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예비 대통령 3인 뽑아 순번제로 대통령직 수행하자

  • 신동련 | 前 파라과이 대사 shindongryun@gmail.com

    입력2015-06-23 14: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매번 진흙탕 싸움이 된다. 후보에 대한 검증 시간도 부족하고, 후보들의 대통령직 수행 훈련도 매우 부족하다. 국정의 연속성이 없는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다면 트로이카 시스템을 검토해보자.
    예비 대통령 3인 뽑아 순번제로 대통령직 수행하자

    2012년 8월 21일 방한한 친치야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만난 이명박 당시 대통령. 코스타리카는 현역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각 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3권 분립을 택한다. 행정부를 누가 책임지는지에 따라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제로 구분한다. 모든 제도는 단점을 가진다. 그중 정권 교체에 따른 연속성의 단절이 큰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5년마다 ‘진흙탕 싸움’을 거쳐 대통령 당선인을 만든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며 국정을 장악해간다.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같은 구호가 이를 웅변한다. “우리는 이전 정권과 확실히 다릅니다”라고.

    권력욕과 국가와 민족을 위하겠다는 의욕이 강한 대통령일수록 이전 정부와 단절하려는 욕구도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가치관까지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 분단된 한반도 상황에서는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기본인데, 어떤 지도자는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을 발휘해보겠다는 유혹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대통령은 그야말로 대업을 하는 자리다. 경험한 다음에는 오를 수 없기에,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그 자리에 가면 아마추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롭고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과거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다.

    그로 인한 충격이 만만치 않기에, 새 인물을 선발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펼치기까지는 보통 1년, 길면 2년여가 걸린다. 충격이 강한 만큼 새 정부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조각 멤버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비리를 들춰 새 정부의 안정된 출범을 늦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표현했듯이 ‘대못’이 초장부터 굳게 박혀버리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에 안착한 일부 정치인들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 신임 대통령과 심하게 불화한다.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정당은 지속적으로 신임 대통령을 비판해, 새 정부의 안정된 출범을 방해한다.

    의사유고(擬似有故) 대비책

    이러한 저항을 뚫고 대통령직 수행에 익숙해지면 레임덕이 찾아온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다르게 돌아가니, 다음 총선에서 대통령 덕을 볼 수 없다고 판단되면,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는다. 이 악순환이 5년마다 반복된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어떤 이가 대통령이 돼도 그 능력의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공통으로 당면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름의 보강 기재를 작동한다. 미국은 4년 연임의 대통령제를 채택해 국정 단절을 피해간다. 대통령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를 채택함으로써 단순한 선량(選良)이 아닌, 선량(善良)을 대통령으로 뽑는다. 대통령제를 택한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이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양원제를 채택한 미국은 임기 6년의 상원의원을 2년마다 3분의 1씩 교체한다.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겸하게 함으로써 의회와 대통령이 하나가 돼 국정의 안정과 연속성을 꾀한다. 미국이 직면할 수 있는 최고의 위기는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때다. 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미국은 대통령을 포함하는 몇 명이 비밀코드를 나누어 갖게 했다.

    그럼에도 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통령 연임제가 야기한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총격(銃擊)을 받아 ‘의사유고(疑似有故)’에 빠졌던 것도 1인 대통령제의 취약성을 일깨워준다. 그때 레이건 대통령이 사망했다면 미국은 부통령으로 하여금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케 했을 것이다. 그런데 레이건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총격 피습의 후유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살아 있지만 유고를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인데, 이러한 ‘의사유고(擬似有故)’ 때 미국의 대권은 누가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어느 나라 헌법에도 대통령이 ‘의사유고’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돼 있지 않은데, 이는 현행 민주주의의 큰 허점이 아닐 수 없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술을 좋아해 알코올 중독자란 소리를 들었다. 1994년 그는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아일랜드 공항에 도착했으나,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해 전용기에서 내리지 못하고 1시간 뒤 러시아로 돌아갔다. 이처럼 최고 지도자가 의사유고에 빠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재임 중 폐결핵이 재발해 남모르게 치료했다고 밝혀놓았다. 이는 대한민국도 ‘의사유고’에 빠질 수 있음을 얘기한다. 현대사회에서 정신질환이 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정신질환에 걸리면 그야말로 의사유고가 된다. 우리 헌법은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

    남미의 코스타리카는 4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시행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평가받는다. 정권교체로 인한 국정의 연속성 단절을 잘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의 공식적인 대통령선거 운동기간은 4개월이다. 하지만 정당들은 대통령선거 2년 전에 대통령후보를 선출한다.

    차기 후보와 소통하는 現 대통령

    현직 대통령이 한참 일해야 할 때 각 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을 조기에 레임덕에 빠뜨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각 당에서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은 자기의 국정 운영 철학을 제시한다. 그때 현직 대통령은 임기가 많이 남아 있고 권한도 강한지라, 각 당의 여러 후보가 밝힌 철학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 ‘소통’이 돼, 현직 대통령은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국정에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각 당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면, 그들은 ‘현직 대통령의 2년’을 지켜보면서 ‘정치’를 하게 된다.

