다. 이른바 말하는 통변(通變)이 가능하려면 기본지식을 쌓아야 한다. 그러니 보통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봐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다.
역술 전문가라 해도 이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운영하려면 내게서 적어도 한 달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 들어 있는 수많은 암호장치와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기능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복된 기능 하나하나에는 암호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을 푸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대단히 복잡한 보안장치가 내장돼 있다. 프로그램을 설계한 나를 통하지 않으면 활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 자체도 계속 진화 중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결정판이 아니다. 그러니 훔쳐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면 나는 이후에 좀더 보강된 버전을 또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명리학→자미두수→주역
-어떻게 해서 컴퓨터와 역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는가. 보통 사람은 하나도 잡기 힘든 형편이다. 더구나 이 두 마리는 각기 180。 다른 방향으로 뛰는 토끼들이다. 그 사연을 듣고 싶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주어진 팔자 같다. 내 인생은 이 역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되지 않았나 싶다. 내 인생의 프로그램은 이 역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예순 살이 넘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운명인 것 같다.”
김상숙 선생이 만든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3단계 해석틀이다. 첫 단계는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입력하면 사주팔자가 육십갑자로 환산되어 화면에 뜬다. 즉 1단계는 명리학의 틀에 대입하여 그 사람의 운명을 감정한다. 명리학 체계의 장점은 대운(大運)이다. 그 사람의 대운이 몇 세 무렵에 오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명리학은 마치 주식 시세 그래프를 보는 것같이 한 사람 운명의 전체적인 사이클을 본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실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격이나 가족관계는 궁금한 사항이 아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부딪혀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괜찮은가, 8월에 이사를 해도 되는가, 시험에 합격하는가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이다. 이는 명리학만 가지고 해답을 내기에는 미흡하다.
그 시점에 닥치면 두 번째 단계인 자미두수로 넘어간다. 명리학과 자미두수는 그 체계가 다르다. 그의 프로그램은 첫 단계의 명리학에 저장된 정보를 자동적으로 자미두수 단계로 이월하게 돼있다. 자미두수에서 세세한 정보를 얻은 다음 주역으로 넘어간다. 주역의 장점은 그 사람의 전체 운명을 주역 64괘 중 하나의 괘로 압축해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필자의 사주를 집어넣으니 첫 번째 명리학에서는 목(木)과 화(火)가 많은 사주로 나온다. 이른바 목화통명(木火通明) 격이다. 목화통명 팔자는 문필업 종사자가 많다. 장작으로 계속 불을 밝혀주는 사주이기 때문에 대운에 물이 들어와야 한다. 물이 들어와야 머리를 시원하게 식힐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뜨거워서 타죽는다. 타죽는다는 의미는 고생만 실컷 하고 실속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운에서 물이 언제 들어오는가가 관건인데 필자의 경우 40대 초반부터 물이 들어오는 대운이라고 나온다.
그 다음 이 사주를 자미두수에 대입해 보았다. 자기를 관장하는 본명성(本命星)이 천기성(天機星)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천기성이 있으면 머리로 먹고산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이과보다 문과 적성에 속한다. 천기성 다음에 중요한 별이 보필성(輔弼星)이다. 북두칠성 여섯째 별의 좌우에는 조그만 별이 포진해 있다. 좌보(左輔)와 우필(右弼)이 그것이다. ‘보필’이라는 단어는 이 별에서 유래했다. 보필성이 있으면 옆에서 받쳐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고 없으면 혼자서 뛰어야 한다. 다행히 천기성 다음에 보필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자미두수를 세 번째의 주역 프로그램에 대입해보니 36번째 ‘지화명이(地火明夷)’괘로 나온다. 필자의 총체적인 운명은 지화명이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위에 땅이 있고 아래에 불이 있는 형국이다. 지화명이는 기다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지화명이에서 유래한 책이 바로 그 유명한 ‘명이대방록(明夷待訪錄)’이다. 명나라 황종희(黃宗羲)가 쓴 이 책은 광명이 어둠 속에 갇혀 있는 형상이므로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무슨 일이 쉽게 안 되고 고생고생 하면서 일이 이뤄진다는 뜻 아닌가. 이 괘에서 주효는 3효이다. 3효가 동(動)이다. 3효는 위와 아래를 중간에서 연결하는 효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김 선생이 구축한 프로그램의 특징은 ‘삼위일체’다. 일단 명리로 대운의 흐름을 보고 자미로 각론을 판단하며 주역으로 총론을 정리하는 순이다. 이는 그 자신의 임상 경험에 근거해 세운 체계다. 이 세 분야의 장점이 순차적으로 어우러져 프로그램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다.
