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尹 격노 자제하고, ‘김건희 특검법’ 합의 처리 고려해야”

[특집 | 반환점 도는 윤석열 정부 大진단] 남은 2년 반, 尹이 넘어야 할 7가지 허들

  • 이종훈 정치평론가

    입력2024-11-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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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노 : ‘온당한 경우’ 한정해 격노해야 국민 공감 가능

    • 여사 : 김건희 여사는 윤 정권 최대 아킬레스건?

    • 순방 : ‘이명박식 실무 방문’으로 해외순방 가성비 높여야

    • 세수 : 지출 유발 가능성 높은 정책·사안에 신중해야

    • 성과 : 의료·노동·교육·연금 4대 개혁 성과 내야 할 시간

    • 인사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외통수 인사’ 중단해야

    • 협치 : 정쟁과 민생 분리한 對野 ‘투 트랙 전략’ 구사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 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 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취임일 기준, 11월 9일이면 2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난다. 이제 곧 내리막이다. 지난 2년 반도 순탄치 않았다. 임기 초반부터 인사 논란에 휩싸이며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뒤, 좀체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악재에 악재가 쌓이면서 급기야 핵심 지지층마저 떠나는 지경이다. 남은 2년 반, 윤 대통령은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을까. 7가지 허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1. 격노

    윤 대통령의 최대 적은 ‘격노’다. 격노 보도는 임기 첫날부터 터져 나왔다. 검찰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미리 보고하지 않은 것에 격노했다는 보도다. 이후 첫 내각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다른 장관 후보자 임명 건과 연계했을 때,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때,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늑장 대응 보고 논란이 일었을 때도 격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에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온다. 장예찬 등 친윤 인사의 대통령실 기용 무산 보도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독대 요청 사실 언론 유출에도 격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통령도 인간이기 때문에 화를 낼 수 있다. 문제는 빈도와 사안이다. 빈도가 너무 잦으면, 성격상 문제 곧 분노 조절 장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말 분노할 만한 대상이 아닌 사안에조차 분노한다면, 참모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거나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격노는 그 자체로 ‘강력한 명령’이다. 격노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격노조차 정무적으로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격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순간이 있다. 타국이 외교적 도발을 해왔을 때나 정책 실패나 비리가 발생했을 때 등이다. 온당한 경우에 한정해 격노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음주가 격노의 원인이 아닌지도 전문 의료진의 판단을 받아보길 권한다. 윤 대통령도 이제 두주불사(斗酒不辭)를 이겨낼 정도로 청춘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여사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 다시 불이 붙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참여 의혹, 명품 백 수수 사건 불기소 처분, 2024 총선 당시 공천 개입 의혹, 정부 산하기관 인사 개입 의혹 등이다. 세간에서는 현 정권이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이라느니 ‘실제 VIP는 김 여사’라느니 하는 따위의 소문까지 무성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김 여사를 윤석열 정권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본다. 쏟아져 나오는 김 여사 관련 의혹 보도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2024년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감’으로 끌고 가려고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까지 출범시켰다. 증인과 참고인이 쏟아낼 증언 그리고 최근 김 여사 관련 보도의 진앙인 각종 제보까지 더해, 국감 직후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전략이다. 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방어해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현재는 일부 친한동훈계 인사만이 김 여사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특검 처리 불가피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친윤계 인사 사이에서도 차기 정권보다는 이번 정권에서 특검을 받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이제까지 윤 대통령의 대응 기조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명품 백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도이치모터스 관련 추가 의혹 보도에도 재수사 움직임이 없다. 최근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이나 정부 산하기관 인사 개입 논란도 아직까지는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았다. 대략 이 정도면 각종 의혹이 다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도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국민의 판단은 이와 반대다.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여전히 높고, 김 여사 문제가 윤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대거 나와 가결되는 편보다 낫다.

