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IT

생활 속 블록체인 어디까지 왔나

보이지 않다니요,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 | 주용완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기반본부장 ywju@kisa.or.kr

    입력2018-04-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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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톡으로 받아 보는 ‘공문서’ 뒤에 블록체인 있다

    • 인기 절정의 ‘블록체인 고양이’ 등장

    • 물류·보험·의료 혁신도 블록체인이 일등공신

    • 일상 돼가는 블록체인…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

    인류는 고대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중앙집권형’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왔다. 사회 전반의 인프라는 물론 IT 시스템 역시 중앙집권형 구조 아래 있다. 그런데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인물(혹은 단체)이 2008년 10월 ‘비트코인: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백서를 발표한 이후, 인류는 전혀 새롭고도 낯선 ‘분산형 체계’에 대한 일종의 충격과 혼돈을 경험하는 중이다. 

    블록체인(BlockChain). 단어 하나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토록 뜨거운 분야가 또 있을까? 그러나 블록체인은 전례 없이 새로운, 말하자면 외계인 같은 존재는 아니다. 블록체인은 인간이 경제 및 사회생활에서 생성하는 거래 정보를 하나의 ‘블록(Block)’으로 묶고, 그 블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로 ‘연결(Chain)’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의 분산형 데이터베이스(DB)는 오랜 기간 연구돼왔으며, 실제 많은 곳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 이토록 블록체인에 열광하는가.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이라는, 새롭고 매력적인 ‘화폐스러운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되는 대표적인 응용 서비스다.

    무결성과 보안성

    그런데 나카모토 사토시의 백서를 직접 들여다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생각보다 짧고, 생각보다 얕다고. 그러나 정보를 ‘모두 함께’ ‘동등하게 공유’하며, 절대적(중앙집권적) 존재가 없어도 다 같이 그 정보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철학적이기까지 한 이 블록체인 개념에 전 세계인은 매료됐다. 그리고 그 간단한 페이퍼와 심플한 코드(나카모토 사토시의 백서)로 시작한 블록체인은, 현재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동 실행되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로까지 진일보했다. 이러한 진화는 나카모토 사토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 즉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뿌듯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역시 많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통상 ‘무결성’과 ‘보안성’이 꼽힌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가 기존의 저장 환경보다 안전한 이유는, 누군가가 블록체인상의 정보를 변경(위조)하려면 제한된 시간(약 10분. 새로운 블록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 내에 전 세계 약 1만 노드에 저장된, 게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된 이전 블록들을 모두 변경하는 데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 환경에서 이것이 어렵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저장된 기록은 변조될 위험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에서 거래 정보의 전달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주체들 간에 개인 간 거래(P2P·peer to peer) 형태로 이뤄진다. 따라서 중앙집중형 관리 체계에 비해 민주적이고도 효율적인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즉, 일부 기업에 집중된 인터넷 권력을 분산해 중개자 없이 정보를 생성하고 유통할 수 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블록체인은 여러 논란을 양산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암호화폐 이외에 블록체인이 실제 사용되거나 사용될 예정인 사례들을 살펴본다.

    소셜미디어 | Steemit
    페이스북은 가라! 내 콘텐츠로 내가 돈 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대부분 무료 서비스다. 그러면 어떻게 서비스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까?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는 배너 광고 외에도 광고주에게 서비스 이용자의 개인정보, 게시하거나 자주 보는 글, 인맥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한 맞춤형 타깃 광고 등을 팔아 돈을 번다. 이러한 ‘이용자 참여형’ 수익은 고스란히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공룡 기업의 탄생 및 서비스 플랫폼의 독점으로 이어졌다. 대형화한 기업들은 최근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과 같이 이용자 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하는 등 여러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2016년 7월 4일,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광고와 관계없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출시됐다. ‘스팀잇(Steemit)’이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스팀잇은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중앙의 ‘중개자’ 없이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자유롭게 저장, 공유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준다. 

    스팀잇은 ‘콘텐츠 생산자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콘텐츠 생산자는 스팀잇에 콘텐츠를 게시하고, 이용자(구독자)는 콘텐츠에 대해 추천 등의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여기까지는 페이스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부터 스팀잇만의 묘미가 개시된다. 스팀잇의 모든 콘텐츠가 블록체인상에 저장되고,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의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가 주어진다. 콘텐츠 생산자는 물론 이용자에게까지 각자의 활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짐으로써 스팀잇에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 및 유통되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또한 중앙의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삭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는 자기 책임하에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의견을 개진하게 되기 때문에, 가짜 뉴스는 사라지고 양질의 정보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바람직한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하는 것이다.

