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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신도시’ 일산

긴 잠 깨고 제2 도약 준비하는 ‘서북 대도심’의 진주(眞珠)

‘웰빙 신도시’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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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신도시’ 일산

‘베벌리힐스’라 불리는 정발산 단독주택 단지(위)와 올해 8월 입주가 시작되는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 SK M-city.

셋째, 층수가 높지 않아서 좋다. 그러고 보면 높은 아파트가 최고 가격을 갱신하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사람들은 다시 땅을 그리워한다. ‘높은 곳에 살아보니 역시 사람은 땅 위에 살아야 하는 것 같더라’가 요즘 다수 중장년층의 생각인 듯 하다. 넷째, 그에 따른 희귀성이다. 이제 서울에는 한마디로 고급 단독주택지가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눈만 뜨면 들어서는 아파트와 쏟아지는 공해, 복잡한 생활환경이 조용하고 살 만한 전용주거지역을 잠식하는 탓이다.

반면 단독주택의 단점은 관리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주인이 주택에 대해 끊임없이 변화를 줄 자신감과 에너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워놓으면 죽고 마는 생물과 같은 것이 단독주택이다. 부대·편의·보안시설도 주상복합이나 요즘 새로 짓는 고층 아파트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진다.

어쨌든 일산 단독주거단지는 신도시 중에서도 유일하게 성공한 단독주택지다. 실제로 LA 베벌리 힐스와 비슷한 스타일로 발전해가고 있으며 주택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를 탄다. 해발 86m 남짓 솟아 있는 정발산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 두 개 단지로 나뉜 단독주택지는 나름대로 지역별 특색을 가지고 있다.

정발산 서쪽 마두동 일대 단독주택 마을은 주택 5채당 1곳의 넓은 주차공간이 배정돼 있다. 가구당 3대씩 주차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으로 이면도로에 차를 세울 필요가 없어 단지 내 통행을 수월하게 한다. 이곳 단지 안에는 일산의 명문 정발중학교가 있고 청구, 건영 등 고급 빌라들이 완충지대 노릇을 하며 단독주택단지를 감싸고 있다.

정발산 동쪽 단독주택단지는 장항동과 정발산동으로 나뉜다. 정발산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집이 있던 곳이다. 70평짜리 2필지를 묶어 140평 대지 위에 들어선 한옥 스타일의 이 집은 벽돌을 성처럼 쌓아 웅장하다. 이곳 단독주택단지에는 140평 2필지짜리 대지에 지어진 집이 20가구 안팎 있는데, 그 집들은 70평짜리 필지에 들어선 주택에는 없는 넓은 마당과 조경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집들의 현 시가는 30억원 선으로, 소유주들은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정발산동에는 저동고등학교가 있고 인접한 장항동에는 저동초등학교가 있다. 정발산동과 장항동 단독주택지에는 넓은 주차공간을 배치하지 않아 가구별로 따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거나 이면도로 주차가 불가피한 것이 약점이다.

일산 빌라의 대명사, 건영빌라

시간이 지나면서 아파트는 흔한 집이 되고 단독주택은 귀한 집이 된다. 서울의 북촌 한옥지역과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논현동, 삼성동 일대의 기존 단독주택들도 점차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일산처럼 공인된 단독주택지가 생겨나고 있는 곳은 판교, 풍동, 동탄, 동백, 흥덕 등 요즈음 분양하거나 입주하는 신도시 정도다.

일산에는 대형 공원이 2개 있다. 호수공원과 정발산공원이다. 호수공원은 전체면적 31만3000평으로 호수의 면적만 9만1000평이다. 평일에는 7000명이 이용하고 주말에는 3만명이 이용하는 일산의 ‘행복공원’에 다름아니다. 4.7km의 자전거 도로와 총 연장 7.5km의 호수를 둘러싼 긴 산책로가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만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음악을 듣는다. 꽃 전시장에는 때마다 꽃박람회가 열리고 화훼판매장에서는 예쁜 꽃을 판다.

정발산공원은 일산 신도시의 중심에 있는 나지막한 야산공원이다. 정발산을 둘러싸고 조성된 19만5000평의 녹지공간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일산 주택가가 가지런하게 내려다보이고 한편에서는 생태연못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산 주민은 정발산공원과 호수공원을 번갈아 다니며 자연과 접하고 산책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정발산공원을 가운데 두고 주엽동과 마두동은 커다란 아파트 단지를 형성한다. 주엽동에는 강선마을과 문촌마을이, 마두동에는 강촌마을이 대표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일산은 정발산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모양새다. 신도시 끝에는 쌀을 생산하는 절대농지가 둘러싸고 있고 도시의 경계에는 보초병처럼 건영빌라가 들어서 있다. 건영은 우성, 우방, 청구와 더불어 한 세대를 풍미하던 주택건설회사다. 건영은 1990년 일산 신도시 택지를 분양하면서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신도시 경계선의 빌라 부지를 싹쓸이했다. 예상은 적중해서 100% 분양 성공을 거뒀으며, 이를 통해 회사를 돈방석에 올려놨지만, 결국 그것이 부도에 이르게 하는 화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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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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