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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시조 주몽이 한고조 유방 건국 도왔다”

중국, 고구려 건국 연도 조작의혹

“고구려 시조 주몽이 한고조 유방 건국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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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이 ‘이밀묘지명’에는 “용의 무리가 원 사슴을 쫓아 달리니, 주나라의 구정(九鼎)을 노리면서 다투어 진족을 멸망시킨다. 때에 (추무는) 몸을 움츠리지만, 운명으로 배필을 만난다(口龍馳走原鹿, 競窺周鼎, 爭亡秦族. 時遭口屈, 運偶鳳翔)”라고 기록돼 있다. 영웅들이 진나라를 멸망시키려 한 것은 주(周)의 정통을 이어받기 위해서였다.

진이 주를 멸망시킨 것은 주의 제사를 하나하나 뺏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진시황이 죽고 주의 대통을 잇는다는 것은 그 사슴을 차지하는 것과 사시(四時)의 제사를 주재하는 권리를 차지하는 것 두 가지를 뜻한다. 즉 추무가 사슴을 얻지는 못했지만 성공했다 함은 시황이 죽은 뒤 주정(周鼎)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진의 사슴을 얻은 유방은 진시황이 만든 남전옥새를 주정을 가진 자에게서 전수함으로써 황제위를 확보한 것이다. 그후 한(漢)은 국가적인 주요 제사의식을 감천궁(甘泉宮)에서 행했다.

‘역림’에 언급된 부여 건국에 관한 표현, 즉 “바람에 임해 술을 뿌렸다(臨風洒酒)”는 것은 나라를 세우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제사를 지낸 것이라는 뜻이다. ‘역림’에는 또 “해본이 감천궁에 미치다(木底及泉)”라는 표현도 있다. 이 대목으로 미루어 감천궁의 제례의식을 해본이 주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유방이 받은 옥새는 연면히 이어져 수양제가 양주에서 잃어버릴 때까지 황제위를 승계하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해본의 제주는 신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그들은 ‘천손(天孫)’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황(황, 況)’하는 자들이다.

‘한서’에 따르면 황(況)은 공(貢)이다. 또 황(황)과 같은 자로 아주 높으신 분이 아랫사람에게 사(賜)하는 것을 뜻한다. 조공(朝貢)의 공이란 것이 반드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바치는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관해 ‘한서’에는 몇 개의 구가 부연돼 있다. 한무제도 “두 손으로 공손히 황을 받았다(拜況)”고 기록되어 있다



천마는 말이 아니라 사람

‘사기’ 악서의 ‘태일지가’와 ‘한서’ 예악지의 ‘천마가’의 앞부분은 악와수중(渥洼水中)에서 신마(神馬) 또는 천마(天馬)를 얻어서 지은 노래다. 그러나 이밀을 ‘악와용종(渥洼龍種)’이라 한 것을 보면 신마 혹은 천마는 분명 사람이다. 태일신(太一神)이 내려 보낸 천마와 대완(大宛·기원전 2세기경부터 중앙아시아의 페르가나 지방에 존재했던 이란계 민족의 국가)에서 데려왔다는 천마는 둘 다 분명 사람이다.

‘사기’는 그냥 “앞서(嘗), 신마를 악와수중에서 얻었기로” 태일지가를 지었다고 언급할 뿐 언제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사기’는 이어 “후에 대완을 정벌하고 천리마를 얻었는데 말 이름을 포초(蒲梢)라 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역시 가시(歌詩·노래와 시)를 지었다. 따로 제목은 없다. 이 둘을 합해 ‘한서’는 ‘천마가’에 포함시켰다.

포초란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그 유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구당서’에는 ‘고려 역대 포주(逋誅)’란 표현이 더러 보인다. 포초는 포주와 관련 있는 단어인 것 같다. 당나라에서 악의적으로 쓴 표현이었을 것이다. 모돈을 묵도(墨毒) 또는 보도(朴達)로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욕설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길 기대한다.

‘사기’의 ‘태일지가’는 신마를 노래한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태일신이 천마를 받들어 내리셨네. 붉은 땀에 젖어 땅도 그 땀에 붉게 젖었네. 달리는 모습은 만리를 내닫네. 이제 배필을 안돈하니 용이 친구일세(太一貢兮天馬下, 霑赤汗兮沫流再赭, 騁容與兮口萬里, 今安匹兮龍爲友).”

‘사기’의 두 번째 ‘천마가’의 내용은 이러하다. “천마가 오네. 서쪽 끝에서부터, 만리를 지났네. 덕을 갖고 돌아오네. 영령의 위엄에 힘입어 외국을 항복시켰네. 사막을 섭렵해 사이를 복종케 했네(天馬徠兮從西極, 經萬里兮歸有德, 承靈威兮降外國, 涉流沙兮四夷服).” 이 시가가 대완에서 데리고 왔다는 포초마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해 ‘한서’에는 가시의 본문 중에 “천마가 오네. 집서시에(天馬徠, 執徐時)”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집서란 앞서 말했듯 진의 해를 말한다. 또 보태진 내용에는 “천리를 질러오고 동도를 순행하네(徑千里, 循東道)”라던가 “나의 몸을 세워 곤륜을 갔다 오네(竦予身, 逝昆侖)”라는 표현이 있다. 여(予)와 모(矛)는 혼동하기 쉬운 자다. 서(逝)는 ‘갔다가 거기서 출발했다(往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두 번째 천마가를 ‘이밀묘지명’에서 추무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힘써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사방을 통치하고, 육합을 떨쳐 흔들며, 팔황을 수중에 거두었다(勞百戰, 經營四方, 振蕩六合, 牢籠八荒).” 육합이란 천지와 사방을 합한 것으로 세계 혹은 우주란 뜻이다. 팔황 역시 팔방(八方)의 끝이란 뜻으로 전세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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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동건 한양대 교수·행정학 mouxr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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