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국가개조 하려면 대통령 고해성사부터 하라”

<인터뷰> 차세대 지도자 3인방/ 안희정 충남도지사

  • 구자홍 기자│jhkoo@donga.com

    입력2014-06-16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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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낡은 정치구도 극복한 충청 민심
    • 국토균형발전 전략,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후퇴
    • 차기 대권? 실력 쌓고 비전·정책 갖춘 뒤에나
    • 지도자는 모든 사람에게 따뜻해야
    “국가개조 하려면 대통령 고해성사부터 하라”
    안희정 충남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뒤 언론과 국민이 그를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가 걸어온 길과 지난 4년의 도정(道政)이 새롭게 조명되고, 앞으로 그가 펼쳐보일 충남도정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문재인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라면, 안희정 지사는 ‘참모’이자 ‘동지’라 할 수 있다. 친(親)노무현(친노) 진영에서 안 지사는 ‘의리 정치인’으로 통한다. 노 대통령 재임 시절 대선자금 문제로 고초를 겪은 그에 대해 ‘노무현 캠프의 십자가를 홀로 짊어졌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충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안 지사를 6월 12일 충남 홍성군 내포 신도시에 자리 잡은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조용한 선거운동

    ▼ 선거 결과가 의외로 박빙으로 나왔습니다.

    “선거 전부터 많은 분이 잘될 거라고 덕담해주셔서 선거운동을 편하게 했습니다. 지난 4년간 제가 이끈 도정에 대해 도민들께서 신뢰를 보내주셔서 선거운동을 즐겁고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6·4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는 52.1%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지방선거 이전부터 선거 초반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는 그의 낙승을 예상케 했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박빙의 승부로 당락이 갈렸다. 이번 충남지사 선거는 ‘쉬운 선거는 없다’는 명제를 다시금 일깨웠다.

    ▼ 선거운동 방식을 달리했다고요?

    “지금까지의 선거운동은 출마자가 스피커 볼륨을 높여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급자 중심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출마자 중심에서 투표권자인 주권자 중심으로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된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불러 함께 대화하는 선거운동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장 등 생활 현장에 있는 주권자들께서 출마자인 저에게 편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선거운동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쉽지는 않더군요.”

    ▼ 아직은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조직화가 덜 돼 있을 테고….

    “가능하면 ‘후보자 견해를 듣고 싶다’는 주권자들의 다양한 생활 모임에 제가 초대받아 갔으면 했는데, 선거 때는 극명하게 네 편 내 편을 압박하려 모임을 조직해서 (후보자를)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모임에 가면 참 부담스러워요. 현실의 문제는 선악을 분명하게 가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가정에서의 문제도 단번에 결론내기 쉽지 않듯 마을이나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문제들은 대화를 통해 타협해야 하는데….”

    안 지사는 “선거운동을 하는 입후보자나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한 인식을 한 차원 높이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헌정을 유린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 무시하는 문제에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과거 독재와 절대 권력의 부정부패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선거를 통해 여섯 분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뤄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된 셈이죠. 그런 점에서 선거운동이 더 이상 절대 권력에 저항하거나 정의와 불의를 가르는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는 입후보자 역시 불의나 악마와 싸우는 게 아닙니다. 옛날처럼 ‘못 살겠다 갈아보자’거나 ‘갈아봤자 별수 없다’는 식의 막가파식 선거운동을 해서는 곤란하죠. 입후보자들은 ‘누구 보기 싫다’는 얘기보단 ‘나는 뭘 하고 싶다’는 현재의 과제와 미래 비전을 놓고 자기소신을 얘기하고, 주권자들께서도 ‘내 편이냐, 아니냐’는 계층과 지역적 이익 관점을 뛰어넘어 시민과 공익 관점에서 후보자들을 평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브온닷컴과 티파티

    ▼ 선거 문화가 달라지려면 선거운동 방식부터 달라져야겠죠.

    “외국에선 일방적 캠페인에서 유권자 주도형 선거운동으로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무브온닷컴이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티파티’ 모임 등은 ‘당신의 견해를 듣고 싶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조직화된 유권자와 후보자의 만남으로 볼 수 있죠. 대한민국 유권자 수준은 굉장히 높습니다.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를 고민하는 유권자들께서 후보자에 대한 적합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과 자리를 주도적으로 만든다면 우리의 선거 문화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 선거와 투표를 몇 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일회성 행사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평소 활동에 대한 종합 평가의 장으로 선거가 자리 잡아야 하는데….

