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목소리 반영, 당헌·당규 개정해야 (권용태)
보수 가치 아닌 보수 정치인의 패배 (김성용)
21세기 대한민국에선 경험이 때론 독 (김재섭)
청년비대위는 보수 재건 위한 사내 벤처 (백경훈)
정책 아이디어 공모해 당비로 기부금 조성하자 (장능인)
홍보 기준 없으면서 보수 유튜버 비난? 못난 짓 (조성은)
현장서 멀어지니 비상식적 막말 나와 (천하람)
장 소 |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참석자 | 권용태(26) 미래통합당 대학생위원장 직무대행, 김성용(34) 전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재섭(33) 전 21대 총선 서울 도봉갑 후보, 백경훈(36)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장능인(31) 상근부대변인, 조성은(32) 전 선대위 부위원장, 천하람(34) 전 21대 총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후보
7명의 청년정치인은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보수의 미래를 논했다. 신동아는 미래통합당 청년비상대책위원회 소속 7명의 위원을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4월 27일 통합당 내 총선 출마자 등 20~30대 청년당원 20명이 청년비대위를 결성했다. 총선 참패 후 통합당의 혼미를 극복하고 보수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청년비대위 소속 7인에게 ‘보수’의 길을 물었다.
- 청년비대위 출범 후 활동은.
김성용 전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 “21대 총선에서 국민에게 외면받은 당을 어떻게 되살릴지 젊은 리더들이 모여 얘기해 보고자 결성했다. 당내 공식기구는 아니다. 아직은 구체적 성과보단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보수의 가치란 무엇인지 답을 구하고 있다.”
청년비대위가 낸 ‘정치적 메시지’는 크게 두 갈래였다. 4월 27일 결성 직후 당에 향후 공식 출범할 비상대책위원회의 50% 이상을 청년당원(만 45세 이하)으로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4월 29일엔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 전 열린 통합당 전국위원회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까지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의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시한부 비대위원장’직을 사실상 거부했다. 청년비대위는 심재철 당시 원내대표가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아가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부탁한 모양새를 비판했다.
-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한 배경은 무엇인가.
권용태 대학생위원장 직무대행 | “우리가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당선자 총회에서 뽑힌 원내대표의 행보에 맞추겠다는 취지였다.”
김성용 |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제 1야당이 개인에게 읍소하는 모양새가 됐다. 절차와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비대위가 들어설지 여부는 당선자 총회와 상임전국위원회 등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대위 50% 청년당원으로 채워라”
백경훈 미래통합당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박해윤 기자]
백경훈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 “당에 젊은 인재가 활동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꼭 청년비대위에 속한 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은 없을지 모르나 숨은 인재가 많다고 생각한다. 옛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 등 중도 세력까지 아우르는 창당 과정에서 괜찮은 인재가 여럿 들어왔다.”
천하람 전 21대 총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후보 | “당에는 45세 이하 총선 당선자들도 있다. 우리 청년비대위, 혹은 원외 인사 중에서만 비대위원을 고르란 말이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사를 모으면 청년으로 50% 이상을 채울 역량이 있다.”
- 당 안팎에서 ‘830세대(80년대생·30대·00학번)론’ ‘40대 기수론’ 등이 제기된다. 청년비대위도 세대론에 편승하는 것 아닌가.
천하람 | “세대란 틀에 갇힐 생각은 없다. 청년은 무조건 옳으니 꽃가마에 태우고 특혜를 달라는 말이 아니다. 청년비대위엔 낙천·낙선자가 많다. 생생한 바닥 민심에서 우리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잘 느꼈다. 이런 노하우를 당 미래를 위한 공동 자산으로 만들고 싶다. 당내에 계파를 만들어 자리다툼할 생각은 없다. 과거 중진 의원이나 당내 계파에 밀려 개혁의 목소리가 약했으니 이제 청년 스스로 힘을 길러보자는 것이다. 당내의 소장파 초·재선 의원들도 우리와 비슷한 뜻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과 청년비대위가 합쳐 또 하나의 계파를 만들 생각은 없다.”
