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한 지붕 다세대주택’, 그런데 국민의힘은…
韓, 정치적 사안을 법적으로 받아들이는 ‘리걸 마인드’가 패착
공천 학살로 시작된 분열…쇄신 실패하며 우경화
민주당은 “집권 실패하면 무(無)소용” 깨닫고 변화
‘영남 자민련’ 현실화…다음 총선서 100석 이하 가능

박동원 폴리컴 대표가 2월 6일 서울 영등포구 폴리컴 사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박동원(60) 폴리컴 대표가 2월 6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계파는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집권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박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상대를 배제하려는 적대적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당내 갈등을 관리해야 할 정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외부 경쟁과 내부 갈등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집권 가능성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韓, 제명 피할 기회 있었다…‘리걸 마인드’가 패착
박 대표는 선거 현장 지근거리에서 후보의 전략과 메시지를 설계해 온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다. 그런 그가 보기에 지금의 국민의힘은 정당을 지탱하는 기본 작동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박 대표는 “흔히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짚자면 ‘정치적 무능’으로 망한다”며 “당 안에서 인물을 키우지 못하니 정치 경력이 짧은 외부 인사를 데려오고, 전략 기능도 죽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두고 “사상누각”이라고까지 평가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왜 국민의힘의 상황을 사상누각이라 보나.
“정당은 정치적 뜻을 함께하는 결사체로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 이념 공동체로 오해하는데, 그건 정당 개념의 일부일 뿐이다. 공산당이나 자유당처럼 이념이 통일된 ‘이념 정당’이 있고, 노동당처럼 계급의 이해를 위해 조직된 ‘계급 정당’도, 중도를 표방하는 ‘포괄·국민 정당’도 있다. 민주당은 그래도 민주적 가치와 4050세대와 중산층의 이익 대변이라는 일정한 노선을 지키고 있다. 보수정당은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노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 여전히 산업화와 반공 이념이 혼재한, 애매한 기초 위에 있다.”
장동혁-한동훈을 축으로 하는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 간 입장이 다르더라도 해법은 있을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접점을 넓혀가며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두 사람 모두 정치 경력이 비교적 짧다 보니, 갈등을 풀어내는 데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갈등의 시작은 계엄과 탄핵이었다. 결과론적 얘기일 수 있지만 당시 한 전 대표가 독자적 판단 대신 좀 더 유연하게 의원들을 설득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탄핵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혹자는 ‘국민의힘과 보수가 버텼으면 탄핵을 시키지 않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터무니없다. 기억이 흐려져서 그렇지 당시는 탄핵 의결을 하지 않으면 전민 항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한 전 대표는 제명됐는데.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만약 ‘발가벗고’ 뛰었다면 배신자 프레임도 일정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대선 후보단일화로 격한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새우깡을 먹고 팝송을 부르던 모습에서 많은 사람이 아연실색했다. 친(親)한동훈계도 대선보다 당원 모집에 열중했다. 차기를 위한 준비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에 강성층뿐만 아니라 온건층까지 등을 돌렸고, 제명에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본다. 제명이 온당한 처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현실이 그렇단 소리다. 정치적 사안을 법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리걸 마인드’도 패착이다. 당 게시판 문제는 당권파들의 정치 공세라지만, 억울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1월 2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장동혁 대표(가운데)와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결정했다. 동아DB
공천 학살로 시작된 분열…쇄신 실패하며 우경화
박 대표는 보수정당의 내부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적대적 모순’과 ‘상대적 모순’이라는 개념을 꺼냈다. 마오쩌둥의 ‘모순론’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거칠게 정리하면, 적대적 모순은 이해관계가 양립 불가능한 집단 간의 본질적 갈등을 뜻한다. 계급 간 투쟁이 대표적 예다. 반면 비적대적 모순, 즉 상대적 모순은 동일한 이해를 공유한 집단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내부의 갈등마저 외부와의 경쟁처럼 다루면서, 스스로를 적대적 모순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선거는 집권을 목표로 다투는 총칼 없는 전쟁이다. 상대 정당은 대결을 통해 이겨야 하는 적대적 모순관계로 볼 수 있다. 반면 정당 내부의 계파는 집권이라는 공통의 이해를 공유하는 상대적 모순관계다. 당내 계파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이해관계를 일정 부분 양보하고, 타협을 통해 집권을 위한 힘을 키워가야 한다. 당내 계파들이 서로를 적대적 모순관계로 규정하는 순간, 정당의 집권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왜 이렇게 보수정당의 내부 갈등이 격화됐나.