    “선거는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과 추구할 가치를 정하는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기초노령연금을 예로 들면 노인 세대에 대한 지지와 국가 재정을 교환하는 일에 머물러서는 곤란합니다. 우리가 어떤 국가 복지망을 갖출 것인지, 거기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또 주권자께서 그 재원을 부담할만한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장이 선거여야 하죠. 주권자께 ‘여러분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내가 이런 선물을 주겠다’는 식의 정책과 공약을 얘기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일입니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는 어떤 내용으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습니까.

    “국가개조 하려면 대통령 고해성사부터 하라”

    안희정 지사는 6·4 지방선거에서 ‘충청의 대표선수’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주의를 잘해서 좋은 지방정부를 만들겠습니다. 민주주의를 잘하려면 정파와 정견을 달리하는 사람과도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4년간 소속을 달리하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깍듯이 모시고 끊임없이 대화를 제기했습니다. 또한 진보와 보수단체를 아울러 시민통합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했고,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의회와 대화를 통해 도정을 이끌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좋은 리더십으로 충남을 잘 이끌어나가겠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주권자들께 말씀드리다보면 상대 후보를 언급할 겨를이 거의 없습니다. 집권여당을 비난할 시간도 별로 없고요. 실정을 끄집어내 상대방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우려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책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하도록 대한민국은 균형발전으로 가야 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 균형발전 전략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주권자 여러분 심판해주십시오’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어가는 안 지사의 얘기는 선거 유세와 다를 바 없었다. ‘이렇게 대화하듯 선거운동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정견을 유권자에게 소상히 밝히는 그의 새로운 선거운동은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결국 재선으로 이어졌다.

    20세기 낡은 정치구도

    ▼ 충남도가 당면한 현안은 무엇입니까.

    “전통산업과 정보통신산업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간의 지역경제 양극화,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젊은 세대와 어르신 간 사회적 갈등 등은 전국이 공통으로 안은 문제이자 충남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농업과 축산에서 전국 1, 2등 생산지역인 우리 도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공간의 문제와 농업과 제조업이라는 산업 부문, 그리고 고령화된 농민 등 세대 갈등이 집약해 있습니다. 농업을 어떻게 하면 국가경제의 튼튼한 토대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적절한 인구가 농업에 종사함으로써 국토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할 것이냐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충남도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앙정부가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운영의 기조를 유지하고 수도권 과밀화억제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야 가능합니다. 당장 계획을 세우는 데 편리하다고 수도권에 얼른 집중해 성과를 내려 하면 지방은 더욱 어려워지고 맙니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국토균형발전 전략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이어져온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와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안 지사는 “서해안 환(環)황해권 경제시대를 준비하는 충남도에 항만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중요한 현안”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쏟아 붓느라, 박근혜 정부는 재원 계획 없이 복지 사업을 하느라 국가 차원의 SOC 투자예산을 자꾸 줄이고 있다”며 “이 현안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 6·4 지방선거의 전국적 투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안타깝게도 20세기 낡은 정치구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종북좌빨 같은 낡은 이념이 가미된 지역정당 지배구조가 아직도 맹위를 떨친 셈이죠. 그런 점에서 충청 민심은 20세기 낡은 정치구도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합니다.”

    ▼ 새누리당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정당 지지율이 여전히 낮습니다.

    “(우리 당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지역과 이념의 덫에 걸려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가 충남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대구에서는 김부겸 후보가 선전하고, 부산에서 김영춘 후보의 양보를 받은 오거돈 후보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조금씩 지역과 이념이란 낡은 정치의 포위망을 뚫고 있습니다.”

    ▼ 재선에 성공한 안 지사를 차기 대선주자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영광스럽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 부족합니다. 지방정부 차원의 여러 실험과 실천을 통해 실력을 쌓고, 대안과 미래 비전을 더 구체화해 약효가 입증된 정책을 갖고 도전의 포부를 밝히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반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도지사의 작은 지방정부 살림도 어려운데 대통령께서는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많은 이해 당사자의 갈등 속에 매일매일 상처받고 가시에 찔리는 자리가 대통령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박 대통령의 말과 표정이 딱딱하고 강한 모습만 보입니다. 제 바람은 (박 대통령께서) 더 많이 웃고 더 따뜻하게 사람들을 대해 지도자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좁혀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셔야 합니다. 강한 모습을 보인다고 강한 것이 아닙니다. 강철 같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도자의 바람직한 모습도 아니고요. 국가가 추상같은 명령과 엄격한 규율로 통치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도자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심지어 반대편에게도….