조성은 전 선대위 부위원장 | “830세대론, 40대 기수론 등은 특정 이미지에 끼워 맞춘 인재 찾기로 보인다. 삼신할머니가 점지하듯 정치인을 뽑아 세대교체해서는 안 된다. 최근 비판 대상이 된 586세대도 30대부터 자기 세대만의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각 세대 정치인들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소장개혁파란 말이 있지만, 이제 개혁이란 단어도 밋밋하게 들린다. 특정한 소수를 조직화할 일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 수준으로 당을 재창조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앞으로 갈 길이 밝지 않다.”
조성은 전 선대위 부위원장 [박해윤 기자]
백경훈 | “청년을 위한 정치뿐 아니라 청년에 의한 정치도 필요하다. 과거 보수정당도 청년을 영입했지만 주로 ‘액세서리’로 활용해 한계가 분명했다. 최근 누가 기업을 이끌며 기업이 누굴 타기팅하는가. 모두 미래 세대다. 정치도 다를 수 없다. 사회 흐름에 맞는 정책을 만들려면 새 세대가 필요하다.”
조성은 | “청년정치가 과거와의 단절만 강조한다면 ‘미숙아 정치’가 된다. 청년이란 이유로 실수와 타협한다면 신뢰를 못 얻는다. 2030세대만의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국가 운영에 투영되면 더 건강해진다. 정당이 시민들과 교류하며 인재 교육 기능까지 갖춘다면 인재 풀이 마를 일도 없다.”
천하람 | “내가 이렇게 당에 갑자기 영입된 것 자체가 청년정치를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방증이다. 정치에 뜻을 품은 청년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당에서 차근차근 트레이닝받아 공천받는 것이다. 둘째는 당 밖에서 ‘팬시’(fancy·화려한)한 ‘스펙’을 쌓은 후 영입 제안을 받는 것이다. ‘잘나가는 청년’은 모두 후자를 택할 것이다. 이래선 청년정치 생태계가 안 생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당에서 오랜 훈련을 거쳐 젊은 국가지도자가 됐다. 민주당·통합당 모두 ‘뉴페이스’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준석 케이스’ 잊어라”
김재섭 전 21대 총선 서울 도봉갑 후보 [박해윤 기자]
김재섭 전 21대 총선 서울 도봉갑 후보 | “반대로 이른바 청년정치인의 꿈을 가진 사람들의 태도도 지적하고 싶다. 이들의 얘길 들어보면 같은 청년으로서 답답한 부분이 있다. 누구나 정치인이 될 수 있어야 하지만 아무나 돼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청년 스스로 자립할 여건을 마련하고 당에 뭔가 요구해야 한다. 청년의 준비와 당의 시스템 모두 필요하다.”
- 직접 겪은 현장 민심은 어땠나.
천하람 | “유세 현장에서 ‘해피핑크’(통합당 상징색) 점퍼만 보면 발걸음을 돌리는 유권자가 적잖았다. 그래도 젊어서 많이 봐줬다고 생각한다. 호남 지역에 출마해 보니 우리 당에 대한 기대가 워낙 낮아 조금만 상식적인 얘길 해도 유권자들이 참 좋아했다. 가령 ‘통합당은 5·18을 폭동이라고 하지 않느냐’는 항의에 ‘5·18은 당연히 민주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그런 멀쩡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왜 통합당에 있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우리 당은 호남과 2030세대 여성이 가진 ‘통합당은 비상식적’이란 마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에게 2020년에 맞는 사회·역사 인식만 보인다면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김재섭 | “‘젊어서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권자는 나이 많은 후보가 보좌관을 대동해 치르는 ‘멋들어진’ 선거운동에 익숙하다. 유세 기간에 술집에서 명함을 돌리니 처음엔 ‘삐끼’인 줄 알더라. 젊은 놈이 다가가 말도 걸고 맥주 한잔 받아먹으니, 유권자들은 ‘나와 대화가 통한다’는 반응이었다. 낙선했지만 젊은이들이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단 확신을 갖게 됐다.”
김성용 | “서울 송파병에서 당협위원장과 총선 예비후보로서 15개월 동안 활동했다. 김을동 전 의원을 빼곤 통합당이 한 번도 의석을 얻지 못한 곳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선거구 중 유일하게 통합당이 패했다. 예비후보로서 경선도 못 치렀지만 현장에서 열심히 뛰며 유권자에게 젊은 후보가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김재섭 후보의 경우 나와 같은 시기에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됐다면 승리했을 것이다. 당이 다음 선거부터는 출마할 청년을 지역에 더 일찍 보내야 한다.”
