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대학평가’ 국제화 2위, ‘QS 평가’ 상위 1%
세계적 석학, 업적으로만 초빙, 현장 중심 교육
2015년부터 전교생 SW 기초코딩 의무교육
연간 380억 원 장학금, 폭넓은 전공 선택
도전·소통하고, 좋아하는 걸 자신 있게 말하는 학생 원해
엄종화 세종대 총장은 “우리 대학을 세계적 석학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꼭 만나보고 싶은 학생과 교수들이 있는 캠퍼스,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꼭 찾아야 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도균 객원기자]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최근 발표한 ‘2025 THE 세계대학평가’ 중 △외국인 교수 비율 △국제 공동연구 △외국인 학생 비율 △교환학생 등의 지표가 포함된 ‘국제화 부문’에서 국내 2위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2년 500명이던 세종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현재 세계 52개국 출신 3412명에 달한다. 국제교육원에도 약 96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세종대는 1940년 대양 주영하 박사가 창립한 수도여자사범대로 출발해 1978년 지금의 교명으로 바꿨다. 1997년부터 공과대학 신입생을 받으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 교육에 중점을 뒀다. 2015년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실시한 전교생 대상 ‘코딩 교육’이 좋은 예다. 그렇다 보니 2025학년도 입학정원 2564명 중 1743명(68%)을 이공계 신입생으로 선발하는 이공계 중심 대학이 됐다. 교수들과 학생들의 노력과 이사장과 총장의 리더십이 오늘날 세종대의 위상을 만든 것이다.
10월 10일 엄종화(59) 세종대 총장을 만나 올해로 창립 84주년을 맞은 대학의 성장 비결과 비전을 들었다. 7월 취임한 엄 총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물리학자로, 세계 최초의 스핀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등 활발한 연구 성과를 내며 지금까지 144편의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논문을 발표했다. 세종대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대외협력처장, 행정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물리학회 물리올림피아드위원, 홍보잡지편집위원 등도 지냈다.
혁신적 커리큘럼과 현장 중심 교육
세종대가 세계대학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 주간지 ‘US News & World Report’가 발표한 ‘US News 2024-2025 세계대학순위’에서 국내 3위·세계 241위를 차지했다. ‘2025 THE 세계대학평가’에서는 국내 7위를 차지하고, 세계 201~250위에 들었다. 또한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5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2위·세계 396위를, 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는 상위 1%를 차지했다. 논문의 질로만 대학을 평가하는 ‘2024 레이던 랭킹’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내 1위, 세계 223위에 올랐다.”
세계의 평가가 이렇게 좋은 이유는 뭔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선제적으로 이공계 방향으로 학문적 체질을 개선한 덕분이다. 그리고 학계에선 이례적으로 오로지 업적을 기준으로 최고 석학을 교수로 초빙한 점, 교원평가제도를 세계대학평가 기준에 맞춰 빠르게 개정해 온 점이 주효했다.”
저출산 시대로 대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부족 문제를 해소할 전략이 있나.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에서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줄어드는 인구를 만회할 가장 효과적 방법이 체류 외국인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 명인데 이 수를 750만 명, 즉 총인구 대비 15% 정도로 만드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로, 유럽의 이민자 비율은 독일 25%, 프랑스 20%, 영국 15%, 이탈리아 10% 정도다. 우리나라는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고급 인력으로 이민자 수를 늘리는 정책을 장려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대학들의 교육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고, 이민자 증가에 따른 각종 차별과 소통의 어려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면서 국가 발전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대 국제교육원에서 어학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 [세종대]
“2024년 노벨물리학상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게 한 인공신경망 연구와 기계학습(머신러닝)의 토대를 놓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에게 수여됐다. AI의 시대가 도래해 4차 산업혁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대학이 자리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학문을 어떤 대학에서 주도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안에 살아남는 대학과 도태되는 대학이 나눠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대학이 되려면 첨단 학문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학의 건학 이념인 애지(愛智)정신, 기독교정신, 훈민정신을 경영 철학으로 삼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학 발전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뭔가.
“교육의 질 향상이다.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얻고,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혁신적 커리큘럼과 현장실습 중심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역량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 대학의 궁극 목표이기도 하다.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진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교수 채용에 학연과 지연을 배제하고 오로지 능력만 보고 뽑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관련 분야의 경우 경험이 없는 이른바 명문대 출신 지원자보다 현재 최첨단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가 더 낫다고 본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우수한 교수진이 확보되면 교육의 질뿐만 아니라 연구의 질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대학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대학의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세종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배워가는’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만화애니메이션텍학과가 대표적이다. 이 학과에서는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이현세 작가가 학생을 가르친다. ‘임꺽정’ ‘머털도사’를 그린 이두호 작가도 같은 과 교수를 지냈다.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전문가들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취업 경쟁력 높인 ‘창의학기제’와 첨단 학과
성과도 나왔나.
“물론이다. ‘목욕의 신’을 그린 하일권 작가가 우리 대학 출신이고, ‘이끼’를 그린 윤태호 작가는 이곳에서 교편을 잡았다. 우리는 학력과 같은 정량적 스펙보다는 산업에서의 활약상, 해외 대학 강의 경험, 국책 연구기관 경험 등을 우선한다. 현재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산업 트렌드가 무엇인지 학생에게 정확하게 알려주는 교수가 절실하다.
또한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현장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만화애니메이션텍학과 학생들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산학협력을 통해 디즈니 창립 100주년 온라인 전시회에 참여했다. 만화애니메이션텍학과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해 웹툰, 콘셉트아트, 3D/2D 애니메이션 등 전공 내 트랙을 이수하는 학생 20명을 선발한 다음 학생들의 삶과 창작 활동에 영향을 준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을 모티프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아트 작품을 ‘창의학기제’를 통해 완성하게 했다. ‘창의학기제’는 세종대만의 특별한 교육과정이다. 학생 스스로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학습 주제와 과제를 설계하고,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수행한 것을 정규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도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들이다. AI 시대를 맞은 세종대의 전략은 무엇인가.
