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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맞설 ‘강북 르네상스’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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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만평 서울숲이 개장했다. 몇 년 뒤 왕십리역 복합역사는 4개 지하철 노선이 교차하는 육상 교통의 허브이자, 쇼핑몰 영화관 공연장 등 고급 문화휴양시설로 채워진 신(新)상권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곳곳의 공장부지와 산꼭대기 단칸방들도 고급 주상복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동은 ‘강북시대’를 여는 첫 주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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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들이 뛰어노는 서울 성수동 서울숲 .

P씨는 요즘도 성수대교를 지나가지 않는다. 그는 1994년 10월 무학여고에 다니던 딸을 잃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병을 얻었다. 서울을 떠나진 못했지만 교통표지판에서 ‘성수대교’란 글자만 봐도 가슴이 뛰는 시간을 10년 넘게 보내고 있다.

‘버스기사가 조금만 더 빨리 달렸더라도….’ ‘무학여고에 배정되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 한탄하며 밤을 꼬박 지새기를 몇 달, 몇 년…. 그 사이에 성수대교는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로 다시 태어났다.

성수대교. 말 많고 사연 많은 서울의 대표 교량이다. 파란색의 무너진 다리를 지은 건설사는 외환위기 때 운명을 함께 한 동아건설이고, 빨간색 새 다리를 시공한 건설사는 얼마 전 다리 건너편에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현대건설이다. 압구정동에서 길이 1161m, 너비 35m의 왕복 8차선의 성수대교를 건너면 서울에서도 유서 깊은 구(區)의 하나인 성동구가 시작된다. 서울숲이 나오고 성수동과 응봉동, 행당동, 한양대가 보인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지역의 30%를 차지했던 성동구는 1975년 강남구, 1995년 광진구를 차례로 떼어준다. 더 이상 확장할 곳은 없으면서 낙후가 지속되는, 서울의 한가운데에 끼인 전통의 행정구역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서울숲 개발을 앞세운 지금의 성동은 강북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에 서는 형국이다.



거대한 재개발사업장

성동구는 서울에서 매우 낙후된 주거지역의 하나이다. 바꿔 말하면 거대한 재개발사업장이기도 하다. 이미 사업이 완료되어 입주를 마친 단지가 31개 구역이며, 기본계획 수립단계, 추진위 승인, 구역 지정 등의 진행절차를 밟고 있는 재개발구역이 28개나 된다. 이 가운데에는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된 왕십리 뉴타운 3개 구역도 포함된다. 1km 건너편으로는 강남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지만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 차이는 평균 3대 1, 심하면 5대 1까지 벌어진다.

금호동·옥수동은 강남과 가깝고 조망권이 뛰어나지만 산꼭대기에 아파트가 있어 상대적으로 시세가 낮다. 성수동은 준공업지역이어서, 마장동·용답동 지역은 각종 혐오시설이 근접해서, 왕십리 일대는 대표적인 슬럼화 지역이라는 이유로 시세의 탄력성이 떨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곳에 최근 들어 서서히 볕이 들기 시작했다. 2002년 왕십리 시범 뉴타운 지정을 시작으로 2005년 6월 35만평 서울숲이 개장했고 같은해 10월엔 청계천이 복원됐다. 2006년 2월, 서울시는 뚝섬을 중점지역으로 하는 강북개발전략 ‘U턴 프로젝트’를 내놨고 뚝섬상업지역 토지는 높은 가격으로 시행업체에 매각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 최고분양가’ 아파트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 성동에 몰아치는 각종 개발계획은 강북 아파트의 저평가에 따른 반발 매수세와 맞물려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을 만한 충분한 ‘거리’이며 ‘도화선’이다. 서울은 넓어 보이지만 넓지 않다. 막상 투자할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으며 적정한 가격에 좋은 아파트를 살 곳도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사방에 아파트가 많은 것 같지만 웬만한 전문가라면 거의 다 외울 정도에 불과하다.

강북을 빼고 강남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엔 절대 수량이 부족하고 강북에서도 조금만 손보면 도약이 예상되는 지역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바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강북이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각종 호재를 담아 ‘강남 못지않은 강북’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그 대표지역이 먼저 치고나간 성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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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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