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공공의 적2’에서 선생님이 패싸움한 아이들을 죄다 ‘엎드려뻗쳐’ 시켜놓고 한 말이다. 가진 것 없는 ‘촌놈’이 출세하는 유일한 길은 공부 잘해서 신분 상승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교사의 외침이다.
그러나 공부는 가진 것 없는 ‘촌놈’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엔 돈 있고 ‘빽’ 있는 부모일수록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혈안이 돼 있다. 먹고 살기에 충분한 부를 쌓았거나 명예를 거머쥔 사람들,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녀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곳이 ‘강남 속의 강남’이라 부르는 대치동이다.
경향 각지의 알부자와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 이곳의 교육방법은 ‘특별하다’고 알려져 있다. 딱히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도 ‘대치동식 교육’은 남다르다고 믿는다.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을 쓴 책이 언론에 크게 소개될 만큼 이곳의 교육열풍은 우리 사회에서 유별난 대접을 받는다. 이곳 엄마들은 자녀의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0여 년에 걸쳐 피눈물 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의 학습과정과 능력을 면밀히 관찰해 알맞은 학원과 개인교사를 붙여주는 교육 전문 매니저 노릇을 하는 것이다.
대치동의 명성이 높아진 것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북에 있던 일부 명문고와 대형 학원들이 대치동에 둥지를 튼 후 자녀를 이른바 ‘SKY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보내려면 대치동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전입자는 빠르게 늘었고 이는 곧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대치동에서 13억~15억원(45평형 기준)을 호가하는 아파트는 지은 지 20년 된 우성·선경·미도 해서 일명 ‘빅3’ 아파트다. 길 건너편에 우뚝 선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주민들 가운데 초·중학생을 둔 학부모가 오래되고 낡은 ‘빅3’ 아파트를 부러워하는 까닭은 오직 하나, 그곳에 명문 초·중학교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성아파트 단지에는 한때 특목고 진학률 전국 1위를 자랑하던 대청중학교가 있고, 선경아파트 단지에는 대치초등학교가, 미도아파트 단지에는 대곡초등학교가 있다. 두 초등학교는 대청중학교로 진학하는 지름길로 통한다. 강남 개발 이후인 1987년에 개교한 대청중학교는 강남 내 최고 명문학교로 손꼽히며, 대치동의 명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선경과 우성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청실아파트와 삼성래미안아파트 가격은 ‘빅3’ 아파트에 비해 평형에 따라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 가량 낮다. 그 이유에 대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평수가 적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청중학교에 배정될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대청중학교 입학이라는 ‘특권’이 최소 몇 억원의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치동이 각광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질 좋은 학교와 학원 등 교육 인프라가 뛰어난데다 ‘결과물’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소문은 대치동 엄마들의 교육전략과 사교육 열풍이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지름길로 작용한다고 믿는 타 지역 학부모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2005년 현재 대치초등학교의 1학년은 5학급에 불과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 학급씩 늘어나 6학년은 1학년의 두 배인 10학급에 이른다. 전학 오는 학생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아빠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대치동에 거주하는 학생의 사교육 비중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학원 의존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영어와 수학, 논술이 기본이다. 조금 ‘세게’ 하는 아이들은 ‘기본’ 외에 예체능 및 원어민과의 1대 1 영어회화를 비롯해 중학교 내신성적 대비용 체육까지 다양한 선행학습을 한다. 대치동에서는 ‘노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교 후 곧바로 학원가를 순회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