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로비 의혹은 이명박 정권에도 칼을 겨누고 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됐고 이종찬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 대통령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위태위태하다. 이번 사건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여름 시작된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발단이 됐다.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박 회장 회사의 홍콩법인 APC 계좌 문제, 이번 사건에 결정적 증거가 됐다는 박 회장 여비서의 ‘로비 다이어리’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말 국세청의 고발을 받은 직후 ‘로비 다이어리’ 등 세무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관가의 저승사자
최근 ‘신동아’는 박연차 사건의 시발점이 된 국세청 세무조사의 배경과 진행상황에 대한 취재중, 지난해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책임자였던 국세청 고위간부가 부적절한 사생활 문제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공직윤리관실)에 소환,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물론 특별한 의혹이 확인됐거나 대형 게이트는 아니다. 하지만 ‘신동아’는 이 사건에 주목했다. 이 국세청 고위간부가 태광실업 세무조사 책임자였다는 점 외에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국세청, 청와대, 검찰 등 사정기관 내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세청 등 사정기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공직윤리관실 당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중순 어느 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실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공직윤리관실 관계자였다. 대화 내용을 재구성하면 대략 이렇다.
“J 국장님이신가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52059;·#52059;·#52059;입니다. 잠깐 저희 사무실로 와주셔야겠습니다. 저희 지원관님이 국장님을 뵙고 싶어하십니다.”
“무슨 일입니까.”
“와보시면 압니다. 사무실 위치 아시죠?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4층입니다.”
“네, 곧 가겠습니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몇 시간 후 J 국장은 공직윤리관실로 찾아왔다. 공직윤리관실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이 창성동 별관 사무실에 도착한 J국장을 안내했다. 공직윤리관실은 흔히 ‘암행감찰반’으로 불린다. ‘관가의 저승사자’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과거 청와대 특명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청 사직동팀(경찰청 형사국 조사과)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노무현 정권이 끝난 뒤인 지난해 2월 폐지됐던 이 조직은 5개월 만인 지난해 여름 지금의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날 공직윤리관실에서 J 국장을 부른 사람은 지원관실 책임자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다. 이 지원관은 노동부 감사관 출신의 2급 공무원으로 경북 포항 사람이다.
J 국장이 공직윤리관실에 불려오는 과정에는 작은 실랑이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J 국장에게 전화를 건 직후 공직윤리관실에는 전화가 쇄도했다. 국세청 전현직 간부들, 현직 청와대 고위인사들의 전화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슨 일이냐, J 국장을 부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공직윤리관실은 당황했다. 한편으로 불쾌했다. 공직윤리관실 관계자는 J 국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왜 그러십니까. 여기저기 전화하지 마시고 그냥 조용히 들어오세요.”
당시 공직윤리관실에 전화를 건 고위공직자 중에는 현 국세청 최고위직 인사인 L씨와 청와대 고위간부 K씨, 전직 국세청 간부로 J 국장의 선배인 또 다른 K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현 정부의 핵심인사이거나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를 경고하기 위한 소환이었다. 권력 실세들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공직윤리관실로서는 일종의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실제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공직윤리관실의 한 관계자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당시 여기저기서 전화가 쇄도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이를 두고 공직윤리관실 내에서는 ‘불쾌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당시 공직윤리관실에서 J 국장을 부른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