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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부 판사들이 처음 공개하는 ‘파산 제대로 하는 법’ ‘절대로 파산할 수 없는 사람들’

파산부 판사들이 처음 공개하는 ‘파산 제대로 하는 법’ ‘절대로 파산할 수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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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정아 사건 계기로 개인파산·개인회생 심사 엄격해져
  • 양심적 ‘빚잔치’ 아닌 ‘배 째라’식 파산신청 급증
  • 기상천외한 재산 빼돌리기 수법…얌체족·파렴치족 늘어
  • 파산선고 후 면책결정 받으면 공무원 되는 데 지장 없어
  • 카드빚, 빚보증이 개인파산 가장 큰 원인
  • 유명 연예인 L씨 개인회생, 유명 영어강사 L씨 개인파산 신청
  • 경기불황으로 의사, 한의사 등 고액연봉자도 파산·회생 신청
파산부 판사들이 처음 공개하는 ‘파산 제대로 하는 법’ ‘절대로 파산할 수 없는 사람들’
“개인파산 신청을 받아보니 채무자가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파산관재인 제도를 활용해서 면밀하게 심사하고 자료를 받고 있지만 자꾸 악용하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채무가 초과해 자신이 극복할 수 있는데도 ‘파산을 신청해버리자’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채무자 처지에서는 돈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하는 개인회생보다 파산이 낫겠죠. 하지만 개인파산제의 취지는 ‘노력했지만 불운하게’ 채무 초과 상태에 빠져 도저히 헤어나지 못하고 인간으로서 기본적 삶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채무자를 새출발시키자는 데 있거든요. 엄격한 전제조건이 ‘성실하지만 불운했다’예요.”

서울중앙법원 파산부 파산6부 정영식 판사는 “앞으로 개인파산 면책결정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개인회생 심사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개인파산 심사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개인파산 면책결정이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채무자의 파산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심리를 거쳐 파산을 선고한 후, 면책허가가 되면 신원증명서에 파산 사실도 기재하지 않고 사회 진출에도 별다른 제약이 없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 따로 파산인 자료를 보유하면서 약 7년간 거래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파산부가 앞으로 ‘개인파산에 대한 심사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힌 건 우리나라 전체 가계 빚이 650조원을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현실에서 개인파산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파산부 판사들은 “빚을 갚지 못한다고 해서 너도나도 파산하길 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용불량자를 포함한 금융채무불이행자는 700만명이 넘는다. 지난 3년간 채무자들은 개인회생보다 개인파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개인회생은 개인파산과 전혀 다르다. 개인회생은 직업과 월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최저생계비 15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최대 60개월 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없던 것으로 면제받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개인파산은 가진 것을 다 털어서 채권자에게 고루고루 나눠주는 ‘빚잔치’다. 하지만 요즘은 파산 신청자가 ‘배 째라’ 식으로 무일푼을 주장하면서 면책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파산, 5년간 100배 늘어

파산부 판사들이 처음 공개하는 ‘파산 제대로 하는 법’ ‘절대로 파산할 수 없는 사람들’

고영한 파산수석부장판사는 “개인회생보다 개인파산 신청이 10배 더 접수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3년간 개인파산 신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0년엔 329건에 그쳤는데, 2005년에는 3만8773건으로 5년 동안 100배가 늘었다. 이어 2006년에는 12만3691건, 지난해에는 15만4039건으로 2000년에 비해 468배 늘었다.

고영한 파산수석부장판사는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5000여 명인데, 개인파산 신청은 5만건에 이른다”면서 “개인회생보다 파산 신청이 10배 더 접수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파산부에 따르면 개인파산의 급증은 빚 갚기를 회피하고 어떡하든 채무를 탕감받으려는 경향 때문이다. 판사들은 “개인파산 심사가 느슨해질수록 도덕적 해이까지 겹쳐 더 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정영식 판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산선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선 파산선고 받은 친구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신용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전만 해도 파산이 뉴스거리였잖아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서울만 해도 연 5만건이 접수되고 있어요. 본래 ‘파산’이라는 게 ‘재산을 깬다’는 의미거든요. 원래는 채권자를 위한 것이었어요. 재산이 조금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구 건 먼저 갚고 누구 건 안 갚을 수 없잖아요. 채권자 처지에선 다른 경쟁자를 이길 보장이 없으니 아예 골고루 나눠주길 바라는 거죠. 빚잔치를 한 다음 남은 빚은 없는 것으로 처리해 채무에서 완전히 해방시켜주자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남은 재산을 털어서 빚잔치하는 사람이 전체의 5%도 안 돼요. 대체로 자기 재산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파산신청을 해요. 채무자가 정직하게 적어내면 바로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까지 받죠. 3~6개월이면 모든 절차가 끝나요. 빚을 다 안 갚고도 빚이 없어지는 겁니다.”

파산부에 따르면 앞으로 파산신청자 자격요건이 까다로워진다. 채무자의 연령과 직업, 부채규모 등을 고려해 변제 능력이 없다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진 경우에만 파산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소액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면책 목적으로 하는 파산신청은 기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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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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