    게임 | Crypto Kitties
    이더리움의 가치 증명한 ‘고양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곧 비트코인으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12월, 온라인상에서 중개자 없이 각종 계약이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이더리움 플랫폼이 개발됐다. 그리고 곧 이더리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분산앱(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임 분야에 이를 최초로 적용한 사례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크립토 키티(Crypto Kitties)다. 크립토 키티는 이더리움 기반의 디지털 고양이 수집 게임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높아서 출시한 지 며칠 만에 거래량 폭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도 이더리움 네트워크 트래픽의 20% 이상을 이 고양이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크립토 키티는 고양이를 사서 수집하고, 서로 다른 종을 교배해 얻은 새 고양이를 사고파는 게임이다. 고양이는 각각 고유 번호와 고유 속성을 가지는데, 좋은 속성을 가질수록 비싼 값에 거래된다. 크립토 키티의 성공 요인으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팻 수집 게임을 진화시켰고,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수집품을 구현해 흥미를 끌었다는 점, 그리고 매매 시스템으로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치를 증명했다는 점이다. 많은 이가 크립토 키티가 이더리움의 범용성을 증명했다고 여기며 이 게임이 이더리움 킬러앱(Killer App)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험산업 | EverLedger
    “다이아몬드를 보호하라”

    세상의 여러 보석 중 다이아몬드를 보관·유통하는 데만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억 달러(약 54조 원)가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다시 말해 다이아몬드를 투명하게 유통·관리하기만 해도 연간 500억 달러가 절약되는 것이다. 

    이에 각각의 다이아몬드에 고유 아이디(ID)를 부여해 투명하게 관리하는 인증 시스템이 2002년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에서 출시됐다. 여기에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99.8%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다이아몬드를 유통·소비하는 81개국이 참여했다. 이듬해 이들 국가 및 기업들은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 시스템을 거친 다이아몬드만 유통한다는 조항에 합의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다이아몬드 인증서가 종이란 사실이다. 종이로 된 인증서는 위·변조가 어렵지 않다. 인증되지 않은 다이아몬드가 유통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버레저(EverLedger)는 전 세계 120만 개가 넘는 다이아몬드 각각의 진품 인증서와 일련번호, 색, 투명도, 컷, 캐럿, 크기 등 제품 세부 사항에 대한 정보를 IBM이 제공하는 블록체인에 등록했다. 다이아몬드가 광산에서 채굴될 때부터 은행, 감정 회사, 소비자 등에게 전달될 때까지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그리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이 정보를 공유한다. 다이아몬드 정보의 위·변조가 원천적으로 방지되는 것이다. 에버레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와인과 같은 다른 고가품의 세계 유통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투표 | 에스토니아
    “부정선거 차단 블록체인 전자투표”

    우리는 투표하러 투표소에 간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소지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 찾아가 신분 확인을 받은 뒤 투표용지를 받아야 비로소 투표 행위를 할 수 있다. 유권자가 투표소로 직접 가야 하는 번거로움, 유권자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고 개표해야 하는 수고, 투표용지를 대량 인쇄해 전국 투표소로 보내는 일 등 현재의 투표 시스템에는 많은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전자투표 시스템이 개발됐다. 그러나 투표 과정 및 결과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이를 관리하는 중앙 관리 주체를 전적으로 믿는 수밖에 없다. 중앙 관리 주체가 투표 내역이나 결과를 위·변조해도 그 여부를 파악할 도리가 없다. 투·개표 편의성은 높일 수 있지만 투표 결과에 대한 신빙성은 보장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북유럽의 소국(小國), 에스토니아는 전자시민권 발급 및 선거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2014년부터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이레지던시’라는 전자시민권을 발급하고 있다. 또한 투표 서비스에서 사용자 등록과 투표 내용을 블록체인으로 별도 관리해 보안성, 비용 절감, 신뢰성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권자 익명성 또한 보장한다. 

    한국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시스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만간 우리 국민도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물류 | Maersk & IBM
    “캘리포니아 와인이 적정 온·습도 유지하며 태평양을 건너고 있습니다”

    무역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물류 유통 전반에 걸친 가시성 확보는 물류 업계의 가장 큰 과제다. 물류 공급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복잡해졌고, 무역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은행, 운송사, 수출입 업체 등 무역 주체들의 업무 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방식은 각 주체마다 개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간에 전자정보를 송수신하려면 각자 시스템에 맞게 정보를 변환해주는 ‘정보 중개자’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또한 전자문서와 별개로 오프라인에서 종이문서 교환도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이 엄청나고, 고의 혹은 실수에 의한 위·변조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 

    한편 물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 IBM이 4000개 이상 협력사와 연간 290만 건의 거래 실적을 자체 조사했더니, 1일 평균 70, 80건의 분쟁이 발생하고 그 분쟁을 해결하는 데 건당 약 40일의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해운물류에 블록체인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해운물류 유통 과정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화주, 선사, 세관, 은행 등 이해관계자들이 선하증권(B/L), 신용장(L/C) 등 물류 관련 서류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공유하게 된다. 또한 컨테이너에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센서를 부착해 위치, 온도, 습도, 진동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블록체인에 기록하기 때문에 이동 중인 물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류 과정의 가시성이 마침내 확보되는 것이다. 한편 서류의 위·변조도 방지되기 때문에 사기 거래 또한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정보 중개자 또한 필요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물류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 머스크(Maersk)와 IBM이 제휴를 통해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물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의료 | Patientory
    “환자 결정권하에 의료 정보 공유”

    한 가지 이상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미국에서만 1억1700만 명이 한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가진 것으로 진단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 대부분은 자신이 앓은 질병 이력 정보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없다. 

