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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영 전 육본 인사참모부장의 작심 토로

“2004년 진급비리 수사는 다음 정권이 진실 밝혀야 할 첫 번째 과거사”

윤일영 전 육본 인사참모부장의 작심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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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골프장 무단 이용 제한해 갈등

윤일영 전 육본 인사참모부장의 작심 토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 골프장 문제로도 간부들과 마찰을 빚었죠.

“담당 장교가 골프 치는 데 문제가 많다며 골프장 출입기록을 보여주는데, 한 달에 열 번 이상 치는 사람이 있습디다. 이 팀에 꼈다가 저 팀에 끼는 식으로. 그래서 몇 회 이상은 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게 했습니다. 계급이 높다고 해 정해진 횟수 이상으로 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복지근무단에 치고 싶은 사람이 직접 예약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게 했습니다.

전역하신 분들의 부킹 부탁도 큰 부담입니다. 그래서 총장비서실은 언제라도 부킹할 수 있는 예약권을 갖고 있는데 남 총장은 이를 모두 반납했습니다. 남 총장은 ‘지휘관에게 부관과 운전병을 배치해준 것은 지휘관이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골프와 콘도 이용은 지휘관 본연의 임무와 관계없으니 이것은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말로 저를 격려하셨습니다.”

▼ 두 분은 골프를 안 치시는 모양이죠.



“남 총장은 ‘군대는 국민의 돈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고, 전방에서 병사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하면서 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준장이 된 후 다섯 번 정도 쳐본 것이 전부입니다. 주한미군을 보면 영관 이상급은 바빠서 못 치고, 위관장교나 부사관들이 주로 즐깁니다. 한미연합사령관도 유럽에 근무할 때 바빠서 한 번도 못쳤다고 하더군요.”

이 무렵 국방부는 계룡대에 대통령 별장을 건축하는 건을 검토했다. 기자는 이 사건을 다른 루트로 추적해 ‘주간동아’ 2005년 6월7일자에 보도한 바 있는데 요약하면 이랬다.

16대 대통령선거가 있기 전 충북도의 일부 주민이 “대청호를 개발하면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데, 특별경비 시설인 청남대가 있어 개발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며 청남대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노무현 후보는 청남대 반환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자, 취임 한 달 후쯤인 2003년 4월17일 청남대를 충청북도에 넘겨주었다.

“청남대 반환했으니 계룡대에 별장 지어야”

노 대통령은 골프를 매우 좋아한다. 청남대에는 골프장이 있는데 청남대 반환으로 이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노 대통령은 계룡대 골프장을 찾았다. 취임 첫해인 2003년 8월3일부터 6일까지 노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대전 유성온천에 있는 군 휴양시설인 계룡스파텔에 머물며 세 차례 계룡대 골프장을 찾았다.

노 대통령이 돌아간 후인 8월9일 계룡대 골프장 탈의실 관리인인 성모씨(당시 34세)가 탈의실에서 쓰려져 며칠 후 숨졌다. 성씨는 노 대통령이 온다고 해 2~3주 전부터 쉬지 못하고 대통령 맞을 준비를 했다고 한다. 2004년 초 성씨의 부인은 ‘남편은 대통령 방문 2주 전부터 오전 3시30분에서 오후 9시까지 근무했다. 목욕탕 천장과 벽에 낀 곰팡이를 제거하는 날이면 소독약품이 눈에 들어가 벌겋게 충혈돼 고통을 겪었다. 남편은 점심도 10~15분 만에 먹어야 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청와대로 보냈다.

‘대통령님, 제 남편을 돌려달라고 매달려 애원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많고 많은 곳 중에서 왜 하필 계룡대를 찾으셨나요.’

그로부터 1년 후인 2005년 1월21일 군은 계룡대에 대통령 별장을 짓기 시작해 6월30일 공사를 완료했다. 문제는 이 별장 공사에 들어간 예산이었다. 이 공사에 소요된 73억원의 예산에 부여된 예산항목코드는 1307-217-404인데, 이 코드는 육군의 최전방 작전부대인 3군에서 장병용 막사와 화장실 목욕탕 급수시설을 짓는 데 쓰도록 용도가 한정돼 있었다. 전방부대 장병용 막사를 짓는 예산을 전용해 대통령을 위한 별장을 지은 것이다. ‘왜 이렇게 별장을 지었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당시 국방부 측은 이렇게 해명했다.

“3군 청사가 있는 계룡대는 1987년 7월 완공됐는데, 그때 3군 총장 관사와 전시(戰時)에는 대통령 유숙 시설이고 평시에는 대통령 별장으로 쓸 수 있는 건물도 함께 지었다. 이 건물은 앞에 큰 연병장이 있는 ‘축소된 청와대’ 형태였으나, 역대 대통령들은 이곳을 찾지 않았다. 이유는 6년 앞선 1983년 12월 완공한 청남대가 훨씬 더 아늑해 역대 대통령들은 그곳에 머물며 골프를 치셨다.

이로써 대통령 별장이 무용지물이 되자 육군 총장이 이 건물을 공관으로 사용하고, 육군 총장 공관은 차장이 쓰게 됐다. 계룡대는 육군이 지은 것이라 육군 총장이 대통령 별장으로 공관을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계룡대를 찾아와 골프를 치는 일이 잦아지자, 대통령이 쉴 공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됐고 대통령 별장을 차지한 육군이 대통령 별장을 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연말이 되면 남는 예산이 생겨나는데, 국방부는 육군의 남는 그 예산을 우선 조치해서 대통령 별장을 짓게 했다.”

기자가 우선조치와 전용(轉用)이 어떻게 다르냐고 따지자 이 관계자는 “사실상 똑같다”고 시인했다. 육군의 불용 예산으로 대통령 별장을 지은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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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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