    당연히 현 대통령과 여야 대통령후보 간에 직간접적인 대화가 이뤄진다. 국민은 그것을 지켜보며 차기 대통령후보들의 능력을 검증한다. 국민이 검증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각 당 후보들은 피 말리는 경쟁을 하게 된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대통령직을 훈련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 공식 운동 기간은 고작 23일이다. 물론 그 몇 달 전 각 당은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후보를 선출하니 실질적인 대통령 선거운동은 그보다 길지만, 국민이 이들의 능력이나 도덕성을 검증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각 당 후보들은 ‘이기기 위해’ 불가능한 공약도 남발하고 상대를 헐뜯는다. 국민의 눈을 덜 의식하는 것이다. 대통령직 수행을 연습해본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현직 대통령과 소통해 국정의 연속성을 꾀한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리바이어던’ 출현 막아야

    스위스도 흥미로운 제도를 택하고 있다. 스위스는 7명의 연방각료가 1년씩 윤번제로 대통령에 선출돼 연방각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한다. 연방각료가 되면 누구나 국가를 이끌 수 있기에 이들은 전임자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고, 총리는 경제와 내치를 담당하는 이원집정제의 프랑스 대통령제도 다시 보아야 한다. 프랑스의 대통령제는 정권교체로 인한 연속성 단절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과 책임을 분점하기에, 두 직책 간에 불협화음과 주도권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1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독선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하는 체제에서는 그에 저항하는 세력도 커지기에, 국정의 연속성이 단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한 방해를 뚫고 권력을 장악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그는 그야말로 ‘리바이어던(Leviathan)’이 된다. 프랑스의 이원집정제는 리바이어던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중국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국가를 이끄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했다. 주석은 7명으로 구성된 상무위원 중 1명이다. 주석이 되려면 전 정부에서 임기 5년의 상무위원직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준비된 주석을 배출하고 국정 연속성의 단절도 겪지 않는다.

    대통령과 대통령직을 같은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대통령직은 헌법이 만든 직책이고, 이 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한 사람의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둘을 나누는 것은 실효가 없다. 그러나 대통령직과 대통령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책임 있는 자리를 맡으려 노력하는데, 막상 그 자리를 맡고 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준비를 했지만 현실에 부딪혀보니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반면 이임할 때는 처리하지 못한 일 때문에 아쉬워한다. 대통령에 취임하면 아마추어적인 착오를 범하고, 퇴임할 때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재임 시 처리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오류를 피해가야 한다. 대통령직을 대통령이 된 한 사람이 독자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빚어지는 문제를 없애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을 할 사람들과 함께 대통령직을 수행함으로써,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들에게 대통령직을 경험하게 해준다. 국민에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통령 후보자들을 검증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코스타리카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안하는 것은 트로이카 시스템이다. 대통령직을 3인의 대통령직 구성원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니,’대통령직 협의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대통령직을 구성하는 3명의 대통령 임기는 6년이나 9년으로 한다. 그리고 2년이나 3년마다 한 번씩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뽑힌 이들은 ‘예비 대통령’이 된다. 예비 대통령은 4년이나 6년을 기다렸다가 현직 대통령이 된다. 그 기간에 현직 대통령이 하는 것을 지켜보며 현직 대통령을 보좌한다. 대통령직 수행을 훈련하는 것이다.

    다시 2년이나 3년이 지나면 ‘예예비’ 대통령을 뽑는다. 예예비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과 예비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직 수행을 연습한다. 이렇게 하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인 국정의 연속성 단절은 상당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유고나 의사유고에 빠졌을 때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예비 대통령 3인 뽑아 순번제로 대통령직 수행하자
    로마와 조선도 채택

    트로이카 시스템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스위스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 로마에서는 3두정치라는 제도로 실행한 바 있다. 로마는 1차(율리우스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간의 비공식 협약, 기원전 60년)와 제2차(마르쿠스 안토니우스, 옥타비우스 투리누스, 레피두스 사이의 공식협약, 기원전 43년) 3인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한 바 있다.

    조선은, 의정부(議政府)를 구성하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은 ‘재상’이라고 하여 6조 판서와 구분했다. 의정부는 국정 전반을 협의, 결정하는 국정협의체였다. 오늘날에는 헌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가 합의체를 통해 중요 업무를 결정한다. 국제기구들도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차기 회장, 현 회장, 직전 회장 등 3명으로 회장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정국을 안정시키며 나라를 잘 이끌려면 가능한 상상을 다 해봐야 한다. 물론 이 체제에도 단점이 있다. 트로이카 시스템이 갖는 장단점은 위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트로이카 시스템의 최대 문제는 3인이 심각하게 의견 대립을 하는 경우다. 이 문제는 합의로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3인 체제에 주목해야 한다. 양당 체제라면 3인은 항상 2대 1로 갈리니, 다수가 나올 수 있다.양당 체제가 아니라도 구체안에 대해서는 2대 1로 갈릴 수밖에 없으니, 다수로 의견을 결집할 수 있다. 그렇다면 3인은 합의할 수 있다고 본다.

    트로이카 시스템에서는 대통령 1인이 고독하게 결정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는 독재의 가능성도 줄인다는 뜻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때 결심하지 못했다. 혼자였기 때문이다.

    트로이카 시스템이 가진 또 다른 문제점은 3인이 모두 한 정당 출신이 되는 경우다. 이는 특정 정당의 독주를 초래한다. 따라서 예비나 예예비 대통령에 선출된 이는 당적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예비 대통령 3인 뽑아 순번제로 대통령직 수행하자
    신 동 련

    1940년 경기 김포 출생

    경희대 정외과, 스위스 제네바 국제관계대학원, 페루 비야레알 국립대 졸업(정치학 박사)

    경희대 교수

    現 평화의료재단 고문


    4년제 국회의원과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채택함으로써 혼란을 거듭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인간이기에 결코 완전할 수 없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대통령직)을 맡기지 말자.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흔들고 비판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정의 연속성 확보와 여야 간 첨예한 대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트로이카 시스템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