    “그럼요. 심지어 북한 사람에 대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남북관계에) 임해야 통일이 대박이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 방문 때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을 밝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게 협조를 구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통일은 대박’이란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지난 3월 28일 독일 방문 때에는 대북 3대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드레스덴 선언’은 보름이 조금 지난 뒤 발생한 세월호 침몰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G2 시대와 한반도의 선택

    ▼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를 강조하면서도 ‘DMZ평화공원’ 구상과 ‘드레스덴 선언’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함께 피력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어떤 외교안보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까.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지금은 남북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한반도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도, 아니면 분쟁지역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남북이 대화를 통해 G2와 러시아, 일본 등 주변 지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때에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남북이 G2의 원심력에 끌려 들어가 한국은 미국, 북한은 중국과 손잡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면 한반도는 국제적 분쟁지가 되고 맙니다. 우리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이 한반도를 정점으로 맞선 지금의 상황은 남북이 대화로 힘을 모아 구심력을 발휘할 것이냐, 아니면 남북이 서로 다른 선택으로 G2의 원심력에 이끌려 한반도 운명을 맡길 것이냐는 갈림길에 놓인 상황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국제사회의 큰 흐름을 잘 읽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외교, 국제 전략을 잘 세워주길 바랍니다.”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전략에 대해 감히 어떤 얘기를 드리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지만, 안 지사는 이야기의 물꼬가 터지자 대북·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그의 소신을 쉼 없이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그의 긴 얘기 속에는 절박함이 담뿍 담겨 있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지정학적 이유로 분쟁의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G2 시대에) 아시아에서 한반도가 분쟁의 진원지가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후손에게 정말 불행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젊은 세대가 꿈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모든 생명은 활기찬 것인데 왜 우리 아이들이 그럴까요. 이미 짜인 구도 내에 ‘너희 스펙은 이래야 한다’고 강요하니까 아이들이 눈치 보고 사느라 진이 빠져버린 것이죠. 학교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 교육의 실패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보면 또 얼마나 건강합니까. 아이들이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자꾸 개입해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대학 특강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처음엔 ‘이런 저런 정책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스스로 힘이 안 나더라고요. 그 정책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을 아는데….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젊은) 너희가 처한 현실의 고통이 큰 점은 선배 세대로서 미안하고 걱정이 많다. 그런데 이 점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1900년대에 태어난 너희 증조할아버지 세대는 나라를 잃은 국민으로 20대를 보냈고, 1930년대 태어난 할아버지 세대는 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겪었다. 1960년대에 태어난 너희 아버지 세대는 독재에 항거하다 전과자가 돼서 어디 취직도 안 됐다. 역사적으로 어느 20대도 고통스럽지 않은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극복했고 산업화도 성취했으며 민주화도 이뤄냈다. 너희도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너희 세대가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해내리라 믿는다. (도지사로서) 나는 너희가 가져야 할 미래 자원까지 기성세대가 모두 취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발전 철학에 입각해 행정을 펴겠다. 그러니 너희도 용기를 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준비를 해다오.’”

    “국가개조 하려면 대통령 고해성사부터 하라”

    박근혜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상식이 통하는 사회

    ▼ 안 지사가 자녀를 키울 때 견지한 자녀 교육의 원칙은 뭔가요.

    “가능하면 아이들 인생에 간섭하지 않는 부모가 되려고 했어요. 부모가 지난봄에 꽃을 피우고 새싹을 올린 세대라면, 이번봄에 싹을 틔우는 것은 자식 세대니까요. 지난봄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봄의 새싹에게 ‘이대로 하라’고 지난봄의 경험을 강요하면 제한적인 경험밖에 공유할 수 없지 않겠어요. 누구나 자기 시대에 맞는 인생 계획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안 지사의 가슴에는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언급했습니다.

    “옳은 얘기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대통령께서 스스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고해성사해야 (국가개조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상식이 통하고 약속이 지켜질 때 사회가 제대로 작동됩니다. 그런데 저마다 사각지대와 빈구석을 찾아 자기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면 국가가 어떻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습니까. 세월호 문제를 유병언이라는 한 개인 기업가의 탐욕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자기 책임성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가 (국가개조의) 본질입니다. 그러려면 정치와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께서 먼저 엄격해져야 합니다. 국정원이 대선 때 댓글 단 사실이 밝혀졌으면 ‘난 몰랐다. 그것도 모르고 여직원을 야당이 감금했다고 야당만 뭐라고 했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상식이죠. 그런데 지금 검찰 수사는 거꾸로 가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 사람들이 뭘 배우겠습니까. ‘억울하면 출세해라’ ‘출세하면 선거에서 이기고 특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인식이 깔린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겠습니까.”

    차분하게 얘기하던 안 지사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말이 빨라졌다. 그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야당, 지방정부 책임자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 기간에 ‘정치인으로서 스스로의 직업윤리를 더 확고히 다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어디선가 본 것이라며 다음 글귀를 들려줬다.

    “내가 당하는 고통만으로 반성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의 진정한 반성은 새로운 실천을 통해서만 반성이 입증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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