몰두하면 ‘귀신’과 통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운명을 보면 대략 몇 % 정도 맞는다고 보는가.
“70% 정도 맞지 않나 싶다. 물론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가장 잘 맞는 사람들은 변화가 심한 일을 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다. 이 사람들은 기복이 심해서 사주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쉽게 대조할 수 있다. 명리 실력을 키우는 ‘실험재료’로 최상의 직업군이다. 정치인이 잘나가다가 한방에 교도소로 직행하는 수가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바로 역술 프로그램에 대입해서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반대로 평범한 일을 하는 월급쟁이들은 잘 맞지 않는다. 특히 주역점은 큰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들어맞는다. 주역도 역시 그때그때 직면한 상황을 ‘O’ 아니면 ‘X’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주라는 게 이론만 열심히 공부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이론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영감 또는 직관의 영역이 작용한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글자인데도 이쪽으로 해석할 수도, 저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떤 쪽을 택할 것인가. 이때는 직관이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정보가 대등하게 나열되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 어떤 것을 핵심으로 삼을 것인가는 직관 내지 영감이 작동돼야 한다. 고수와 하수는 여기에서 판가름난다.”
-그렇다면 영감은 어떻게 해서 가질 수 있는가. 영감도 애초부터 타고나는 것인가.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소위 말하는 접신(接神)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어떤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영감이 생긴다고 본다. 요는 거기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길을 가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나 한 가지 문제에 골몰하면 영감이 생기는 것 같다. ‘사지사지 귀신통지(思之思之 鬼神通之·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귀신과 통한다)’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 분야에 전념하다 보니 꿈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고수들에게도 물어보니 역시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예를 들면 나도 꿈에서 세종대왕을 만나 ‘저는 돈 욕심도 별로 없고, 이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으니 지혜를 주십시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음날 인터넷에서 세종대왕 영정을 구해서 액자로 만들어 사무실에 걸어뒀다.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 정신세계의 어느 문턱을 넘어설 때는 특별히 인상적인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
이런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상담을 해줄 만한 프로가 되려면 대략 20년의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4∼5년 공부해서는 위험하다. 기본 이론 섭렵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문파의 공부법도 연구하고, 여러 문파의 고수들도 찾아다니면서 각각의 장점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임상실험도 충분히 겪어봐야 한다. 잘못 예측해서 망신도 당해보는 등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 스타일을 정립하게 마련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겪는 인생 경험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20년쯤 걸린다. 20년은 공부해야 일가를 이루지 않겠는가. 최소 10년은 넘어야 입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사주를 배우려는 사람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동양운명철학회’ 사무실은 중년의 제자들로 넘쳐난다.
“첫째, 3∼4년 공부하고 간판을 내거는 일은 위험천만하다. 임상건수도 작용하는데, 최소 5000명 정도는 임상해봐야 한다.
둘째, 먹고살기 위해서 역술을 하면 안 된다. 생계는 다른 직업으로 해결하면서 부수적으로 이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취미나 특기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만약 취미 활동이라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역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자기 운명을 봐달라고 하면, ‘나는 아직 공부 중이다’라고 밝혀야 한다. 이 말을 한 후 상담해주는 것이 부작용이 적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그 사람에게서 원망을 들을 수 있고 자칫 엉터리로 예측하면 한 사람 인생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넷째, 남에게 서비스한다,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상담해야 한다.”
-역술 공부를 하면서 주변에서 천대받거나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는가.
“나는 고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더구나 한국에 컴퓨터가 막 도입되던 시기인 198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를 가르쳤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역술을 공부한다고 하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컴퓨터 선생이 사주를 공부한다니까,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줬나 보다. 컴퓨터라는 백그라운드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가르쳐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는가.
“주로 효험을 본 사람들이 배우려 한다. 그래서 방학을 이용해 가르쳤다. 주 대상은 동료 교사들이다. 한 달 정도 기초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나면 다음에는 본인이 알아서 공부한다.”
‘운명이라는 게 있구나!’
