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뀐다. 삼성전자나 포스코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회사의 외국계 자본 지배율이 50%를 넘나드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연대해 이들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한다.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비한 방어수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의 경우 주식옵션의 자유화 조치 등을 통해 미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경영권방어제도를 이미 갖췄다. 신주예약권과 종류주식(소정의 권리에 관해 특수한 내용을 부여한 주식) 등이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된다. 통계에 의하면 이미 300개 이상의 상장사가 포이즌 필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의 진출이 많은 유럽에서도 포이즌 필을 포함한 경영권 방어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포이즌 필 도입 필요
혹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가 백기사 구실을 하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접근방법이어서 논란이 많다. 그보다는 회사법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어수단을 정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제도적 장치 마련과는 별도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정비도 필요하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경우 부정적인 면도 있을 수 있지만 기업인수합병을 촉진하고 나아가 대상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등 순기능적인 측면도 있으므로 이를 재조명해 어느 정도 적정한 선에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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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가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이익 증대를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취약한 방어수단 등으로 인해 헤지펀드 등이 대상 회사의 경영권을 너무 쉽게 장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특히 기술집약적인 벤처기업의 경우 초기 창업자가 재무적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경영권 위협에 대응해 적정하게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절실하다. 포이즌 필 제도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