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인물 비교탐구

임종석 vs 이해찬

“임종석 용문고 동문들 꽤 많은 자리 갔다” ‘2인자’ 임종석 흔들, ‘미래권력’ 이해찬 뜬다?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8-09-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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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석 ‘동문 사랑’ 굉장히 깊어”

    • “文이 任에게서 신뢰·편안함 느껴”

    • “여당 패싱” “야당 스토킹”

    • “정책·인사·스타일에 피로감”

    • “임종석-이해찬, 악연 있다”

    • “文 지지 하락할수록 이해찬 세져”

    • 전국에 선물보따리…해찬들의 큰 그림은

    [동아DB,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동아DB,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문재인 정권의 2인자”라는 데에 여권 사람들은 별로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런데 “임종석이 흔들리고 새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된 ‘미래권력’ 이해찬이 뜬다”는 이야기도 정가에서 나온다. 화제의 두 사람, 임종석과 이해찬을 비교 탐구했다. 

    임 실장과 관련해, 최근 여권에서 새로 들리는 키워드는 ‘용문고’다. 여권 인사들은 “전남 장흥 출신인 임 실장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용문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계·관가·재계에서 용문고 출신이 유독 잘 나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임 실장(33회)과 우상호 민주당 의원(29회)은 용문고의 두 기둥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각각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과 1기 부의장을 지낸 인연도 있다. 두 사람의 용문고 선배이자 같은 운동권 출신(인천대 총학생회장)인 김교흥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사무총장(차관급)을 거쳐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임명됐다.

    새 키워드 ‘용문고’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조광한 남양주시장(1976년 졸업)과 박성수 서울 송파구청장(1982년 졸업)도 용문고를 나왔다. 1983년 이 학교를 졸업한 김택수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변호사)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9월 대전시 정무부시장에 임명됐다. 당시 대전지역 여당 인사들은 “용문고 후배인 임종석 실장과 핫라인 구축이 가능하다”고 반색했다고 한다. 김 부시장은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대전시장이 교체되면서 부시장직에서 물러났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종 낙점되진 않았지만, 최근 김택수 전 부시장이 모 정부 요직 인사에서 상위 순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용문고 출신 한 정치인은 “택수도 아주 훌륭한 친구죠. 언젠가 발탁될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단행된 군 인사에서 3군사령관에 임명된 김운용 대장도 용문고 28회다. 오규택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 최명식 화성세무서장도 이 학교 출신이다. 



    1979년 용문고를 나온 정재훈 전 산업기술진흥원장은 국내 최대 발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김교흥 부회장과 용문고 동기인 김민호 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에 각각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3월 임명된 윤태용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1978년 용문고 졸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직을 유지한다. 

    기업에서도 용문고 출신이 약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용문고를 나온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 부문장도 올해 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창균 현대EP 대표이사 사장,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이사,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도 용문고를 나왔다.

    “임 실장과 가끔 만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임종석·우상호·김교흥 등 용문고 출신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젊은 피 수혈’ 케이스로 정계에 입문했는데,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용문고 출신이 이들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서로 밀어주는 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교흥 부회장이 국회 사무총장에 재임할 때, 임종석 실장이 국회를 방문하면 용문고 선배인 김 사무총장 방을 찾아 격의 없이 담소를 나누곤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용문고 출신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용문고 동문들이 대거 기용되는 점을 인정한다. 다음은 한 용문고 출신 여권 정치인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용문고 인맥을 취재하는데요. 본인도 용문고를 나왔죠? 

    “네.” 

    동문들끼리 자주 모이는지요? 

    “음, 뭐, 아주 체계화된 모임이 있거나 그러진 않은데….” 

    본인은 고교 동문 정치인·행정가들과 친하게 지내나요? 

    “몇몇 사람과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잘 알던 사이고, 굉장히 가깝죠.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용문고 출신들이 요즘 이런저런 자리에 꽤 많이들 갔어요.” 

    안 그래도 용문고 인맥이 뜬다고 하더라고요. 임종석 실장과도 한 번씩 보나요? 

    “가끔. 뭐, 한 번 봤나? 임 실장 바쁘잖아요. 임 실장이 그런 걸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좀 불편해할 듯해요. 비서실장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알죠. 그래서 임 실장에게 어지간하면 부담을 안 주려고 그러고… 우리 다 마찬가지죠.” 