김상숙 선생이 ‘운명이라는 게 있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낀 계기가 있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전북대 공대 입학시험을 보기 전날이다. 친구를 따라 목욕탕에 갔다온 후 하숙집에서 자다가 체했다. 추운 방에서 잔 탓이다. 다음날 시험을 보다가 3교시 무렵 복통이 심해져 시험을 포기해야 했고, 결국 낙방했다. 1년간 재수하면서 토정비결 책을 들여다보게 됐다. ‘나는 왜 입학시험 날 배탈이 나 시험을 포기하게 됐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운’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게 됐다. 토정비결을 읽기 위해 열심히 한자 공부를 했는데, 훗날 이것이 명리와 주역을 포함한 역학 공부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나고 보니 입시에 떨어진 것도 역술 프로그램 만드는 데 일조한 셈이다.
사주명리학과 운명적으로 마주친 시기는 교사로 재직하던 1986년이었다. 40대 초반에 집안에 풍파가 있었다.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재산도 이때 다 날리면서 졸지에 빈털터리로 주저앉게 됐다. ‘왜 나는 이런 불행을 겪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근처의 역술가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적인 처방이 ‘당신은 지금 돈이 나갈 운이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서 후반부가 되면 좋은 운이 돌아온다. 그때까지 기다려라’ 하는 것이었다. 사주팔자에 ‘40대 초반 재산 손실’이 나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다면 한번 연구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이후로 여기저기 용하다는 점쟁이, 역술가들을 역방(歷訪)하게 됐고, 관련 서적을 구입해 탐독하기 시작했다. 처음 공부할 때 자주 찾은 곳은 전주시 인후동에 있던 ‘월야철학관’이었다. 월야 선생은 자미두수 전문가였다. 특히 그해의 운, 즉 연운(年運)을 아주 잘 맞혔다. 처음에는 여기서 몇 시간씩 죽치고 앉아 있었다. 고객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전문가가 고객 앞에서 실전 문제를 푸는 장면을 지켜보는 이상으로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다. 책에서 알려줄 수 없는 통변(通變)에 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때 자미두수를 알게 됐다. 책을 사다놓고 공부를 시작했다. 자미두수는 이론적 기반을 ‘칠정사여성도(七政四餘星圖)’라고 하는 동양의 고천문학(古天文學)에 두고 있다. ‘칠정사여’는 10세기 무렵 서자평(徐子平)의 사주명리학이 나오기 전에 유행하던 고대 동양의 점성술이자 천문학이다. 자미두수는 이 ‘칠정사여’를 사용하기 쉽게 압축한 것이다. 그 사람의 생년월일시가 자미원(紫薇垣)이라고 하는 별자리의 어느 궁(宮)에 위치하는가를 가지고 운명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한국, 일본에서는 팔자를 뽑아서 보는 명리학이 성하지만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자미두수가 더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 자미두수의 유래는 조선시대 대제학을 지낸 심곡(深谷) 김치 선생의 저서로 알려진 ‘심곡비결(深谷秘訣)’이다. 극소수에게만 이 비결이 전해 내려오다가 자미두수가 대중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1970년대 후반으로 명문당에서 이에 대한 책이 나오면서부터다. 1990년대 초 여수에 사는 이두(履斗) 김선호씨가 저술한 ‘알기 쉬운 자미두수’가 출판되면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미두수 연구가 시작됐다. 박종원씨가 쓴 ‘자미두수’도 유명한데, 보통 김선호의 책은 입문하는 데, 박종원의 책은 실전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역학 서적을 탐독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는 여러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노하우를 전수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다. 김상숙 선생은 1970년대 후반까지 사립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이때 가르쳤던 수학이 후일 컴퓨터의 기본이 됐다. 1979년 이리공고 전자과로 옮겼는데, 당시 학교에는 58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컴퓨터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운영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1980년 서울의 중앙교육연수원에 가서 컴퓨터 교육을 받았는데, 그는 전국에서 온 수강생 중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때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에 있는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컴퓨터를 잘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래서 1986년부터 10년간 전북교원연수원에서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로 활동했다. 일상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는가를 터득하면서 그는 학교에서 실무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도 직접 제작했다. 전교생과 교직원들의 수업시간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10년간 2만개 변수 입력
그가 현재의 Ver5.47 역술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역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때부터 따지면 20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역학이론을 프로그램화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10년 동안 시간만 나면 역술 서적의 내용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궁통보감(窮通寶鑑)’ ‘연해자평(淵海子平)’ ‘명리정종(命理正宗)’ ‘적천수(適天髓)’ ‘삼명통회(三命通會)’ ‘자평진전(子評眞詮)’ ‘기문둔갑(奇門遁甲)’ ‘자미두수’ ‘주역’ ‘육효(六爻)’ 같은 책들을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방대한 작업이자 중노동이었고, 사생활을 모두 바치는 광기(狂氣)이기도 했다. 하기야 광기가 없으면 무슨 일이 되겠는가.