“2014년부터 국내 최초로 수시 합격자 전원을 대상으로 입학 전 소프트웨어(SW) 교육과정인 예비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과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W교육과정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기존 예비대학 프로그램의 고도화와 함께 SW 비전공자를 포함한 전교생을 대상으로 SW기초코딩 의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학과 구조조정, 우수한 교수진 확보, 재정 지원을 통해 AI 시대를 준비해 왔다. 그 덕에 2023~2024년 교육부의 첨단 학과 육성을 위한 정원 증원 사업에서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가장 많은 208명 증원을 승인받았다. 세종대는 이 사업을 통해 AI로봇학과와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 지능정보융합학과, 콘텐츠소프트웨어학과 같은 첨단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취업이 잘되는 학교나 학과가 인기다. 세종대 인기 학과를 꼽는다면.
“전통적으로 전국 최고 학과로 인정받는 호텔관광경영학과와 만화애니메이션텍학과가 있다. 최근에는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컴퓨터공학과와 콘텐츠소프트웨어학과 인기가 높다. 두 학과는 평균 76%의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항공시스템공학과, 국방시스템공학과, 사이버국방학과는 취업 100%를 보장한다. 이 학과들은 국방 안보와 방위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전문 인재 양성이 목표다.”
창의적 사고와 도전 정신 겸비한 인재
9월 26일 육군사관학교장인 정형균 소장과 관계자들이 세종대를 방문해 엄종화 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세종대]
“2012년 취업지원처를 독립된 직제로 신설해 재학생들에게 진로 및 취업 교육을 시작했다. 특히 2017년 고용노동부 대학일자리센터사업, 2024년 재학생맞춤형고용서비스사업에 선정돼 매년 16억 원의 국고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신입생부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 포토폴리오를 완성하고, 학년별로 체계적인 취업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4차 산업에 필요한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SW 역량 강화 교육과 반도체 공정교육, 2차전지 등 전공과 연계된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도 매 학기 실시한다.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컴퓨터 활용 능력, 6시그마, 빅데이터, 파이선 교육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교육을 방학 기간에 실시하고 있다.”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고 들었다. 장학제도는 어떤가.
“재학생에게 연간 교내장학금 160여억 원, 교외장학금 210여억 원을 합쳐 총 370억~380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중 교내장학금은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성적이 우수한 경우뿐 아니라 재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어학 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든지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우를 말한다. 특히 신입생 입학 성적이 세종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는 학부 등록금에서부터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해외로 유학을 갈 때도 장학금을 지급해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돕는다.”
정시 모집이 머지않았다. 어떤 학생이 지원하길 바라나.
“세종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적 사고로 도전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나누는 인재다. 우리 대학은 창의·융합 인재 육성을 선도하기 위해 올해 정시 신입생을 5대 계열(인문사회, 경상호텔관광, 자연생명, IT, 공과)로 모집해 전공 탐색을 지원한다. 내년에는 추가로 인문계와 자연계 구별 없이 전공 대부분을 조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해 전공 선택의 폭도 넓혔다. 이와 동시에 AI마이크로디그리 과정, 복수전공, 연계융합전공, 자기설계전공 등 다양한 제도를 토대로 전공을 선택할 기회를 늘려 학생 스스로 전공을 개척하고 역량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세종대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하며 함께 나누고자 하는 학생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주저 없이 지원하길 희망한다. 아울러 매사에 자신감 있는 학생이면 좋겠다. 지금 미적분학, 소프트웨어 코딩은 잘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학생이 우리는 필요하다. 그것이 자아실현의 출발점이다. 자기 의사를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우리 대학 ‘세종(世宗)’이라는 교명은 ‘세상의 으뜸’이란 의미다. 우리 대학은 세계 일류대학을 향한 더 높은 목표를 위해 학내 구성원 모두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수험생 여러분도 이제 시작된 도전 앞에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 ‘세상의 으뜸’이 되길 바란다. 역사의 흐름과 변화는 특정 개인이 주인공으로 주도할 수 있다. 여러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 되기 위한 터전으로 세종대와 함께하길 기원하며 모두에게 밝은 미래가 펼쳐지길 바란다.”
세계적 석학들이 찾고 싶은 캠퍼스로 육성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알려달라.
“두 가지 큰 꿈이 있다. 첫째는 실리콘밸리의 기적을 이끈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처럼, 세종대가 한국의 G2 위상을 이끄는 선도적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의 건학 이념인 애지정신, 기독교정신, 훈민정신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면 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혁신적 교육 방법과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교차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의 통합적 학습 경험을 증진하려고 한다. 또한 연구자들이 창의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 인프라를 강화하고, 국내외 연구 협력을 증진해 우리 대학의 ‘연구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힘쓰겠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화해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도 높일 복안이다. 둘째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꿈이다.”
아름다운 캠퍼스?
“내년부터 3000여 평(9917㎡)의 찬하관과 1만5000여 평(4만9587㎡)의 애지헌 복합관 건축이 시작될 것이다. 경기 광주시 도척면 일대와 성남시 하대원동 교지 개발 작업도 차례로 이뤄진다. 새롭고 멋진 캠퍼스를 만들어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꼭 찾아야 하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 또한, 세계적 석학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꼭 만나보고 싶은 학생과 교수들이 있는 캠퍼스로 만들겠다. 이를 통해 세종대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산 석유·가스 수입량 늘려 대미 흑자 폭 크게 줄여야”
“충격받지 말고 담담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