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해온 ‘님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새누리당 출신 의장이 ‘통 크게’ 정리한 셈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의 반응은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 “국민 통합을 이끌 분”이라는 찬사 일색이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정 의장을 만났다.
“차차기 단서 달자”
▼ 역대 의장은 언론 인터뷰 거의 안 했는데.
“의장이 영어로 스피커(speaker) 아닙니까. 스피커답게 목이 아플 정도로 많이 말할 겁니다.”
▼ 다른 의장은 권위가 살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정작 국민과 동떨어져 있어요. 인터뷰도 열심히 하고 현장도 열심히 찾으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늘릴 겁니다.”
▼ 이번엔 화보이지만 다음 번엔 특별 인터뷰로 모실게요. 박근혜 대통령 휴대전화 번호 따셨다면서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농민과 어울려 막걸리도 마시고 서민 사는 데를 자주 다녔어요. 지금은 나라 규모도 커지고 대통령이 엄청 바쁘니까, 대신 내가 현장에서 서민 이야기 많이 듣고 대통령에게 필요한 내용 전해드리려고 핫라인 번호를 받았죠.”
▼ 대통령과의 첫 통화 내용이 무엇이 될지 궁금하네요.
“(집무실 책상 뒤편에 서 있는 거대한 병풍을 가리키며) 포은 정몽주가 과거시험에 제출해 장원급제한 답안지죠. 물질만능에 찌든 우리 사회에 인성과 윤리의 회복을 제시하고 있어요.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이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나도 2년 뒤 퇴임하는 날까지, 그날 순국하는 한이 있어도 열심히 돕겠습니다.”
정 의장은 평소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대통령 4년 중임’ ‘총리 권한 강화’ 같은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론을 강하게 경계한다. 이와 관련해 정 의장은 “이재오(새누리당)·우윤근(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준비해온 것을 조만간 제기하면 자연스럽게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에 비해 세상이 많이 달라졌으니 고칠 건 고쳐야겠죠.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은 민감한 문제죠.
“논의하다보면 굉장히 어려워지고 블랙홀이 될 수도 있죠.”
청와대의 ‘개헌 블랙홀’ 주장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발언이다. 이어지는 정 의장의 말이다.
“그래서 내가 대안을 만들어봤어요.”
▼ 그게 뭔가요?
“새 헌법에 단서 조항을 다는 거죠. 권력구조 개편 관련 내용은 차차기부터 적용하자는…. 그러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개헌할 수 있어요. 이게 플러스알파라면 플러스베타도 있어요.”
“통일 헌법으로”
▼ 그건 또 무엇인가요?
“통일을 대비하는 헌법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개헌한 뒤 통일되어 헌법을 또 바꾸려 하면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두자는 거죠.”
▼ 최근 남북국회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인지.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선언 이후 되레 남북 분위기가 험악해졌는데 행정부보단 입법부가 나서는 게 더 나을 수 있어요. 남북 국회가 자주 만나 인도주의적 문제부터 풀면 돼요. 여건이 성숙하면 통일헌법을 함께 논의해야겠죠. 7월 초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쓸 계획입니다.”
정 의장의 적극적 개헌 발언은 그가 입법부 수장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차차기 단서’와 ‘통일 준비’라는 새 버전을 장착했다. 개헌 반대론을 수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국회의장발(發) 개헌 논의가 정국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새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