필자가 역술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입력 작업이다. 사주명리학만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나올 수 있는 사주의 종류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2600만 가지다. 이것을 어떻게 컴퓨터에 모두 입력할 수 있는가. 과연 이처럼 방대한 작업이 가능한가. 일일이 손으로 입력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인가.
당사자인 김상숙 선생에게 물어보니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변수 선언’이다. 프로그램 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작업이 바로 이것이다.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지정하는 작업, 달리 설명하면 책 뒤에 붙어 있는 색인 작업과 비슷하다.
그가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뽑아낸 변수, 즉 키워드는 대략 2만가지다. 명리와 자미두수, 그리고 주역에서 사람의 운명을 보는 데 필요한 2만가지 단어를 뽑아내 프로그램에 집어넣었다. 예를 들어 ‘재물운(財物運)’이라고 하는 변수를 키보드로 치면, 여기에 해당되는 자료들이 쭈르르 나오는 식이다. 마치 ‘야후’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방식과 같다. 프로그램에서 그 사람의 사주를 넣고 ‘승진’이라는 단어를 치면 그 사람이 직장에서 승진운이 있는지 나온다. 초년에 승진하는가, 중년에 승진하는가, 말년에 승진하는가를 알기 위해서 ‘중년’을 치면 중년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역술에 관한 책의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모두 입력한 다음, 이 가운데 그 사람의 사주에 필요한 검색어를 치면 해당 정보가 나오는 방식이다.
역술 프로그램에서 관건은 변수 선언이다. 어떤 것이 키워드인가를 뽑아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역술 전반에 대한 이해와 숙지가 전제돼야 한다. 2만가지 변수를 입력하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변수는 질서 있게 배열해야 한다. 무질서하면 사용할 수 없다. 그는 수업이 끝나면 혼자 학교에 남아서 이 변수 입력 작업을 했다. 평일은 물론이거니와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휴대전화도 꺼놓은 채 이 작업에 몰두했다. 식사는 학교 앞 중국집에서 때웠다.
드디어 2000년 12월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천하를 손에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대입해보니 잘 맞지 않았다. 통변이 되지 않았던 것. 열 가지 정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두 가지 정보를 추려내는 일이 통변이다. 그리고 두 가지를 연결하면 어떤 ‘화학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기도 하다. 역술은 맞지 않으면 완전 ‘꽝’이다. 이론이 아무리 화려하고 체계적이어도 실전에서 맞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다. 그렇다면 보완해야 한다. 여기서 ‘보완한다’는 의미는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고급 정보의 섭취를 말한다. 강호에 숨어 있는 고수들을 만나서 역술의 비급을 섭취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다시 강호 순방이 시작됐다. 역술을 연구하는 모임인 ‘동양철학회’에도 가입했다. 본부는 대전에 있고, 지부가 익산에 있었다. 학술부장은 풍수와 명리에 해박한 설산스님이었다. 지부장은 군산 오성산에 사는 송월스님이었다. 그는 송월스님에게서 대정수(大定數)와 명리, 육효의 핵심을 전수하고 중요한 이론서들을 소개받았다. 대전 동양철학회 부회장이던 권혜정 선생도 이때 만났다. 권 선생은 물상법(物象法)으로 사주를 봤다.
