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할머니 “내 글 맞다” 주장에도 金 연일 배후설 제기
측근 B씨 “3월 말부터 회견 개최 여부 3~4차례 번복하며 고민”
“2차 회견문은 수양딸 곽씨가 할머니 구술 받아 혼자 작성”
李할머니 “내 나이 돼 봐라, 글 똑바로 써지나” 질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5월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 내용을 미리 정리한 기자회견문을 보여주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김어준, 자기 진영 불리하다 싶으니 배후설 제기”
일제강점기 피해자 관련 단체 대표로 활동 중인 B씨는 26일 ‘신동아’와 통화에서 “3월 말 할머니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싶다’고 요청해왔다. 나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피해자 관련 단체장들과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가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돕기로 하고, 최 대표가 기자들을 직접 불러 모았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취소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5월 7일 1차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이런 일이 3~4차례 있었다”고 말했다.B씨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이 할머니의 수양딸로 알려진 곽모 씨와 운전기사를 자처하는 A씨, 진관 스님(불교인권위 공동대표) 등 이 할머니의 측근들과 함께 수차례 의견을 주고받은 인물이다.
B씨는 “할머니가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내일은 윤미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겠다’고 결심한 뒤 그 다음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며 다시 생각을 바꿨다”며 “할머니가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1차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인데, 김어준이 배후설을 내놓으면서 할머니를 모욕하고 있다. 자기 진영에 불리하다 싶으면 배후설을 꺼내며 음모론을 제기한다. 아흔이 넘은 위안부 피해자에게 뭐 하는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에 따르면 25일 개최한 2차 기자회견문은 곽씨가 이 할머니의 구술을 문안으로 정리했고, 이를 기자회견 당일 아침 곽씨가 측근들에게 기자회견문 전문을 메시지로 전송했다고 한다. B씨는 “2차 기자회견문을 할머니 측근 7~8명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곽씨 혼자 할머니의 말을 그대로 받아 작성한 것”이라며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자리에 앉자마자 손에 쥐고 들어 보인 기자회견문이 바로 곽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26일 JTBC 인터뷰에서 김씨가 제기하는 배후설에 대해 “(나는) 무식한 사람이지만 기자회견문은 내가 읽다 쓰다 이러다 썼다”며 “옆에 (수양)딸이 있으니까 이대로 똑바로 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나이가 돼 봐라. 글 똑바로 써지나. 그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거 아니다. 다시는 그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李할머니 “내 글 맞다” 주장에도 金 연일 배후설 제기
김어준 씨는 26일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소수 명망가’ 등 표현에 대해서는 “그 연세 어르신이 쓰는 용어가 아닌 시민단체들이 조직을 이끌 때 드러나는 단어”라고 주장한 바 있다.김씨는 27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언론에서 내가 사주설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언제 사주했다고, 시켰다고 했나. 이 할머니가 당연히 결정했고 오케이 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이 할머니가 받은) 정보가 있을 것 아닌가. 왜곡된 정보에 누군가 관여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곽씨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을 비롯한 음모론자들의 잘못’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어머님(이용수 할머니)이 오랫동안 고민하며 제기한 문제들을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몰아 어머니의 본뜻을 가리고,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늙은이로 치부한 것은 그 자체로 모욕 행위”라며 김씨를 비판했다. 곽씨는 “나를 비롯한 할머니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모욕했다. 토착왜구의 음모에 휘둘리는 정신 나간 사람들로 매도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