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예산이 권력에 묶인 경찰은 중립적일 수 없다”

[Special Report | 돈과 권력, 정치권의 뫼비우스 띠 ]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의 직언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6-01-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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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 뭉개기?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조직 심리”

    • 금품 수수 정황과 대가성 입증이 핵심 쟁점

    • 돈·동선·통신 확보하면 공천헌금 입증 어렵지 않아

    • 경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권 아니라 인사권, 예산권

    • 정치자금법 적용 범위, 공직선거법 시효 손봐야

    캡션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의 위상을 높이는 논의 속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찰 조직이 위기인 게 아니라 시민이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캡션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의 위상을 높이는 논의 속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찰 조직이 위기인 게 아니라 시민이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1월 12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 제명된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그에 앞서 탈당과 동시에 제명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를 두고 ‘수사 뭉개기’ 논란이 거세다. 경찰은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사건 초기 단계인 2025년 12월 31일,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을 준 혐의가 있는 김경 서울시의원의 출국을 막지 못했다. 김 의원이 12일 만인 1월 11일 자진 입국했으나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등 수사가 뒤늦게 이뤄진 것을 두고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의 늑장 수사 논란에 대해 “단순한 속도 문제가 아니라 경찰 조직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이 위기라는 말은 외부에서 하는 말이지 경찰 스스로는 위기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권한이 커지고 조직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경찰은 정치권에 더 예속되는 구조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찰 중립성보다 독립성이 먼저 

    이 교수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나와 미시간주립대에서 범죄학 박사학위를 받은 범죄학자로 한국경찰학회 회장, 경찰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경찰 제도 연구자다. 무엇보다 경찰 조직과 수사 시스템을 제도·인사·책임 구조의 관점에서 분석해 왔다. 그와의 인터뷰는 공천헌금 의혹 수사만이 아니라 경찰 권력의 확대, 수사권과 견제, 경찰 조직의 계급 구조, 경찰대학과 특채 제도의 문제점 등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경찰의 수사가 왜 정치 사건에서 흔들리는가’라는 의문은 결국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게 만드는지를 알아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헌금 수수 의혹 수사가 ‘경찰 중립성을 가늠할 기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경찰이 지금 ‘기회’라는 말을 듣는 이유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 만약 국민이 경찰을 신뢰한다면 굳이 ‘기회’라는 표현 자체를 쓸 필요가 없다. 기회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이미 전제가 달라진다. 지금의 경찰, 특히 경찰 수사에 대해 국민이 ‘만족하지 못한다’ ‘믿지 못한다’는 방증인 거다. 하지만 경찰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기에 지금의 상황은 기회보다 위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태생적 한계’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인가. 

    “국민이 바라는 온전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가 태생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경찰도 그런 한계가 있다. 그 한계 때문에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찰 조직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위기로도 여기지 않을 것이다. 경찰은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위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오히려 돌아서서 웃을 수도 있다. 국민이 신뢰하든 불신하든 경찰에게 주어진 권한은 앞으로 더 커지고 조직의 위상은 더 높아질 테니 말이다.”

    경찰에게 바라는 모습 중 하나로 ‘중립성’이라는 단어가 계속 따라다니는 이유는 뭘까.

    “글쎄, 중립성보다는 독립성이 더 본질적 요소가 아닐까. 중립과 독립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중립은 정치 성향에서 중도를 지킨다는 말인데, 경찰은 정치에 관한 언급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보다는 ‘정치적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왜 독립이 전제돼야 하나.

    “경찰 조직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중립을 지킬 수 없다. 경찰청장을 대통령과 여당 등이 임명하는데, 어떻게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 있겠나.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뭔가. 

    “가장 쉬운 건 인사권 독립이다. 인사가 독립되면 경찰은 정권을 잡은 정당이 좌파든, 우파든 신경 쓸 일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경찰 인사와 예산과 관련한 권한을 모두 정치권에서 휘두른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중립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경찰은 지난해 말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을 둘러싼 공천헌금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월 11일 강 의원의 국회 의원실과 주거지, 김 시의원의 주거지 등 7곳을 압수수색하고, 같은 날 귀국한 김 시의원을 심야에 소환해 3시간 30분가량 조사했다. 이후 김병기 전 대표와 강 의원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사 뭉개기?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조직 심리 

    공천헌금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아 ‘수사 뭉개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로서 판단은 어떨지 궁금하다. 

    “모든 사건이 빨리 진행되는 건 아니다. 현실적 여건 때문에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이니 다른 사건 수사보다 더 신속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수사 역량이 부족해서일까. 