“경선 않고 사람 날려 보내니 고전”
장능인 상근부대변인 [박해윤 기자]
- 보수 세력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많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란 무엇인가.
김성용 | “보수의 가치는 늘 살아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실패다. 이제껏 맘대로 떠들 자유를 누렸지만 그 말에 책임지는 이가 얼마나 있었나. 우리 당은 공정과 정의의 사다리를 걷어찬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공언했다. 당내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면 공정·정의를 외칠 자격이 있었나. 새로운 가치를 찾을 것이 아니라 보수의 본래 가치를 잘 지켜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장능인 상근부대변인 | “보수 세력은 기득권을 지키다가 망했다. 생즉사(生卽死)한 셈이다.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선 사즉생(死卽生)해야 한다. 보수와 통합당에는 사즉생의 희생할 마음이 없었다.”
백경훈 | “앞으로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보편성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명의 흐름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화(共和)다. 기술 격변이 가져올 충격을 기존의 자유주의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공동체와 연대(連帶)의 힘으로 함께 극복해야 한다.”
“기득권 지키는 게 보수의 몫”
권용태 대학생위원장 직무대행 [박해윤 기자]
조성은 | “민주 진영에서 던진 화두를 사회제도 안에서 완성한 것은 보수정권이다. 나는 호남계가 많은 국민의당에서 정치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이 없었다면 이후 정권에서 남북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란 얘길 많이 들었다. 탄핵 후 보수가 위축되다 보니 진보 ‘진영’과 사회의 ‘진보’를 구별 못 한 것 같다. 문재인·민주당·진보란 ‘태그’가 달린 가치는 모두 반대했다. 이러니 당이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것처럼 비쳐 ‘70년대 정당’이란 소릴 들었다.”
조성은 전 위원장은 본래 진보진영에서 활동했다.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6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공천관리위원을 지냈다. 당시 국민의당 내에서 호남계로 분류됐다. 총선을 앞두고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가 영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진보에 환멸을 느낀다’며 통합당에 합류했다.
- 보수 재건을 위한 복안은.
장능인 | “국민이 통합당에 느끼는 거리감을 줄여야 한다. 당 차원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아이디어를 공모하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현실화를 위해 당이 투자할 수 있다. 당원으로부터 자발적 시드머니를 모금해 재원으로 삼는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도 모으고, 당원에겐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기부하는 사람이란 정체성과 자부심을 줄 수 있다.”
“사무실 운영비 月1000만 원… 정치 여건 마련해 줘야”
김성용 전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박해윤 기자]
조성은 | “당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을 재정립해야 한다. 최근 당 일각에서 보수 유튜버를 공격하는데 못난 짓이다. 당 차원의 홍보 기준도 마련하지 않더니 선거에서 망하고 유튜버를 탓한다. 그들이 당 대표인가? 공식 권한도 없는 이들을 탓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백경훈 | “청년비대위는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사내 벤처’다. 당장 성과를 내면 좋지만 참 지난한 과정이다. 당에서 바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무와 정무의 역할 재조정도 필요하다. 지금은 원내 인사들이 당 대표 등 요직을 다 차지한다. 앞으론 당도 ‘오픈형 플랫폼’이 돼야 한다. 여의도 폐쇄정치에서 벗어나려면 당 안팎의 준비된 인재들에게 당무를 맡겨야 한다.”
권용태 | “당헌·당규도 올드하다. 지금 당 구조엔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당헌·당규 개정 때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는 것도 청년비대위의 역할이어야 한다.”
천하람 | “이제껏 당이 지나치게 지지층의 얘기만 들었다. 정치인의 역할은 자기에게 반대하는 국민을 만나 설득하는 것이다. 우리 당은 쓴소리하는 국민을 만나길 저어했다. 당이 현장에서 멀어지니 상식에서도 멀어져 막말이 쏟아졌다. 현장 속 날것의 민심을 듣다 보면 거대 여당에 맞설 답을 찾을 수 있다. 야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 왔지만 다 소용없었다. 제일 임팩트 있던 것이 뭔가. ‘요즘 경기 거지 같다’고 말한 시장 상인의 목소리가 카타르시스를 줬다. 강한 야당의 힘은 내게 반대하는 국민 품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