경북 구미에 있는 보원사 주지스님도 이 과정에서 알게 됐다. 손님이 매일 30∼40명씩 북적거렸는데, 이 주지스님이 말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했다. 예를 들어 다른 역술가는 “사주가 삼형(三刑)이 걸려서 그 고생을 한다”로 말하지만, 스님은 “당신이 모든 일을 주도해서 가정을 이끌어가다가 좋은 소리 한번 못 듣고 안 좋은 꼴을 당했소. 참 고생이 많소. 조금만 참으시오. 그러면 나중에 남들이 다 당신을 알아주게 될 거요” 하고 말하는 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 손님은 앉은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고 돌아간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70대 중반의 혜산스님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몇 가지 비급을 전수해줬다. 그보다 나이가 어린 사부도 있었다. 안산에 사는 김동하 선생은 김상숙 선생보다 열 살 어린 여성이었으나 그는 깍듯이 스승으로 모시고 3년간 명리를 배웠다. 20세부터 명리를 공부한 김동하 선생은 사람의 사주만 대면 막힘없이 줄줄 풀어냈다고 한다. 사실 이 분야에서 나이는 소용없다. 내공이 있으면 그 사람이 선생이다. Ver5.47 프로그램은 이렇게 순방하면서 수집한 노하우가 다시 입력되면서 적중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팔자의 이치는 ‘일득일실’
필자는 그에게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때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를 하나 물어봤다.
-제왕절개를 할 때 날짜와 시간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수술에 적절한 날짜와 시간이 있는가.
“내게도 수술 날짜를 물어보는 아주머니가 많다. 그러면 나는 ‘어떤 아이를 낳고 싶습니까’ 하고 다시 물어본다. 십중팔구 ‘공부도 잘하고 돈 잘 벌고 출세하는 아이를 낳고 싶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를 낳게 되면 상대적으로 부모의 운세가 나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똑똑한 남자아이를 낳는 날짜를 택하게 되면 그 아이가 결혼해서 만나는 여자도 아주 기가 셀 가능성이 높다. 강처(强妻)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러기에 돈 많고 공부 잘하고 인물 좋고 배우자 복도 있는 사주는 아주 드물다. 한 가지가 강하면 다른 쪽은 약할 수밖에 없다.
원래 돈이 없는 날짜에 태어나게 돼 있는데, 이를 수술로 바꿔 돈이 있는 날짜에 태어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아이는 남의 부잣집에 들어가서 살거나 아니면 부모와 떨어져서 살게 된다. 그것도 아니면 부모가 교통사고로 죽어서 유산을 그 아이에게 남겨 놓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식이 돈을 만지게 된다. 팔자의 이치는 ‘일득일실(一得一失)’이다. 수술날짜 잡는 것도 운명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서울 강남의 부자가 찾아가서 상의하는 역술가는 수술날짜 잡아주고 100만원을 받는다. 반면에 작은 구멍가게 주인은 2만원을 주고 날짜를 잡을 것이다. 여기서 당연히 실력차이가 발생한다. 이것도 운명에 속한다.”
-팔자에 복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타고난 복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 집안의 조상과 관련이 깊다. 선대 조상이 적선을 많이 하고 봉사하는 삶을 산 사람의 후손은 대체로 팔자가 좋다. 복이 많다는 이야기다. 통계를 내보니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3대가 어떻게 살았냐에 따라 그 후손의 팔자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유전이라면 유전이다. 그러므로 내가 현재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 후손이 영향을 받는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김상숙 선생에게는 그가 파놓은 ‘아지트’가 있다. ‘둠벙 파놓으면 개구리 뛰어든다’는 속담이 있다. 그의 아지트인 전주시 삼천동 ‘동양운명철학회’ 사무실에는 수시로 주변 사람들이 놀러온다. 여기서 역술을 배우고자 하는 중년의 제가들을 가르친다. 수업료는 받지 않고 기껏해야 식사나 술대접 정도만 받는다.
역술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그 사람의 얼굴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고 한다. 역술 공부의 좋은 점은 세상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자기를 알면 남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단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 사람은 그렇게 타고났으니, 타고난 대로 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는 힘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얼굴이 밝아진다.
그의 지인 중 한 사람인 45세 여교사는 맞벌이를 하면서 남편과 불화가 심했다고 한다. 낮에 일하고 돌아오면 자신은 밥하랴, 자식 뒤치다꺼리하랴 정신이 없지만, 남편은 항상 술 마시고 밤늦게 돌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사주를 공부하면서 남편의 사주팔자가 밖으로 돌아야 병이 생기지 않는 기질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 불화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니 얼굴 표정도 바뀔 수밖에.
이처럼 자기 수양과 취미 생활로 역술 공부를 하면 인생살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겨우 몇 년 공부해 돈을 벌려고 덤벼든다면, 자기도 망치고 다른 사람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