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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한국 7대 부자’ 차용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3000억대 부동산 보유

베일 속 ‘한국 7대 부자’ 차용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3000억대 부동산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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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6개 회사

베일 속 ‘한국 7대 부자’ 차용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3000억대 부동산 보유

차용규를 ‘샐러리맨 신화’로 만든 카자흐스탄 카작무스의 구리광산과 제철소.

취재 결과 월드와이드컨설팅리미티드(이하 월드와이드)를 중심으로 태성B&P, 그린데이타베이스, 에이프로비즈, 에이프로F&D, IPIC인크 코리아 등 최소한 6개 회사가 차씨를 중심으로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월드와이드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상가 등 화제가 된 경매물건을 낙찰받아 몇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회사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적을 둔, 자본금이 미화 1달러에 불과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는 점. 조세 피난처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국내 검은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는 통로다. 월드와이드는 본사와 한국영업소가 같은 날(2000년 12월12일) 설립됐고, 사업목적도 부동산 관리 및 임대업으로 못 박은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국내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IPIC 인크 코리아 역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를 둔, 자본금이 미화 10달러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다. 국내지점은 2002년 5월 설립됐다.

태성B&P는 직업소개소이던 회사를 2007년 3월 인수, 부동산 개발관리회사로 바꿨다. 그린데이타베이스 역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이었다. 경영악화로 대표이사가 사임한 후 해산 직전의 법인을 2007년 4월 인수, 부동산 개발관리회사로 바꿨다. 에이프로F&D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던 홍익소프트를 2007년 6월 인수하면서 상호변경과 함께 사업 분야도 부동산임대관리와 골프 콘도 스포츠클럽 회원권 분양 등으로 바꿨다.



에이프로비즈는 2006년 11월22일 설립됐다. 부동산관리업, 체육시설업, 관광숙박업, 여행업, 부동산임대업, 다양한 컨설팅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6개 모두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 셈이다.

이들 회사의 관계를 살펴보면 사실상 한 회사나 다름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차용규씨의 이종사촌으로 알려진 최모(46)씨가 대표로 있는 월드와이드는 태성B&P와는 중계동 건영백화점 지분을, 그린데이타베이스와는 대치동 해암빌딩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태성B&P와 그린데이타베이스는 임원 명단과 등기부상 주소가 일치한다. 한 회사라는 이야기다.

에이프로비즈, 에이프로F&D, IPIC 인크 코리아는 홍익대 전철역 근처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에이프로비즈는 월드와이드 소유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인데, 네이버 지역검색에서 회사 주소와 전화번호가 ‘월드와이드’ 이름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차용규씨의 동생 차모(49)씨가 임원으로 있는데, 그는 에이프로F&D의 감사이기도 하다. 또한 두 회사의 대표이사는 동일인물이다.

IPIC 인크 코리아 대표인 이모씨는 에이프로비즈 이사이기도 하다. 이씨가 몇 달 전까지 사용한 명함엔 IPIC 인크 코리아 마크, 월드와이드가 소유한 시티콘 제주 마크가 함께 찍혀 있다. 또한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월드와이드 사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차용규입니다”

차용규씨의 동생과 이종사촌으로 알려진 인물이 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회사들이 차용규씨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았다. 법인등기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들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겨우 연결이 닿은 임직원들 역시 “할 이야기가 없다” “난 잘 모른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한 회사 사무실에서는 기자의 출입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직원에게 “명함을 줄 테니 대표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래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거절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차용규씨가 월드와이드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사실을 건영옴니백화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건영옴니백화점 건물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옴니레포츠월드 지분연합회 회장은 “우리는 LIC건영으로부터 레포츠월드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태성B&P와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에 차용규 회장이 직접 나를 찾아온 일이 있다”고 말했다. 건영옴니백화점 상인들 역시 “차 회장이 지난 3월 이후 3차례 일반 분양자들과 만나 건물 리모델링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이들에게 “차용규 회장이 분명하냐”고 재차 확인하자 “안경을 쓰지 않았을 뿐 인터넷에 있는 차 회장 얼굴과 똑같았다. 또 그 사람이 차용규가 아니라면 왜 자신을 차용규라고 했겠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한 상인은 “카자흐스탄에서 마피아들과 싸우다 생겼다는 눈 밑 상처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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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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