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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강 신드롬

“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

‘채식주의자’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단독 인터뷰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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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권을 번역하는 느낌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육식에 얽힌 트라우마로 채식을 고집하는 여주인공이 주변의 삶에서 고립돼 나무로 변하기를 원하는 우울하고 도발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 ‘채식주의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

“이 작품은 정말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다. 이 책엔 한강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절제하되 냉담하지 않고, 극단적 폭력이나 성애 장면 묘사도 선정적이지 않도록 완벽하게 조절했다. 그가 사용하는 형식도 흥미롭다. 작품의 어조와 분위기가 섬세하게 투영된 트립틱(triptych, 3폭 제단화. ‘채식주의자’는 3연작이다)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와 시점에 변화를 줬다. 그러면서도 독자가 책장을 계속 넘길 수 있도록 긴장감 넘치는 구성도 갖췄다.

주인공 영혜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점이 비스듬히 교차하면서 묘사된다. 주변 인물들은 자신들의 억압된 공포와 욕망을 영혜에게 투영한다. 영국에서 이 책이 갓 출간됐을 때 ‘영어권 독자의 식단에 추가된 상쾌하고 본능적이며 충격적인 메뉴’라는 서평이 나왔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심사위원장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힘과 독창성을 지닌 책’이라고 했다. 이런 점은 일반 독자뿐 아니라 문단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증명돼왔다.”

▼ 번역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부의 꿈속 독백 부분. 거기서만 영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독특한 독백들은 주요 화자의 시점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고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 중 하나는 트립틱 구성이다. 각기 목소리가 매우 달라 한 권이 아니라 세 권을 번역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1부에서 영혜 남편이 자잘한 걱정이 많고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특히(particularly)’ ‘전적으로(completely)’ ‘특별히(especially)’ 같은 부사를 많이 썼다. 2부에선 성을 묘사하는 언어의 문제가 있었다. 영어는 특히 이 부분의 용어가 매우 취약하다. 냉랭한 의학용어와 번지르르한 에로틱 용어 말고는 별다른 스펙트럼이 없다.”

▼ ‘소년이 온다’ 도입부에서 “나는 요크셔 말을 조금 가져다 썼다. 이건 번역자의 특권이다”라고 썼다(스미스는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지방의 돈카스트 출신이다).





Can I help you, love?

“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

한국문학번역원을 방문한 데보라 스미스. [사진제공 ·데보라 스미스]

“일부에만 그렇게 했다. ‘소년이 온다’ 마지막 장에선 작가 자신이 화자로 등장한다. 화자가 5·18민주화운동 후 여러 해가 지나 고향 광주로 돌아왔을 때 현지 여성의 사투리에서 따뜻함과 친밀함을 느껴 가족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어릴 때 런던에 와서 지금은 서울말 같은 표준 영어를 사용하지만, 내가 요크셔 사투리에서 느끼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나는 이런 연관성을 찾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 여성이 ‘어떻게 오셨소?’라고 묻는 대목을 ‘Can I help you, love?’라고 번역했다(‘love’는 영국 일부 지역에서 모르는 여성에게 말을 걸 때 쓰는 말).

물론 (현지화는) 그처럼 가벼운 터치여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현지화하는 번역은-가령 문화적 특수성을 생략하거나 배경 장소를 바꾸는 것 같은-정치적으로도 문제이지만 심미적으로도 어설플 수 있다.”

2015년 1월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세계 문학 네트워크 ‘펜(PEN) 아틀라스’ 기고에서 “번역은 의견이 담긴 해석이 아니다. 그보다는 새 독자들이 원작에 대한 다양한 유추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독자가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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