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우유가 심장질환 발병 높인다고? 우유자조금 “국내 상황과 안 맞는 해외 연구…푸드 포비아 양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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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4-11-13 17: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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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D 등 필수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공주대 연구팀은 “40대 이후 우유를 주 3회 이상 마시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유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D 등 필수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공주대 연구팀은 “40대 이후 우유를 주 3회 이상 마시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유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D 등 필수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특히 우유 속 칼슘은 혈관 벽을 강화해 혈압을 낮추고 심장을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우유에 관한 연구 논문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이런 와중에 최근 우유 섭취가 심장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해외 연구가 발표되면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스웨덴 웁살라대 의학자들은 최근 학술지 '바이오메드 센트럴 의학'(BMC Medicine)‘을 통해 스웨덴 여성과 남성 10만775명을 대상으로 약 3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비발효 우유를 매일 300ml 이상 섭취하는 여성에게서 허혈성 심장질환(IHD)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는 것. 특히 해당 연구진은 ‘비발효 우유 섭취에 따른 안지오텐진전환효소2(ACE2,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단백질 증가와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1, Fibroblast growth factor 21) 단백질 감소가 심장질환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식습관 반영하지 못한 연구

    그러나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는 국내 상황과 맞지 않는다. 국내 전문가들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을 특정 식품에 한정해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해당 결과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어떤 식습관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연구가 진행됐는지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유 부작용을 강조하는 연구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생산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서구권 국가는 1인당 1일 우유 섭취량이 한국의 7~10배인 데다 평균 우유 섭취량 외에도 버터, 치즈 등 기타 유제품, 동물성 식품의 섭취량이 높은 특징이 있다. 한국인의 1일 평균 우유 섭취량이 종이컵 한 잔도 채 되지 않는 80ml가량에 그친다. 식품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우유 외 유제품과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국가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우리 식탁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한국인의 식습관을 반영하지 못한 연구로 국내 적용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상영양 전문가인 김형미 동덕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사람은 다양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특정 식품을 심장질환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세 이상의 성인은 오히려 하루 한두 잔(1잔=200g)의 우유를 꾸준히 섭취할 때 건강상 이득이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해당 연구는 유제품 섭취 문화가 다른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평소 우유 섭취량이 적은 한국인의 경우 이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식사로 섭취하는 단백질과 칼슘 양이 부족한 한국인에게는 우유 섭취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유 섭취가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발표되고 있다. 영국 레딩대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대학의 공동 연구팀에서 유제품을 먹는 사람들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관상동맥 심장질환의 위험이 14% 낮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영국 데이터뱅크 등 40만 명 이상이 참여한 3건의 데이터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로 ‘국제 비만 저널’에 게재됐다. 2018년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에 실린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35∼70세 남녀 13만638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매일 2회 분량 이상의 전지방 유제품을 섭취한 사람의 심혈관 질환 발생·사망 위험이 하루에 1/2회 분량 미만 섭취한 사람보다 더 낮았다.

    국내 연구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

    이뿐만이 아니다. 40대 이후 우유를 주 3회 이상 마시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우유나 두유를 마시지 않거나 두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높았다. 이는 공주대 연구팀이 2012~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세부터 64세까지의 4113명을 대상으로 우유·두유 섭취와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팀은 조사군을 △우유·두유 모두 마시지 않는 그룹(2529명) △우유만 주 3회 이상 섭취한 그룹(1072명) △두유만 주 3회 이상 섭취한 그룹(512명)으로 나눈 뒤 이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주 3회 이상 우유를 섭취한 그룹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5.9%로 가장 낮았다. 특히 50~64세 여성의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53.5㎎/dL로, 미섭취 그룹(51.7㎎/dL)이나 두유 섭취 그룹(51.2㎎/dL)보다 높았다. 반면 두유 섭취 그룹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8%로 미섭취 그룹(7.1%)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 우유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성인은 칼슘·단백질·비타민A·티아민·리보플라빈·나이아신 등 영양소 섭취 상태가 좋았지만, 두유만 섭취한 그룹에선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팀은 “40세 이상 한국인의 하루 우유 섭취량은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성인의 우유 권장량인 하루 1컵(200mL)보다 크게 부족한 상태이며, 주 3회 우유를 마시는 비율도 전체의 26%에 불과했다”며 “두유만 섭취하는 40대 이상 성인은 우유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우유, 유제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한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식문화에 맞춰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불확실한 자료를 토대로 무분별하게 양산된 ‘푸드 포비아(특정 식품 공포증)’는 국민의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방해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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