    또한 병원, 의료진 등에 의한 의료 데이터의 ‘허락 없는’ 사용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의료기관 발표에 따르면 잘못된 의료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적발 건수가 2015년에 112만 건을 넘었고, 이로 인해 미국 의료기관들은 6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그만큼 환자의 민감한 개인 의료 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의료 데이터 보안을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의료 데이터 관리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환자와 의료기관, 의료 데이터 사업자 등 참여자끼리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교환, 저장할 수 있다.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의료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이는 암호화돼 저장된 뒤 허가된 영역 내에서만 활용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각 병원에 있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EHR)과 연결돼 블록체인 참여자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전달한다. 이때 환자가 주체로서 자신의 의료 정보를 판매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다. 또 과거부터 현재까지 환자의 의료 정보가 블록체인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의사가 그를 진료하더라도 오류 없이 진료받을 수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의료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 중 한 곳이 미국의 스타트업 ‘페이션토리(Patientory)’다.

    에너지 거래 | 한국전력
    “내가 생산한 태양광 에너지, 옆집에 판다”

    환경 친화적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중 태양광발전의 경우 개인의 참여가 에너지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가마다 정부적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개인은 자신이 생산한 태양광 에너지를 자신이 사용하거나, 한국전력 등 공인된 기관에 판매한다. 그러나 에너지는 멀리 이동할수록 손실이 크다. 남은 에너지를 에너지가 필요한 주변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한국전력이 개발 중인 블록체인 기반의 전력 거래 시스템은 이렇게 운영된다. 생산자가 생산한 에너지 총량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정보가 운영 시스템에 전달된다. 그러면 운영 시스템은 생산자에게 가장 높은 구매단가를 제시한 소비자부터 매칭해 준다. 그리고 역시 블록체인 기반으로 ‘스마트 컨트랙트’가 체결돼 그 거래 정보가 블록체인 안에 저장된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의 전력 거래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암호화폐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는 환경 친화적 에너지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에너지 거래 정보만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제한적 시범서비스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전력의 블록체인 기반 전력 거래 시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에너지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문서 | 공인전자문서 유통
    “카카오톡으로 가족관계부 받아보는 그날까지!”

    PC의 등장으로 많은 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생성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디지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이 등장했다. 이후 정보의 전달 수단은 우편 서비스에서 e메일, 메신저, SNS 등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가 위·변조되거나 유실되는 데 대한 우려 또한 커졌다. 오프라인의 등기우편과 같이 온라인상에서도 디지털 정보를 안전하게 전달하고, 발송·수신·열람 사실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에 의한 ‘공인전자문서중계제도’다. 2012년 ‘샵메일’ 서비스로 개시된 공인전자문서중계제도의 핵심은, △전자문서 발신자와 수신자 신원을 확인하고 △전자문서가 발신자의 PC에서 수신자 PC에 도착해 열람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신뢰기관)에 저장해 법적 효력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구현하려면 발신자, 수신자, 중계자, 신뢰 기관이 모두 동일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한편 상호간에 유통 정보의 교환과 무결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복잡했다. 따라서 모바일 시대를 맞이해 메신저 등 다양한 전자문서 유통 서비스가 등장함에도 공인전자문서를 샵메일 외 타 서비스에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손쉽게 정보를 교환하고 무결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전자문서 유통 체계를 구축했다. 

    그 핵심은 전자문서 유통수단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되, 전자문서 유통과 그에 대한 사실 증명을 위한 정보를 블록화하고, 그것을 블록체인상에 저장하는 것이다. 물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중계사업자가 관련 정보의 무결성을 검증한 후 저장한다. 

    지난 3월 이러한 블록체인을 통한 디지털 정보 교환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최초 사례가 나왔다. ‘카카오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가 공인전자문서중계자로 지정된 것이다. 따라서 일반우편으로 발송되던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검사 사전 안내문’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현재는 시험 발송 중). 지금까지는 한국인터넷진흥원만이 공인전자문서를 중계해왔는데, 7월부터는 카카오 등 여러 사업자와 공동으로 공인전자문서를 중계할 예정이다.

    ‘개방형 분산식 사회’ 눈앞에

    인류는 예부터 ‘개인 대 개인(peer to peer)’으로서 ‘관계(chain)’를 맺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이르러 특정 기업 또는 서비스를 통해 ‘관리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2009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전통적인 ‘폐쇄형 중앙집중’ 방식에서 ‘개방형 중앙집중’ 방식의 서비스 혁신을 경험했다. 

    이제는 블록체인의 시대다.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으로서의 우리가 다시 진정한 주인이 되는, 폐쇄형 분산식 또는 개방형 분산식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신에 기대를 걸어보자.

    주용완
    ● 1971년 광주광역시 출생
    ●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학사 및 동 대학원 석사
    ●  숭실대 컴퓨터공학 박사
    ●  개방형컴퓨터통신연구회, 정보보호학회 부회장
    ● 現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기반본부장
    ●  저서 : ‘인터넷 미디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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