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파워우먼과 명품 브랜드, 그 은밀한 교감

‘아르마니 입은 좌파’ ‘프라다 입은 악마’…

파워우먼과 명품 브랜드, 그 은밀한 교감

1/5
  • 지명도 높은 몇몇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는 그것을 입고 걸친 여성의 정체성(Identity)으로 전이된다. 그뿐인가. 때로는 개인의 숨겨진 본성까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보다 강렬한 ‘명품 패션 코드’의 독해법.
파워우먼과 명품 브랜드, 그 은밀한 교감

프랑스 사회당의 루아얄 의원(왼쪽)과 낸시 펠로시 미국 신임 하원의장.

명품 패션 브랜드 가운데 요즘 대중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름은 아르마니와 프라다일 것이다.

먼저 아르마니는 지난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첫 여성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66) 민주당 의원이 즐겨 입어 새삼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진보적인 공약을 내건 민주당 출신 의원이 명품 패션 브랜드의 대명사 격인 아르마니를 걸친 데 대해 공화당측은 ‘아르마니를 입은 좌파’라는 말로 조롱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의도와는 달리 이러한 공격이 오히려 펠로시를 패션 아이콘으로 부각되게 했고, 미국에서는 그가 입은 것과 똑같은 정장을 찾는 여성이 늘어났다. 구글, 야후 같은 포털 사이트에도 “어디에 가면 펠로시가 입었던 아르마니 정장을 구할 수 있냐”는 질문이 이어졌으며, 고급 백화점과 부티크들은 매장 정보를 담은 광고까지 내걸었다.

펠로시의 아르마니 정장 중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것은 그가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선언을 할 때 입은 청회색 바지 정장이다. 밝은 파스텔톤이지만 회색이 살짝 섞여 안정감이 느껴지는 이 정장은 얼굴 생김이나 성장 배경이 다분히 부르주아적인 그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한편 프라다는 2006년 하반기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소설과 동명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덕분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브랜드가 됐다. 젊은 미국 작가 로렌 와이즈버거가 쓴 원작소설은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다룬, 이른바 ‘칙 릿(Chick Lit)’ 장르의 대표 소설로 자리매김했다. 와이즈버거는 패션잡지 ‘보그’의 미국판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비서로 일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이 책을 썼다. 안나 윈투어는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조차 그가 도착하지 않으면 패션쇼를 시작하지 않을 정도의 패션계 거물이다.



패션은 무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특히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권력의 공통분모를 찾자면 ‘파워(power)’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권력 또는 권력자에 의해 선택된 패션 브랜드들은 의도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그 메시지가 좀더 피부에 와 닿는 경우는 권력을 가진 이가 여성일 때다. ‘우먼파워’와 럭셔리 패션에는 어떤 함수 관계가 존재하는 걸까.

커리어우먼의 ‘갑옷’ 아르마니

북미지역의 커리어우먼에게 아르마니 정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럭셔리 마케팅 컨설턴트인 캐나다인 니콜 코모(42)씨는 “북미의 전문직 여성들이 아르마니의 수트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옷이 여성적이면서도 진지(serious)하고 파워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여성이 아르마니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있다면 이는 자신이 패션 감각과 돈, 또 파워를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워싱턴 정계 인사들의 옷차림을 집중적으로 분석해온 패션 비평가 로빈 기브한씨는 ‘워싱턴포스트’에 펠로시의 패션에 대해 썼다. 그는 특히 선거 승리 후 기자 회견장에서 입은 청회색 바지 정장을 두고 “카메라 앞에서 매우 감각적이며 시크(chic)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 나아가 펠로시가 아르마니를 선택함으로써 ‘아르마니 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르마니의 여성용 수트는 특히 커리어우먼들에게 그 지위와 존엄성을 지켜주는 ‘갑옷(professional armor)’ 구실을 한다는 것.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매력적인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을 분석하는 데 앞서 아르마니라는 브랜드가 가진 상징적 의미를 읽어야 한다.”

1/5
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parisstyle@naver.com
목록 닫기

파워우먼과 명품 브랜드, 그 은밀한 교감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