“과거엔 계파 간 다툼이 있더라도 암묵적 룰은 지켰다. 노선과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집권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공생했다. 이합집산을 해도 선은 지켰는데, 이 룰을 깨뜨린 게 친이명박(친이)과 친박근혜(친박) 간 공천 학살이었다. 2008년엔 친이가, 2012년엔 친박이 당권을 잡고 상대 세력을 과도하게 쳐내 룰이 깨졌고, 분열의 결과로 탄핵까지 이어졌다. 이후 홍준표, 황교안 체제에서도 쇄신에 실패해 당이 우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단일 대오 인상을 주고 있는데, 차이가 있나.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을 기점으로 2006~2012년 2번의 총선, 2번의 지선, 2번의 대선까지 무려 6번의 선거를 대패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최장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집권하지 못하면 그 무엇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고, ‘진보’라는 단어까지 버리며 외연 확장에 힘썼다. 4050세대의 기득권을 보장하고,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포퓰리즘성 정책을 펼치는 등 집권에만 집중했다. 나아가 친일 논쟁 등으로 근현대사를 선점해 진영의 정당성도 확보하는 등 전략적으로 집권에 대비했다. 민주당은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다. 반면 수세에 몰린 보수는 여유 없이 조급증에 노출되며 극단화됐다.”
두 당 모두 한때는 혹독한 시기를 겪었는데, 왜 민주당은 거듭났고 국민의힘은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민주당은 내부에 정치를 오래 해온 인물이 다수 있다. 무엇보다 당 자체가 유능해졌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민주연구원의 위상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지만, 의석수가 늘면서 정책 역량과 인재 풀이 함께 커졌다. 반면 보수정당은 당 안에서 인물을 키우지 못하니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외부 인사를 데려오는 식으로 대처했다. 이후로도 정치 경력이 짧은 인물들이 당대표를 맡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는 머리만 좋다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장 민주당만 해도 20년 넘게 정치를 해온 인물(정청래)이 당대표를 맡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초선은 초선대로, 중진 역시 중진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영남 자민련’ 현실화…다음 총선서 100석 이하 우려
‘공천 학살’이 모든 갈등의 시발점이라 말했는데, 민주당도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었는데.“그렇다. 그동안 민주당은 갈등이 격화되더라도 일방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았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분당을 감수하고 별도의 후보를 내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내던 시기, 그 암묵적 룰이 깨졌다. 원래 룰이라는 것은 한번 깨지면 그 순간부터 족쇄가 풀린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역시 앞으로는 국민의힘과 유사한 경로를 밟지 않을까. 다만 국민의힘은 (공천 학살의) 역사가 더 길고 누적돼 왔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훨씬 크게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명 변경, 인재 영입, 중도 확장 행보 등을 예고한 상황이다.
“쇄신 없는 간판 바꿔 달기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당명 변경은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가장 큰 차이는 전략적 능력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패배하거나 큰 선거를 치를 때 늘 전략 조사를 한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우상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외부 전문가로 조직된 ‘새로고침위원회’를 꾸렸고, 정량·정성 조사를 통합해 패배 원인을 꼼꼼히 분석했다. 반면 보수정당은 ‘여의도연구원이 죽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단지 여론조사결과를 잘 못 맞힌다는 차원이 아니라, 당의 전략 기능이 죽은 수준이다. 지금도 쇄신을 예고했지만 기본적 조사와 분석은 물론 상황 변화에 대한 인식마저 부족하다.”
반목하는 보수 지지자가 다시 뭉치도록 새로운 ‘동질감’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어려운 문제다. 100명이 모이면 100명의 생각이 다 다른 법이다. 사실 한 전 대표를 무리하게 제명한 것도 그 나름의 동질감을 찾으려고 한 행위다. 어떤 동질감인지가 중요할 것 같다. 민주당은 6번의 선거에 패배하며 ‘진보’라는 용어마저 버리고 ‘민주’ ‘권리’ ‘공정’ ‘정의’ 같은 가치를 내세우며 외연을 확장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보수가 지향해야 할 동질성은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라 본다. 고(故) 박세일 서울대 교수의 ‘공동체 자유주의’, 유승민 전 의원의 ‘따뜻한 보수’, 한 전 대표의 ‘격차 해소’는 자유와 공화의 이념이 일맥상통하게 흐르는 가치다. 이걸 좌파 정책으로 오독하는 건 오해의 발로다. 다만 자유와 공화는 선언이나 구호로 그치면 안 된다. 의제로 구체화하고 정책으로 현실화돼야 한다.”
만약 동질감 형성에 실패한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라 보나.
“‘영남 자민련’이란 말이 나온 지 꽤 됐다. 지금의 국민의힘을 보면 그 말이 현실화하는 듯하다. 정권을 뺏기고 세가 기울면 유능한 인재도 모이지 않게 된다. 당장 경기지사에 나올 후보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흐름이 고착되지 말란 법이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준석과 한동훈을 내보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배척하는 것은 물론 박형준 부산시장마저 거론하는 분위기다. 획일화된 소수로 지방선거까지 대패하면 기초단체장과 지방 의회마저 장악돼 지역 조직이 붕괴하게 된다.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100석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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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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