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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北 버릇 고치겠다고? 게도 구럭도 다 놓칠라…”

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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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전 정권과 차별화는 선거 때 끝냈어야”
  • “북·미, 북·중관계 급진전되면 우리 입지 없다”
  • “미국이 MB 정부라고 정보 더 많이 준다? 천만의 말씀!”
  • “청와대 구성은 노(老)·중(中)·청(靑) 3자연합으로”
  •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는 北엔 ‘쓰라린 추억’일 뿐”
  • “‘비핵·개방 3000’은 장기 목표로만 남겨두라”
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1945년 만주 출생 <br>○경기고,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정치학)<br>○국토통일원 조사연구실 보좌관, 공산권연구관, 남북대화사무국 대화운영부장, 조사연구실 연구관<br>○세종연구소 기획실·정치외교연구실 실장 ○민족통일연구원 부원장 <br>○1993~96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br>○1996~98 민족통일연구원 원장 <br>○1998.3~99.5 통일부 차관 <br>○2002.1~04.6 통일부 장관

6월 초 정세현(丁世鉉·63) 전 통일부 장관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통일부가 정 전 장관에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사퇴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민화협은 200여 개 정당·종교·시민단체가 연합한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다. 정부는 이 단체에 매년 3억5000만원 정도를 지원하고, 민화협은 이 돈을 통일 마라톤, 통일 백일장 등의 사업비로 쓴다고 한다. 기자는 이 돈을 빌미로 민간단체의 인사(人事)에 개입하려고 드는 통일부의 처사가 무척이나 옹졸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기사에서 ‘사퇴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정부 입장과 다른 자신이 버티고 있으면 조직에 누가 된다는 게 첫째 이유였다. 기자는 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정부가 참 못나게 구네요.

“그래도 어쩌겠어…. 민화협 의장 자리가 뭐 대단한 자리인 줄 아나 보지.”

▼ 내친김에 ‘신동아’와 인터뷰 한번 하시죠. 제가 보기엔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꽉 막힌 대북정책에 조언을 해줄 분으로 정 장관께서 적임인 것 같은데….



“에이, 안 할래. 나는 전(前) 정부 사람인데, 괜히 나서서 지금 정부 쪽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건 원치 않아.”

기자는 정 전 장관을 설득했다. “남북관계는 일개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장래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에서 계속 악수(惡手)만 뒀는데, 이대로 두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남북대화는 물 건너간다” “그러니 누군가 나서서 충심 어린 조언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등등….

정 전 장관과 기자는 1990년대 초부터 아는 사이다. 정 전 장관이 김영삼(YS)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할 때 무교동 낙지집에서 만나 취재한 뒤 ‘YS-김일성 정상회담’의 가상 시나리오를 ‘신동아’에 쓴 게 첫 인연이었다. 당시 남북 간에 합의됐던 정상회담은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무산됐다.

그 후 정 전 장관은 통일부 차관으로, 국가정보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역으로 승승장구했다. 김대중(DJ) 정부 말기에서 노무현 정부 초기 시절을 이어가면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는, 보기 드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남다른 관운(官運)의 비결이 무엇일까. 기자는 남북 문제에서 누구보다 해박한 그의 전문성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때로 정치적인 줄타기를 불사해야 하고, 자칫하면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기 십상인 정무직 장관 자리를 그는 전문성을 무기 삼아 무난하게 넘겼다.

전화 통화에서 정 전 장관은 진보정권 시절에 남북관계를 주도한 자신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런저런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나는 정 전 장관이 진보든 보수든 어느 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멘트를 날렸다. 그게 주효했던 것일까. 그는 “주말 동안 인터뷰를 할지 여부를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6월9일 월요일 저녁, 인터뷰가 성사됐다.

南 실리 ≠ 北 실리

▼ 이명박 정부가 초기부터 무척 어려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대외적인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남북관계까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이명박 정부가 지금 조정기를 거치고 있어요.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이번에 인적 쇄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이를 계기로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에 부분적으로라도 조정이 있어야 하겠지요.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부정당해야 할 만큼 문제만 있었느냐는 점이에요. 어떤 일이든 공과(功過)가 있고 명암(明暗)이 있는 건데 이 정부는 과(過)만 보고 공(功)은 못 보지 않았느냐, 그렇게 되면 결국 전부를 부정하게 되고 정책이 유턴을 해야 하는데, 지금 국제정세의 흐름이 그럴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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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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