    임 실장이 학교 동문들에 대한 사랑이 깊다고 하던데요. 

    “그럼요. 깊죠. 굉장히 깊어요. 본인이 가능한 한 주어진 여건 내에서는 그래도 그냥… 우리는 뭐 서로 정치적으로 끌어주고 도와주고 이런 것보다는… 뭐라고 그래야 하나. 서로 좀 친하게 그냥 학창 시절의 우정과 즐거움을 갖는 정도예요. 정치적 의미는 크게 없는 것 같은데요.” 


    “어지간하면 부담 안 주려고…”

    문재인 정부 들어 용문고 출신들이 요직에 배치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각자 역량이 비교적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게 여러 흐름이나 상황과 맞아떨어진 거죠.” 

    어떤 흐름이나 상황? 

    “정치는 역량만으로 되는 게 아니죠. 상황 논리가 정치인을 더 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임 실장도 그렇잖아요. 2012년 총선 때 후보 자진 사퇴를 않고 배지를 달았으면 달라졌을 거예요. 실의에 빠졌으나 지나고 나니 만회가 됐죠.” 

    우상호 의원은 올해 6월 임종석 실장에게 들은 이야기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만 들어오면 일이 안 된다’고 핀잔을 줬다더라”는 일화를 공개했다. 임 실장은 즉각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사건에 대해 한 용문고 출신 인사는 “우 원내대표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장관직을 경험하지 않아 실수한 것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일이 있은 후에도 우 원내대표와 임 실장은 변함없이 서로 신뢰하면서 잘 지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가와 공공기관 일각에선 “용문고 출신이 최전선에서 탈원전 같은 핵심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돈다. 

    이 학교 출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취임 몇 시간 만에 고위직 간부 11명을 교체했다. 원자력업계 일부에선 “정부의 탈원전에 반대해온 한수원 내부 분위기를 바꿔 정부 기조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수원 측은 조직 혁신과 인사적체 해소 차원이라 설명했다. 이어 정 사장은 월성1호기 원전을 완전 폐쇄했다. 

    월성1호기 폐쇄에 대해 자유한국당 측은 정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주민, 지자체, 국회의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폐쇄를 결정했다.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해 투입된 7000억 원을 비롯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월성1호기는 2022년 11월까지 운영될 계획이었다. 한수원은 올해 “1조2058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등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文 ‘任의 실력·정체성’ 높이 사”

    8월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된 뒤 당기를 흔들자 옆에 서 있는 추미애 전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8월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된 뒤 당기를 흔들자 옆에 서 있는 추미애 전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임종석 실장은 문 대통령과 자주 독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인사와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이 8월 6일 청와대 비서관 인사를 한 결과, 대학 총학생회장 등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은 전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의 36%를, 임 실장이 관장하는 비서관급 이상 참모의 61%를 차지했다. ‘완전체 운동권 청와대’가 구성된 것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총학생회장·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 실장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 실장과 운동권 그룹이 청와대를 주도하고 몸집이 커진 이 청와대가 내각을 실질 지배하면서 국정을 총괄하는 권력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임 실장은 적폐청산, 탈원전, 남북 정상회담 같은 문 정부의 핵심 정책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파문으로 정계에서 물러난 뒤 임 실장은 여권 차기 주자로도 거명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초선 국회의원, 노무현의 친구’ 경력으로 대통령이 됐다. 임 실장은 ‘비서실장, 재선 국회의원, 문재인의 핵심 참모’라는 유사한 경력을 갖고 있으니 큰 꿈을 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인자 임종석이 조금씩 고립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거론되는 첫 번째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고용 급감으로 인해 혹독한 비난에 휩싸였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1차 타깃이지만 임 실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80%대에서 50% 미만으로 꺾였다. 송영길 의원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고용 악화를 성장통에 비유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견뎌라, 이런 자세는 옳지 않다”고 나무랐다. 당 친문계 핵심까지 청와대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적이 나쁘니 인사도 도마에 오른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600조 원을 운영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국사학과 출신으로 연금 관련 경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 4년 활동이 전부인 전직 의원이 이사장이 됐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 중에도 연금 전문가가 별로 없다. 이런 인사(人事)는 ‘노후를 맡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해찬 체제 출범에 맞춰 민주당에선 “청와대가 추미애 전 대표를 패싱하고 우원식 전 원내대표와 주로 상대하면서 여당을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야권에선 임 실장에 대해 “야당을 졸로 여긴다” “스토킹 수준으로 평양 동행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임 실장은 9월 10일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 정상회담에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국회의장과 야당이 재차 거절하자 그는 페이스북에 “올드보이가 아닌 꽃할배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썼다. 

