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대권 향한 샅바싸움, 與野 당권 레이스 셈법

민주당 ‘호남대망론’? 친문에게 물어봐! 통합당 비대위? 조기 전대? “앞이 안 보인다”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20-05-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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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권 잡고 대권까지…여야 주자들의 ‘워너비’

    • 친문계 지지가 절대적…‘코드 맞추기’ 나선 주자들

    • ‘창밖의 남자’ 박원순·이재명·원희룡·홍준표

    • 김종인의 40대 기수론, 김세연 비대위론

    • 김무성-유승민 ‘KY라인’ 공조 가능할까

    “당권 잡고 대권 가자!” 

    모든 대권주자의 희망사항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점이 애매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권주자는 대통령선거 1년 전까지 모든 당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는 8월 말에 전당대회를 치른다고 가정했을 때, 설령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6개월여 만에 사퇴해야 한다. 단명(短命) 대표다. 당연히 득실 계산이 복잡해진다. 실익이 없지 않지만, 과욕을 부린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대리인을 내세워야 하나 고민스러울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대권주자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당헌·당규를 개정하지 않는 한 대권주자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당규를 개정하자는 말이 나온다. ‘당권과 대권 분리’라는 그동안의 원칙을 깨는 일이다. 더욱이 잠정적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데 의견이 모인 상황이다. 비대위가 출범하면 전당대회는 일러야 12월에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비대위가 당헌·당규를 개정하지 않으면, 대권주자의 당 대표 도전은 절대 불가다. 

    현재의 당규하에서 가능한 한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예컨대 6월 초에라도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초단명 대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대안이다. 이보다는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미래통합당 대권주자들은 ‘대리인’을 내세우는 쪽에 훨씬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이낙연 독주, 김두관의 맹추격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김부겸, 김두관 의원(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김부겸, 김두관 의원(왼쪽부터).

    민주당 대권주자에게는 6개월짜리 당권 카드가 남아 있다. 그래서 민주당 대권주자 사이에서는 단명 대표일지라도 도전해 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가장 앞선 주자는 역시 이낙연 전 국무총리(현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다. 이 전 총리는 이미 ‘친이(친이낙연)계’ 결성에 나섰다. 4·15 총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할 당시, 무려 38명을 후원회장 자격으로 지원했다. 이 가운데 22명이 당선자다. 이들과 지난 5월 15일 오찬을 함께 했다. 5월 7일에는 낙선자 15명하고도 오찬을 했다. 



    이 전 총리는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로 임명했지만, ‘친문계’로 보기도 어렵다. 반면에 민주당이 총선을 거치면서 친문세가 더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선 당내 경선에 나설 경우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친문계’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획득하거나, ‘친이계’를 확장해야만 길이 열린다.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하는 데 대표직은 유리하다. 

    이 전 총리는 싱크탱크 결성에도 나섰다. 전남지사 시절부터 이어오던 공부 모임을 기반으로 100여 명 규모의 전문가 집단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계파 확장과 전문가 모임, 교범에 따라 일정에 맞춰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다. 이런 속에 최근 당 일각에서 ‘이낙연 비대위론’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 연장선에서 ‘이낙연 추대론’도 불거졌다. 자가발전 성격이 강한 이 주장을 현재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이 수용할 리 없다. 결국 이해찬 대표가 나서서 없던 일로 정리하고 말았다. 

    ‘이낙연 비대위론’은 이 전 총리의 내심이 담긴 카드다. 지난 총선 당시 호남 유권자와 수도권 호남 출신 유권자 사이에서 위력을 발휘한 ‘호남 대통령 대망론’을 굳혀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진보 정권 1기였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기, 문재인 대통령이 3기에 해당한다. 2기와 3기를 영남 출신 대통령으로 집권했으니 다음에는 호남 출신 대통령이 나올 차례라는 게 ‘호남 대통령 대망론’이다. 

    자칫 이낙연 독주 체제로 흐를 수 있는 구도 속에 맹추격을 예고하고 나선 인물은 김두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원조 친노’에 ‘친노 부산파’로, 족보로 따지면 문 대통령과 한집안이다. 그런데 ‘친문계’는 아니다.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대권을 향한 꿈을 키워온 것이다. 그러던 그가 이번 총선에서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을’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고, 험지로 변한 그곳에서 승리했다. 

