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소멸 해결 열쇠죠”

[Focus] 기부로 지방 살리는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4-11-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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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액공제에 특산품 답례 받는 고향사랑기부제

    • 日에선 연간 기부액 16년 만에 100배 성장

    • 국내선 본인 고향에 기부하는 제도로 알려졌으나

    • 실제론 관심 가는 곳에 기부하는 ‘지역 구독’ 방식

    고대환 ㈜공감만세 대표. [지호영 기자]

    고대환 ㈜공감만세 대표. [지호영 기자]

    도입 2년차인 고향사랑기부제(이하 고향기부제)가 22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외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2021년 말 신설된 제도. 기부한 금액의 16.5%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총 기부액의 30% 가격에 해당하는 답례품(지역 특산품)을 받을 수 있다. 지방을 살리는 동시에 답례품도 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대표)이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향기부제 모금 실적은 199억8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억3300만 원(14.3%) 줄었다. 온라인 기부 창구인 ‘고향사랑e음’이 잦은 시스템 장애로 이용이 불편한 데다 오프라인 창구는 농협 한 곳으로 제한됐기 때문.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연말부터 민간 플랫폼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민간 플랫폼 도입만으로 고향기부제 모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신동아’는 해답을 얻기 위해 10월 15일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를 만났다.

    고 대표는 고향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운영하고 있다. 위기브는 지난해부터 광주, 전남, 강원 등 일부 지역의 고향기부제 모금을 맡았다. 국내 최초의 고향기부제 민간 플랫폼인 셈이다.

    ‌위기브는 9월 고향기부제 디지털서비스 개방 참여기업으로도 선정됐다. 12월부터는 고향기부제 민간플랫폼으로 본격적인 모금을 시작할 예정이다.

    위기브는 이야기가 있는 기부로 잘 알려져 있다. 여타 기부 플랫폼과는 다르게 지역에 기부가 필요한 곳을 알리고, 기부처를 지정하는 ‘지정 기부’ 방식을 도입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광주 동구에서는 기금 부족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발달장애인 야구단 ‘ET(East Tiger) 야구단’을 지켰다. 전남 영암군에서는 20년 만에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생기기도 했다.

    고향기부제의 취지는 좋으나 아직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고향기부제에 대한 오해가 있다. 고향의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제도라 알려져 있는데 실상은 다르다.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고향’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지는데 ‘당신의 고향에 기부하라’는 식의 인식이 제도를 알리는 데 장애물이 된 것 같다.”

    고향이 아니라 관심 지역에 기부

    고향기부제는 정확히 어떤 제도인가.

    “일본의 고향기부제가 한국에 도입되며 오해가 생긴 측면이 있다. 일본의 고향기부제는 자신의 고향에 기부하는 제도가 아니었다. 쉬는 기간에 머물고 싶은 고장이나 관심이 있는 지방에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이었다. 제2의 고향을 만들어보라는 취지다.”

    내 고향이 아니라 관심 가는 지방에 투자하는 방식인가.

    “조금 더 정교하게 설명하자면 ‘구독 서비스’에 가깝다. 기부를 통해 지방의 콘텐츠를 정기 구독하는 방식이다. 기부에 참여하면 특산품도 받고, 기부한 내역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제도를 통해 지방 소외 문제도 해결 가능해 보인다.

    “이 제도의 취지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지역 기부를 통해 중앙정부로 갈 재원이 지방의 적재적소에 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도 발전할 가능성이 생긴다. 더 나아가 기부한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고, 제2의 고향처럼 자주 찾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기부한 지역이 발전한 것을 보고 귀촌을 결심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지방소멸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고향기부제를 처음 도입한 일본에선 지금까지 얼마나 성과를 냈나.

    “일본에서는 2008년 도입했는데, 첫해에는 한화로 환산하면 1000억 원 가량을 모았다. 이후 조금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10조4000억 원을 모았다. 지금은 일본 내 문제를 넘어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까지 하고 있다.”

    국내는 오히려 기부금이 감소하는 추세다.

    “일본도 초기에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5년간 침체기가 있었다.”

    일본은 어떻게 침체기를 극복했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은 재난에 대한 보상 체계가 미비해 지진 피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 다양한 지역에서 피해 구제를 위한 기부금이 모였다. 이때 ‘후루사토 초이스(Furusato-Choice)’라는 작은 지역 사이트가 고향기부제를 소개하며 온라인 기부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쉽게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고, 기부금을 사용한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후 라쿠텐,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도 고향기부제 플랫폼 사업에 참여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 최초의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 위기브 홈페이지 캡처, [Gettyimage]

    국내 최초의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 위기브 홈페이지 캡처, [Gettyimage]

    민간 플랫폼 도입, 고향기부제 성장의 발판

    한국도 올해 말부터 민간 플랫폼이 도입된다. 일본처럼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제도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소득이 발생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 공제에 답례품까지 받는다. 기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간 기부에 불편함이 있어 기부금이 쉽게 모이지 않았을 뿐이다.”

    기부금을 모으는 데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낙후 지방은 재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금도 고향기부제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가 많다.”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는 많지만 고향기부제 성공 사례는 드물다.

    “문제는 체계였다. 지금까지는 담당 공무원이 기부금을 모으는 일부터 집행, 회계, 답례품 선정, 배송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인력 부족으로 기부금을 모으고 싶어도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많았다. 민간 플랫폼이 도입된다면 각 지자체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효율성 외에도 민간 플랫폼 도입의 장점이 있다면.

    “지자체 간 건강한 경쟁이 가능하다. 유명한 특산품을 가진 지역이라면 이를 이용해 기부금을 모을 것이고, 매력적 관광지가 있다면 관광상품을 통해 기부금을 모을 수 있다. 둘 다 부족하다면 기부금이 절실한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각 지자체는 특색과 상황에 맞게 기부금을 모으고 이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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