    야당은 “무례한 초청”이라며 격앙했다. 손학규 비른미래당 대표는 “비서실장이 자기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임 실장의 꽃할배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여권 인사는 “여당 일부에서도 임 실장의 정책, 인사, 스타일에 대한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임 실장이 문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임 실장과 접촉하는 한 측근은 “문 대통령이 임 실장에게서 신뢰와 편안함 같은 것을 느낀다. 임 실장의 실력과 공유할 만한 정체성을 높이 사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을 설계해야 하는 집권 초기, 비서실장으로 가장 무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임 실장은 뛰어난 균형감각과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력 대이동 조용히 진행”

    ‘청와대가 이해찬 대표 체제를 원치 않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가설이다. 전당대회에서 김진표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해 “대통령에게 부담만 드릴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당원과 일반 국민 모두에게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 대표가 됐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호사가들은 “이 대표가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이해찬 승리에 담긴 4가지 은밀한 함의’를 놓고 갑론을박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대중성’ 면에서 이해찬이 임종석을 능가한다. 이해찬이 얻은 표가 증명한다. 

    둘째, 여당에 대한 청와대의 파워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그랬다면 청와대가 원한 인물로 널리 알려진 김진표가 당 대표가 됐을 것이다. 

    셋째, ‘청와대 참모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당 인사들에게 이해찬이 대안이 되고 있다. 추미애 전 대표의 이해찬 지지가 상징적 사건이다. 추 전 대표의 한 참모는 ‘이해찬 당선으로 임 실장이 당연히 불편해져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수록,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자’를 자처한 이해찬의 실권은 강해진다. 

    넷째, 2020년 총선 공천 주도권이 이해찬에게 넘어갈 수 있다. ‘진박 논란’ 같은 볼썽사나운 다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여권 내 권력의 대이동이 조용히 진행될 수 있다.

    여권 인사 몇몇은 “임 실장과 이 대표 사이엔 악연이 있다”고 말한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 패배 직후 당에선 2선 후퇴해야 할 중진이 거론됐다. 이해찬, 김원기, 정대철이었다. 당시 임종석 당 쇄신위원은 “최대한 염치와 반성에 바탕을 둔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화자의 의도와 달리, 이해찬에겐 불편하게 들렸을 수 있다.
     
    2012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이해찬이 참여한 ‘혁신과 통합’은 “불법비리전력 후보들에게 온정을 베풀지 말고 확정판결 이전이라도 사실관계 확인 후 배제”라는 낙천 기준을 발표했다. 결국 보좌관이 저축은행에서 1억 원을 받은 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 1년형을 받은 임종석 당시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 사무총장직을 사퇴했고 공천을 반납했다. 임종석은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킹메이커와 킹은 한 끗 차이

    ‘버럭 총리’ ‘3·1절 골프’ ‘보수 괴멸’ 이미지의 이해찬은 2016년 ‘총선 낙천, 탈당, 무소속 당선, 복당’을 거쳐 67세에 문재인 정권의 여당 대표가 됐다. 이젠 복도에서 기자들이 질문해도 화 내지 않는 ‘해찬들(햇살이 가득 찬 들녘)’이 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전국을 돌며 산타클로스처럼 지역개발 선물 보따리를 안기고 있다. 서부경남KTX 조기착공 검토, 부산북항 재개발, 구미공단 활성화, 전남 전기차 산업 지원, 충남 내포신도시 개선, 세종 국회분원 설치, 수도권 광역교통망 지원, 공공기관 지방 이전…. 

    ‘다 내려놓고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는 킹메이커가 되겠다’고 했지만, 킹메이커와 킹은 한 끗 차이. ‘해찬들’은 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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