    여기에 김 의원의 노림수가 있다. 친문세가 강해진 민주당에서 대권주자가 되려면 친문계의 지지가 절대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1차 교두보를 마련한 김 의원은 최근 친문계와 ‘코드 맞추기’에 열심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어려움에 봉착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을 보호하는 데 적극 앞장서는가 하면, 또 다른 친문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과 합당에도 열심이다. 이런 구애에 친문계가 얼마나 호응할지가 변수다. 하지만 이 전 총리에서 친문 대권주자로 갈아타야 할 때가 왔다고 그들이 판단 내리는 순간, 김 의원이 한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신’ 김부겸, ‘창밖의 남자’ 박원순

    친문계로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인물은 홍영표 전 원내대표다. 원조 친문은 아니지만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그를 친문계가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이미 ‘친문 당권파’ 김태년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여기에 대표까지 ‘핵심 친문’이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평시 상황이면 당심이 그 반대로 움직일지 모른다. 친문 일색으로 가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친문 대권주자도 없다. 이제부터 키워내야 한다. 그렇다면 당권도 친문계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욱이 홍 의원도 이미 4선(選)이다. 이 정도면 대권에 도전해 볼만한 ‘군번’이다. 그런 점에서 그도 잠재적 친문계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봐야 한다. 

    총선 과정에서 이미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도 도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지난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것은 노무현 정신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전설적 성과다. 그 상징성과 더불어 문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기용했다는 것은 친문계에 또 다른 호감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핵심 친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또한 친문계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키워보고 싶어 할 만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창밖의 남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리인을 대표로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당내 조직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총선 공천 과정에도 적극 개입할 처지가 아니라 자기 사람을 키워내지 못했다. 그래서 설령 누군가 대리인을 내세우더라도 당선되기 어렵다. 누군가 유력 당권주자와 연대하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통합당은 여전히 혼미하다. 당장 유력 대권주자가 없다. 한때 이낙연 전 총리의 대항마였던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패배와 대표 사퇴 이후 급속하게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범야권에서 그나마 대안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밖에 남지 않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5월 12~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본 결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3%,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2%, 황교안 전 대표가 1%, 유승민 의원이 1% 순으로 나타났다. 바닥이다.

    황교안 빠진 자리에 ‘자강론’ 조경태

    미래통합당 김무성, 조경태, 유승민, 김세연 의원(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김무성, 조경태, 유승민, 김세연 의원(왼쪽부터).

    여기에 당권주자마저 대리인을 내세워야 하는 조건이라면, 오히려 유력 당권주자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이런 기회를 노리는 인물이 바로 조경태 의원이다. 조 의원은 총선 이후 누구보다도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는 ‘조경태 비대위론’까지 나온다. 이 또한 자가발전의 성격이 강해 보이긴 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5선이면 대권에 도전할 만하기도 하다. 조 의원은 여당에서 당적을 옮긴 인물로, 당시부터 중도보수 성향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점에서 외연 확대에 유리한 강점을 지녔다. 본인도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당권을 잡는다면, 차기 행보를 대권 도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권주자로 지지율이 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런 속에 김무성 전 대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보수 유튜버들과 전쟁을 선포하는가 하면 총선 직후에는 본인 주도로 비박계 의원들과 만찬을 갖기도 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최근 친박·비박 구분 없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의원들과 공동 사무실도 꾸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권 교체의 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대선 행보인 듯 아닌 듯 조금 애매해 보이지만, 기회는 일단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도 조경태 의원처럼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조기 전당대회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김종인 비대위 무산 이후 본인 중심의 비대위를 고려하거나 조기 전당대회도 나쁘지는 않다는 인식 정도가 아닐까 추정해 본다. 유 의원도 김 전 대표처럼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점이 대표 도전에는 장애 요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승민 비대위’를 더 선호할 것이다. ‘유승민 비대위’를 만들어간다고 전제했을 때, 다시 한번 김무성-유승민 이른바 ‘KY라인’의 공조가 재현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40대 기수론’ 김세연과 무소속 거물들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차기 대권주자의 조건으로 ‘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거론했다. 이후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인물이 김세연 의원이다. 김 의원은 비대위가 만들어진다면, 김종인 위원장이 최선이라는 조건부 지지 입장이다. 김 의원도 내심으로는 ‘김세연 비대위’를 원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되고 나면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또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대표에 등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 경우 그도 조경태 의원처럼 대표 이후 대선 출마를 시도할 것으로 봐야 한다. 

    통합당에도 ‘창밖의 남자’가 여럿이다. 당내 인사로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 밖 인사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그들이다. 원 지사는 지사직을 던지지 않는 한 기회를 잡기 어렵다. 더욱이 총선 때 자기 사람 키우기도 실패한 까닭에 대리인을 내세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에게는 복당이 우선이다. 홍 전 대표가 복당을 빨리 시키라고 목청을 높이는 중이지만 당장 기회가 올 것 같지 않다. 비대위 또는 차기 지도부에서 결정할 텐데, 그들도 이들에게 대표 진출 기회를 허락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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