    3. 순방

    윤 대통령만큼 해외순방 때마다 논란에 휩싸인 전직 대통령은 없었다. 집권 초인 2022년 9월 미국 순방 당시 벌어진 ‘날리면’ 논란이 그 시작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9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 기준 국정 수행 지지율은 24%까지 떨어졌다. 당시 조사에서 부정 평가 사유 1위도 ‘외교’로 17%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정말 열심히 해외순방을 다녔다. 가장 큰 명분은 ‘부산 엑스포’ 유치였다. 유치에 실패한 2023년 11월 말까지 동일 기간 역대 최다 16차례 해외순방을 기록했다. 해외순방을 정말 공격적으로 다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기록이다. 성과를 낸다면 자주 해외순방을 다녔다고 문제 삼을 국민은 없다. 비용 대비 효과 곧 가성비가 높은 해외순방을 다녀왔다면, 오히려 지지율 상승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저비용 실무 회담을 선호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고비용 순방을 다녀 더 논란이기도 하다. 2023년 대통령실은 정상 외교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49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그조차 부족해 예비비 329억 원을 끌어다 썼다. 본예산보다 더 많은 추가 경비를 사용한 것이다. 예비비는 재해재난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안에 사용해야 하지만, 이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당연히 범야권에서는 외교가 아닌 외유를 다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다녀온 뒤 의례적으로 행해온 여야 대표 초청 만찬도 열지 않았다. 당연히 ‘안보에 여야 없다’는 말도 사라졌다.

    순방 대상 국가 언론이 김 여사를 소비하는 방법도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최근 체코 방문 뒤에도 현지 언론이 김 여사가 사기꾼이라는 식의 보도를 내놓아 논란이 불거졌다. 세계 각국 언론이 영부인 관련 보도를 내놓는 경우는 흔하다. 그중에는 부정적 내용도 없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영부인 중에 이런 식으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어 국민 모두가 민망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식 실무 방문’을 추천한다. 세일즈 외교를 자처한다면 더욱더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경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예비비를 끌어다 쓸 일도 없다. 해외순방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대거 거느리고 다니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꼭 필요한 기업인만 수행하도록 했다.

    4. 세수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는 자유주의적 시장중심주의다. 그런 맥락에서 법인세도 인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포퓰리즘 정책과 국가채무 폭증을 비판하면서, 건전재정 곧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겠다고도 말해 왔다. 2024년 4월 1일 집권 2년 맞이 대국민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를 원칙으로 삼아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물가를 잡고 국가신인도를 유지해 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2023년 국세 수입이 예산안 추정치보다 56조4000억 원 덜 걷히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을 기록했다는 기획재정부 발표가 나온 것이 1월 31일이다. 그로부터 무려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가 잘 유지되고 있다며 자랑한 것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는 2024년에도 개선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결국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26일 이런 사과문을 내놓았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 장관으로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코로나19 이후 4년간 세수 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세수 결손이 이어지자 민주당 쪽에서는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추경안 편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거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환율 대응 자금인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돈을 끌어다 쓰거나 공공자금관리기금에 갚아야 할 이자를 갚지 않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일관하고 있어 더 논란이다.

    민주당 주장을 받아들여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건전재정 명분에 훼손이 올 것 같으니 이 같은 편법을 쓰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오래 끌고 가기는 어렵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전면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또한 지엽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시절 인기 영합적 표퓰리즘 정책 추진으로 국가채무가 5년간 무려 400조 원이나 증가했다고 공격한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권 시절 편성했던 초슈퍼 예산안을 근본적으로 손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마지막 해인 2022년 예산안은 최초로 600조 원을 넘긴 604조 원 규모였다. 윤석열 정권의 2023년 예산안은 오히려 이보다 많은 638조7000억 원이었다. 결국 처음부터 건전재정은 허울뿐인 목표에 불과했거나 달성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당히 눈속임으로 넘어가려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세수 결손 와중에도 윤 대통령이 유발한 지출은 증가세다. 해외순방 비용 증가 이외에도 대통령실 이전 경비로 예비비를 끌어다 쓴 사실이 지난 7월 밝혀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증원 결정 이후 의정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그 공백을 메우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이 야심만만하게 발표한 동해 유전 탐사 시추에도 연말부터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남은 2년 반 동안 윤 대통령은 지출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나 사안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자신과 관련한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 정권 국가부채 폭증에 대한 비판의 정당성 그리고 건전재정 주장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5. 성과

