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꿈이 소아과 의사였던 3년차 직장인 한모(29)씨는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고3 때 수능 점수가 좋지 않게 나온 데다 재수할 형편이 안 돼 원치 않는 학과에 진학했던 그는 그간 번 돈으로 더 늦기 전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로 한 것이다.
과거엔 의사가 되려면 의대에 입학해 의예과 2년+본과 4년 또는 통합 6년 과정의 학제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2005학년도부터 도입된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다른 학부과정 이수자라도 MEET(의학입문자격시험·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나 DEET(치의학입문자격시험·Dent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거쳐 지원할 수 있고, 의과대학 본과에 해당하는 과정을 이수해 의사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의예과에 입학하지 않아도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의·치의학전문대학원제를 도입한 배경은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넓혀 과도한 의·치대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더 많은 의료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다. 또한 의학의 교육기본과정을 현재의 학부과정에서 대학원과정으로 승격시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학위의 명칭도 의예과 출신이 ‘의학사’인 반면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은 ‘의무(醫務)석사’다. 이는 미국의 의과대학이나 호주의 몇몇 의과대학에서 실시하는 제도와 거의 같다. 의사를 기술만 습득하는 ‘기술사’가 아닌 교양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술사’로 양성하기 위한 목적임을 엿볼 수 있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제 도입 첫해인 2005년 4개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으로 전환해 159명을, 5개 치과대학이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으로 전환해 340명을 선발했다. 2006학년도엔 9개 의전원에서 620명을, 6개 치전원에서 420명을 선발했다. 2009년까지는 41개 의대 중 17개교(42%, 1219명)가 의전원으로, 11개 치대 중 7개교(64%, 500명)가 치전원으로 전환한다(아래 표 참조).
연도 | 대학(정원) | |
의전원전환 | 2005 | 가천의대(40) 건국대(40) 경희대(55, 병행) 충북대(24, 병행) |
2006 | 경북대(110) 경상대(76) 부산대(125) 전북대(110) 포천중문의대(40) | |
2007 | 이화여대(76) | |
2008 | 경희대(55, 완전 전환) 강원대(49), 제주대(40) | |
2009 | 충남대(110) 전남대(63, 병행) 중앙대(43, 병행) 영남대(38, 병행) 조선대(125) | |
치전원전환 | 2005 | 경북대(60) 경희대(80) 서울대(90) 전남대(70) 전북대(40) |
2006 | 부산대(80) | |
2009 | 조선대(80) |
서울 메디컬스쿨 임웅진 원장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계층은 고3 수험생부터 40대 중·후반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고3 수험생의 경우 수능점수가 의예과를 지원하기에는 모자라 관련학과로 우회 지원하려는 학생들의 상담이 많은 편. 대학 입학 후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려면 어떤 학교, 학과를 지원하는 것이 유리한가를 주로 묻는다.
40대 중·후반의 경우 명예퇴직 후 ‘안정된 소득’을 얻고 싶다며 문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준비해야 할 시험과목이 만만치 않고 교육기간도 길어 대개 문의만으로 끝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