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집중분석

한국당, ‘홍준표 리스크’ 경계령

洪 ‘낮은 자세로 변화’ 시도

  •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8-04-2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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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이 사실상 막을 올린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홍준표 리스크’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5·9 대통령선거에서 2위를 했고, 지금은 당을 이끌고 있는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내 ‘반홍(反洪)’ 그룹에선 홍준표 대표의 선거전략 부재와 보수 이미지 실추를 동시에 지적한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결정하면서 전통적 텃밭인 대구와 경북만 경선을 실시하고 다른 곳은 일제히 전략공천을 하면서 ‘흥행’ 기회를 스스로 던져버렸다는 비판이 가장 많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선거에 나설 후보를 정하면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2016년 20대 총선 때 대구로 갔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불러올린 결정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박영선 의원은 “홍 대표가 본인이 TK(대구·경북) 맹주가 되기 위해 김문수 전 지사를 서울로 귀양 보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꼬듯 말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경남 창녕이 고향으로 경남도지사를 지냈지만 초·중·고교를 대구에서 다녔고, 대선 때는 ‘TK 적통’을 자임했다. 얼마 전 공석이 된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도 직접 맡았다.

    ‘올드 보이 귀환’ ‘사당화’ 논란

    홍 대표가 직접 영입을 추진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비롯해 홍정욱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등이 줄줄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에 대한 불신을 토로한 사람도 있었다. 당의 소장파로부터 서울시장 후보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한 인사는 “홍 대표가 무슨 속셈인지 영입 작업을 진전시키지 않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홍 대표는 수도권에서라도 바른미래당과 ‘묵시적 연대’를 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를 ‘비겁한 연대’라며 일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 지역구를 둔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 출신인 한국당의 비수도권 단체장 후보조차 “수도권에서 보수와 중도 정당이 각기 후보를 내서 민주당과 3자 대결구도가 되면 패배가 뻔한데 홍 대표가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행여 한국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선되면 차기 대권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위상이 떨어지는 걸 우려한다는 말조차 나온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김문수 전 지사 외에도 이인제 전 의원을 충남도지사 후보로 내세우고,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다시 도전시키는 전략도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람을 바꿔서 보수의 면모를 새로 갖춰야 하는 시점에 ‘올드 보이’들이 속속 귀환하는 까닭이다. 



    광역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후보도 ‘홍준표 맨’으로 채워지는 사례가 늘면서 ‘사당(私黨)화’ 논란도 불거졌다. 대표적인 곳이 경남 창원으로, 홍 대표 핵심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전략공천됐다. 공천에서 배제된 안상수 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 경남지사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창원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까닭이다.

    홍 대표 때문에…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에 김문수, 충남지사 후보에 이인제, 경남지사 후보에 김태호를 내세워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동아DB]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에 김문수, 충남지사 후보에 이인제, 경남지사 후보에 김태호를 내세워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동아DB]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전략 부재 외에 홍 대표의 독특한 캐릭터도 경계령의 대상이다. ‘홍준표 이미지’로 굳어진 거친 막말과 태도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중견 언론인은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보수의 존재감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갈망이 여론주도층에서 많지만 홍 대표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꺼리는 사람이 꽤 있더라”고 전했다. 전직 국회의원은 “아마 지방선거 때 홍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요청하는 후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심지어 홍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당권 재장악을 시도하는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란 관측도 나온다. 승리하든 패배하든 ‘재신임’을 묻겠다며 전당대회를 다시 여는 등의 방식으로 당을 완전히 접수하는 수순을 준비 중이란 얘기다. 이런 불만은 급기야 ‘지방선거 전 지도부 교체론’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당내 ‘반홍’ 중진 의원들은 조기에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공동선대위 구성은 사실상 현 지도부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들 사이에서 ‘홍준표 대표 2선 후퇴론’을 놓고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4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선거 필승 전진대회’에 참석한 뒤 몇 사람이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다. 한 출마자가 “홍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고 새 체제가 들어서야 보수와 중도층의 표심을 움직여 수도권을 중심으로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다른 출마자는 “그 방안은 홍 대표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외부 명망가를 영입해 홍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황교안·김황식 전 국무총리, 홍정욱 전 의원 등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을 검토할만한 사람들의 이름도 오르내린 걸로 전해졌다. 또 이들 영입파들에게 수도권과 충청권 등의 선거를 맡기고 홍 대표는 영남권만 책임지도록 하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당내 반대파에서 ‘홍준표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낮추기 위해 홍 대표 ‘배제론’과 외부인물 ‘보완론’이 동시에 나오는 상황인 셈.

    ‘대체할 인물 있느냐’ 회의론도

    반면, 현실적으로 홍 대표를 대체할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여기에 지난해 대선 때 악조건 속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그의 저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의 언행 역시 철저하게 계산된 것으로, 지금 보수 처지에선 그럴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홍 대표의 ‘품격’을 말하는 보수들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를 망친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말하는 보수의 품격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여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의 결전을 앞두고 홍 대표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점도 흥미롭다. 홍 대표는 4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4선 이상 중진, 김성태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저녁을 함께했다. 이 자리엔 당초 만찬행사를 보이콧할 걸로 알려졌던 나경원·이주영·심재철 의원 등 ‘반홍’ 중진들도 참석했다. 홍 대표는 과거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중진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한 데 대해 사과하고,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협조를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홍 총장은 “오늘부로 홍준표 대표는 용장(勇將)이 아니라 덕장(德將)이 되기로 하셨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날 만찬 참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요청으로 청와대에서 단독 면담을 했다. 이런 모습은 ‘홍준표 리스크’를 떨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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