    집권 2년차부터는 국정 성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4대 개혁’조차 장기 정체 상태다. 의료개혁의 경우, 의정 갈등 장기화로 거의 1년이 지나도록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의과대학 교육이 전면 중단되면서 오히려 내년도 의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역설적 상황까지 벌어졌다. 언제 수습 국면에 들어설지도 불투명하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임기 초인 2022년 7월 2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계획을 발표했다가 불과 11일 만에 취소한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교육개혁 성과로 강조하는 것이 늘봄학교인데, 이에 대해서는 보수단체인 한국교총 역시 교실과 강사 부족에 따른 사업 부실화를 우려한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서도 2023년 3월 6일 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포함된 ‘주 69시간제’가 논란이 된 결과,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선으로 후퇴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표 역시 노동 관련법 개정이 언제 이뤄질지 몰라 불확실한 상태다. 연금개혁의 경우, 지난 5월 21대 국회 말에 여야가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9월 4일 보건복지부가 보험료율 13%와 명목소득대체율 42%를 조합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의 명목소득대체율 42%는 국민의힘 43%이나 더불어민주당 44%와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발표했던 대표 공약도 줄줄이 폐기될 위기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일단 유예했고, 주택 250만 가구 공급 계획도 취임 이후 270만 가구로 확대했지만 실행 계획 내용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인구 소멸 위기 속에 이런 목표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 제기도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었을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법안 통과가 힘들어 ‘시행령 통치’에 의존했는데, 더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더 기울어진 여소야대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야당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임기 말에 다가갈수록 식물 정부가 되고 말 것이다.

    6. 인사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여론조사였던 한국갤럽 5월 2주차 정례조사에서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52%를 기록했다. 이후 불과 2개월 만인 7월 1주차 정례조사에서는 37%로 내려앉았다. 당시,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첫 번째 사유가 ‘인사’로 응답자의 25%에 달했다. 첫 내각 국무위원 후보자 23명 가운데 4명이 자진 사퇴했고, 10명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후과였다.

    이에 따라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했던 인사 검증 업무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관하는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에도 인사 참사는 이어졌고 부실 인사 검증 논란 역시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강행 사례 역시 폭증한 결과, 정권 출범 2년 4개월여 만인 지난 9월까지 무려 29번을 기록했다. 최단기간 최다 임명 강행 기록이다. 역대 최다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록은 임기 5년간 34번이다.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2023년 국정감사 때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답변했다.

    “법무부는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만 하고 인사 적격에 대한 가부 판단은 하지 않는다 …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판단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대통령 마음에 달렸다는 설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임기 말까지 인사권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최근에는 인사 고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4월 11일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 직후 후임으로 뜬금없이 민주당 쪽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거론되더니 대통령실이 부인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다음에 들린 소식이 인물난으로 인선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었고, 4개월 동안이나 후임을 구하지 못하다 결국 유임시키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무너진 인사 검증 시스템에 인사 고갈까지 겹치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점점 더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정상 복구해야 한다. 대통령이 좋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외통수 인사도 중단해야 한다. 전방위적으로 검찰 출신이나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7. 협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에게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소야대 상태로 정권을 인수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협치를 위해 노력해야 했지만, 윤 대통령은 내내 외면해 왔다. 지난 총선 완패 직후에야 불가피성을 인지하고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했으나 그때뿐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빠른 속도로 본래 통치 스타일로 되돌아갔다.

    당과 대통령실 관계에도 변화가 없다. 당은 여전히 ‘용산 출장소’에 불과할 따름이다. 여당 지도부에 야당과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필요한 법안 통과도 가능할 텐데, 여기에도 여전히 인색하다. 당대표가 협상권을 조금이라도 행사하려 들면 곧바로 대통령실의 견제가 들어오고, 대통령과 대표의 관계가 나빠진다. 윤석열 대 이준석 갈등, 윤석열 대 김기현 갈등, 윤석열 대 한동훈 갈등, 모두 이런 식이었다.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로 대표를 임명하고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재임 기간에 대야 관계에서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정쟁과 민생을 분리해, 이재명 대표 사법 처리나 김건희 여사 특검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공방을 벌이더라도 민생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정책적 협치를 하는 방식이다.

    8월 28일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처리 못한 무쟁점 민생 법안 28건을 합의 처리했다. 무쟁점 민생 법안 중 극히 일부만 여론을 의식해 처리한 것이다. 정쟁에 묻혀버린 무쟁점 민생 법안만 끌어올려 처리해도 역대급 국정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여당 대표와 소통을 강화하고 협상권도 부여해야 한다. 아예 탈당한 뒤, 국정에만 전념하는 선택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령 앞에 가로놓인 허들 7가지에 관해 살펴보았다. 모두 넘어서기 어려운 허들이지만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범야권의 끈질긴 공세에 밀려 ‘탄핵의 강’에 빠지고 말 것이다. 최근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을 손절하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다. 긴장감을 갖고 국정에 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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