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학년 학생들이 매킨토시 노트북으로 수업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대지 면적이 3만9121㎡(1만1835평)에 달하고 사방에 녹음이 우거진 캠퍼스는 도심에선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냈다. 건축면적 1만1322㎡(3425평)에 연면적이 2만8497㎡(8620평)나 되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들은 직육면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일반 학교와 달리 곡선의 미를 살린 독특한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었다. 또 제주의 전통 민가처럼 마당을 가운데 두고 채광과 조망을 살려 건물을 배치한 덕에 어디서건 볕이 잘 드는 구조다.
건물은 크게 초등학교, 중학교, 다목적시설, 기숙사로 나눠져 있다. 또 친환경 인조잔디를 깐 축구장과 50m 육상트랙, 테니스코트 2곳, 400석 규모의 계단식 대강당, 통유리로 마감한 실내수영장, 실내 체육관, 체력단련실, 스크린골프장, 골프연습장, 록밴드연습실, 오케스트라연습실, 악기연습실 등 다채로운 예체능시설도 갖추고 있다.
자연에서 호연지기, 영어도 술술
기숙사 3개동에는 2인용 학생실 180여 개와 라운지 11곳이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여러 명의 내·외국인 사감은 학생의 안전과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넓고 청결한 학생식당에서는 끼니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한식과 양식 외에도 샐러드 바와 후식을 함께 제공한다. 성장기에 필요한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돕기 위해서다. 다음은 김명기 KIS 제주캠퍼스 총괄이사의 말이다.
“서울이나 대도시에 이런 학교를 짓는 건 엄두도 못 내요. 캠퍼스 규모도 클뿐더러 건물이 반듯반듯한 구조가 아니라서 건축비와 운영 경비 등 제반 비용이 엄청나게 들거든요. 더구나 천혜의 자연환경을 아우른 1만 평 넘는 학교 부지가 어디 흔한가요? 제주 영어교육도시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선생님을 맞지 않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자신이 공부할 교실로 이동했다. 음악, 미술, 과학, 수학, 작문 등 각 교실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 교사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 학교 교복의 일종인 캐주얼한 생활복 차림이었고 누구나 예외 없이 어디서건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심지어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 넷이서 걸 그룹 흉내를 내며 놀 때조차 영어를 썼다. 낯선 방문객에게는 신기하기만 했지만 이 학교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크리스틴 제라벡 부교장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영어가 서툴렀는데 지금은 수업은 물론 모든 활동이 영어로 이뤄질 만큼 실력이 향상됐다”며 “학생을 새로 선발할 때는 재학생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영어 실력과 인성을 많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악기연습실에 모여 있던, 플루트 삼매경에 빠진 여학생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