    “역량 부족이라기보다는 이 사건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인 듯하다. 그래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사건의 파괴력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그사이 적당히 해결하는 것. 그게 경찰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 아예 수사를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죽인지 밥인지 모르게 해대는 거다. 너무 서두르면 누군가는 ‘작두를 타야 할’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듯 천천히, 조심조심 가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놓친 지점이 있다면?

    “범죄는 시간과 장소에서 멀어질수록 해결이 요원해진다. 특히 이런 사건은 물증이 중요하다. 김 시의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보이자 경찰이 통신영장을 통해 통화, 문자, 위치 정보 등 통신 내역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통신사들이 모든 기록을 다 보관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은 전화기, 컴퓨터 같은 물적 증거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이미 단말기나 컴퓨터를 바꿔버리면 끝이다.”

    핵심은 초동 강제수사…전자기기 채증(採證) 못 하면 끝

    실제로 김경 시의원이 출국 중에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계정을 탈퇴하고 재가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증거를 인멸한 것인가. 

    “그렇다. 안드로이드폰을 아이폰으로 바꾼다든지, 소셜미디어(SNS)를 탈퇴했다가 다시 가입한다든지 하는 것은 전형적인 흔적 지우기이자 증거인멸인 셈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걸 잡을 수 없다. 그래서 초동 단계에서 이뤄지는 압수수색, 출국금지 같은 강제수사가 사건 해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귀국 후 김 시의원이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경찰의 늑장 수사와 무관치 않다고 보나. 

    “그럴 수밖에 없다. 강 의원과 김 시의원에게는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적용될 수 있다. 강 의원은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뇌물죄는 나중에 돌려줬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뇌물죄는 수뢰한 액수가 1억 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기에 양형이 올라간다. 그런데도 김 시의원은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니 사람들이 ‘뒤에서 누가 봐주나 보다’ ‘방어망이 있나 보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공천헌금 수수 여부는 입증이 쉬운가.

    “본질적으로 어렵지 않다. 돈이 오갔는지, 그 결과 공천에 영향을 미쳤는지, 금융 거래를 뒤져보면 나오고, CCTV 보면 동선이 드러나고, 통신망을 수사하면 위치가 추적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있었는지 보면 돈을 받았는지 여부가 가려진다.”

    현금, 제3자 전달, 차명 계좌를 이용한 경우엔 어떤가. 

    “수사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검은돈’을 받을 때 현금을 선호하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는 물증이 남으니 빠져나갈 여지가 없다. 현금은 세탁도 가능하고 중간에 끊을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가 너무 짧다는 것이다. 고작 6개월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인데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어도 임기를 다 채우게 된다. 적어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시효가 충분히 남아 있어야 법으로서 효력을 발휘하지 않겠나. 정치자금법도 공소시효가 7년이다. 공직선거법은 있으나 마나 한 셈이다.”

    경찰 근본 문제는 계급…3개 계급이 현장 뛰고 8개 계급이 결재

    그동안 경찰의 계급 구조개혁을 계속 강조했다. 그 이유가 뭔가. 

    “경찰의 수가 많다고 하는데 정작 현장에는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 왜냐. 도둑 잡는 건 순경·경장·경사인데 나머지 8개 계급은 그 3개 계급을 감시하고 결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40% 이상이 사무실에 앉아 있게 된다.” 

    계급이 많으면 정치적 예속이 심해진다고 보나. 

    “그렇다. 승진이 최고의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승진을 누가 결정하나? 정치권이다. 그런 정치권에 거역할 수 있겠나? 정치 사건을 수사할 때 몸을 사리는 궁극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경찰관이 되는 길이 순경 하나다. 우리처럼 경찰대 출신이 24세에 경위부터 시작하는 구조가 아니다. 실무 경험 없이 지휘부터 하게 되면 그건 경찰이 아니라 경찰 ‘행정가’다. 입신양명 구조가 된다. 물론 1980년대에는 경찰 자질 문제가 있었고 전문인력양성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순경도 거의 다 대학 졸업자다. 이제는 역할을 다한 경찰대가 지난 40년 동안 경찰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15만 명의 총칼 든 집단을 특정 학교가 장악하는 건 위험하다.”

    경찰이 단기적으로 시행할 만한 개혁 과제는 뭔가. 

    “국가경찰위원회가 존재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장 인사가 나면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 ‘청장 인사 제청 동의안’에 지금까지 한 번도 제동을 건 적이 없다.”

    경찰을 바로 세울 해법을 제시해 달라.

    “경찰청장을 대통령이 고르는 게 아니라 국가경찰위원회가 추천해야 한다. 그리고 추천 대상 풀도 넓혀야 한다. 지금은 법으로 치안정감 중에서만 임명하도록 못 박아 선택지가 6~7명에 그친다. 이렇게 하면 경찰을 길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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