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성인봉은 해발 984m이다. 성인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도동 끝자락에서 시작된다. 이정표엔 거리가 4.3km로 씌어 있다. 도동항에서부터 따진다면 5km가 조금 안 될 것이다. 해발 1000m에 육박하는 산 정상까지의 등산로가 5km도 되지 않는다면 매우 가파를 것이다.
성인봉이 초행인 기자는 1시간10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끔씩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3분 정도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중턱에서 꼭 찍고 싶은 것을 보았다. 정상 좌측에 있는 공군 레이더 기지를 발견한 것. 그러나 울창한 나뭇가지 때문에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시야가 트인 곳을 찾아 더 올라가보자’는 희망과 ‘더 올라가면 사진을 찍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염려 사이에서 망설이다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이 실수였다. 정상을 향한 능선에는 철쭉 등 관목만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뜻밖에 키 큰 교목이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다 반대편 산록에서 ‘스르륵’ 넘어온 안개가 한순간에 시야를 가렸다. 그 안개를 뚫고 찾아간 정상에서 10여 m 떨어진 곳에 ‘전망대’라는 공간이 있었다. 맑은 날 독도가 잘 보이는 곳이라는데, 안개 때문에 발 아래 계곡도 보이지 않았다. 독도를 찍기 위해 성인봉 정상에 올라간 것인데 동해 용왕은 이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리….’ 할 일이 없어진 기자는 다시 뙤약볕이 쏟아지는 도동으로 내려왔다. 하산 도중 이따금 뒤 돌아보며 레이더 기지를 찾아봤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독도는 정성이 부족한 자들에겐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다.’
갈매기똥을 맞다

독도를 배경으로 삼봉호 선상에서 독도시 낭송회를 연 한국시인협회 회원들.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아니었지만 맑은 하늘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왼쪽 어깨를 때렸다. 빗방울치고는 매우 굵게 느껴져, 카메라 파인더에 고정돼 있던 눈을 반사적으로 돌렸다. 그 순간 얼굴에 튀긴 물방울이 ‘희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은 투명해야 하는데, 왜 흰색이지?…’ 1초 후 해답이 저절로 찾아졌다.
물방울이 아니라 갈매기의 똥을 맞은 것이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제기랄!”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한 손님이 연방 공중으로 새우깡을 던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삼봉호를 따라온 괭이갈매기들은 허공에서 날렵하게 새우깡을 낚아채갔다. 그분을 향해 심통을 부렸다.
“갈매기떼 때문에 독도를 찍을 수 없잖아요. 나중에 던져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