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호 전문가들은 한국이 요인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큰 국가 중 하나로 지목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위한 경호만 있고, 대통령이 될 사람에 대한 공적(公的) 경호는 전무한 게 현실. 왜 우리는 미국처럼 대선후보와 예비후보의 경호에 국가 경호 전문기관이 나서지 않는 것일까. 예산이 없어서? 아니면 전문인력이 없어서?
한국에서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각 이해집단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재야단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화, 지역주의 부활, 진보·보수세력간 갈등 고조…. 대립 세력 간의 충돌 가능성과 선거유세장에서 우발적인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 주요 정치인이 정치테러에 의한 위협 때문에 선거운동을 못 한다면 민주선거는 기대할 수 없다.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테러 등에 의해 사망한 경우 후보등록 마감 5일 후부터는 후보자 교체가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도 우려스럽다. 이러한 법상 허점을 이용해 유력 후보자에게 정치테러가 가해진다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테러의 토양 충분
일반적으로 선거 범죄자들은 ‘한탕주의’ ‘몰랐다 주의’ ‘떠넘기기 주의’ ‘줄서기 주의’ 등에 기대어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이들이 범죄에 빠지는 것은 ‘환상의 심리’ 때문이다. 선거가 시작되면서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장 적임자라는 환상에 빠진다. 여기에는 여러 정보 중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집하고 신뢰하는 편향의 심리가 작용한다. 웃으며 악수하고 격려의 말을 건네오는 모든 사람이 투표 당일,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환상에 빠진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능력이 마비된 채 공약이나 정책적 측면에서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보다는 선정적인 홍보, 상대 후보 비방,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는 정치 공작에 치중하면서 선거 범죄에 발을 담그기 쉽다.
여기에 ‘비동기 강력범죄 유발심리(테러자해심리)’가 더해지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역사적으로 정치인 피습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정치범죄는 피해와 박해를 받아왔다고 착각하는 사회 불만세력의 그릇된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일종의 영웅주의와 무차별 증오심리로 파악되지만 대중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대중 인지(認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계획범죄라 볼 수 있다.
사회안전망과 범죄자 교화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온전치 못한 한국 사회엔 이런 비동기 강력범죄를 양산하는 토양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오는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와 2008년 국회의원선거에서 각종 선거 범죄를 예방하려면 선거풍토 쇄신, 지역주의 선거운동 제한, 시민단체 역할 강화, 언론의 공정성·진실성·유용성 등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일반인에게 ‘경호’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점은 1995년 한국체육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경호학과가 신설되고 이듬해 한국경호경비학회가 창설되면서부터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발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과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보복폭행사건은 경호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자는 소영웅주의와 무차별 증오심리에서 비롯된 계획범죄를 미연에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자는 대그룹 회장의 잘못된 부정(父情)과 수행비서, 경호담당자 등의 맹목적 충성 경쟁이 자초한 ‘폭력행위’라는 점에서 잘못된 경호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려스러운 각 정당 경호 실태
2006년 5·31 지방선거 유세장에서 테러를 당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아래는 최근 박 대표를 밀착 경호하는 여성 경호원.
현재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자 중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호는 사설경호업체 경호인력 3명이 맡고 있으며 에쿠스 승용차 1대, 카니발 2~3대가 이에 이용되고 있다. 또 박 전 대표측은 선거캠프 자체에서 선발한 경호인력 4명이 체어맨 승용차 1대, 트라제 자동차를 이용해 경호를 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경우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는 팬클럽 소속 특전사 출신 경호팀이 가동된다. 이에 반해 박 전 대표측은 경호대상자가 여성임을 감안해 20대 여성 경호원 한 명을 박 대표 주변에 그림자처럼 붙어다니게 한다.
이 전 시장 주변에서는 검은색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빨간 경광봉을 든 채 경호에 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팬클럽 경호팀이다. 박 전 대표의 수비대 경호팀은 지구당별로 평균 20~30명을 차출했는데 그중 약 40%가 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의 처지에선 경호가 오히려 대선주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잉진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한명숙, 천정배 등 범(汎)여권 대선 주자들은 수행비서 외에 별도의 경호팀을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행비서란 신변보호 관리자, 경호 운전자, 보안 관리자, 의전 관리자, 건강 관리자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현실은 후보자의 일정을 짜고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비서 노릇만 하고 있다. 경호 정보와 경호 장비의 면에서 보면 열악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다.
1997년 대통령경호실은 경호업무규정에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요청이 있거나 경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대통령경호실장의 판단에 의해 대통령선거 후보자에 대한 경호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경찰 경호규칙에도 이와 같은 내용을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적용된 15대·16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선거후보자에 대한 위해환경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경찰에서만 60여 명이 후보자 신변 보호에 나섰다.
속속 드러나는 테러 징후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의 후보자들은 테러로부터 얼마나 안전한 것일까. 국내 경호 전문가들은 이들의 위해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경호 사각지대는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위해환경 측면에서 보면 우선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사회 안전에 대한 불안이 점증하고 있다. 10년 전까지 국민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던 중산층이 붕괴함으로써 빈부와 이념 간의 갈등을 완충하는 안전핀이 빠져버린 것.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선거 때가 아니어도 강력범죄와 테러 발생의 원인이 된다.
빈곤은 테러의 원천적인 온상이다. 갑작스럽게 빈민층으로 추락한 이들은 빈부격차가 가져온 현실과 거기에 대한 좌절, 분노 등에 사로잡혀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늘어난 절대 빈곤층과 청년실업자는 자생적 불만세력을 형성하고 국제테러단체와 연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2005년 통계청의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조사’에선 국민의 과반수 이상(52.6%)이 ‘사회 안전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특히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국회의 비준과정에서 농민·사회단체의 집단시위, 개헌 찬반론에 대한 각 정당 및 당정(黨政) 간의 갈등, 대선후보자 및 정당 간의 흑색선전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급증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도 후보자의 위해 가능성을 크게 할 수 있는 변수다. 27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불법체류 근로자의 ‘반한(反韓) 단체’ 구성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반미 성향 단체이자 미국이 9·11테러 당시 테러단체 후보로 거론한 자마아티 이슬람당의 한국지부가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를 조직해 이슬람권 불법체류자의 세력화를 꾀한 것이 그 한 사례다. 그들은 2000년 8월 인천, 수원, 안산, 파주, 포천 등 수도권 11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다 2004년 10월5일 핵심 조직원 5명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강제 추방됐다.
2000년 이후 폭증세를 보이는 탈북자의 사회 부적응 현상도 부담이다. 2006년 현재 귀순자를 합해 6580여 명에 달하는 탈북자 중 많은 수가 경쟁과 시장원리를 근본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 적응에 실패한 것은 잘 알려진 상황. 차후 이들이 집단화한다면 자생적 극단주의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 비밀경호대의 밀착 경호를 받고 있다.
우발적 범죄와 총기 범죄, 폭발물에 의한 폭파 협박이 급증하는 현실도 우려스럽다. 2006년 발생한 197만건의 범죄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우발적 범행이 18.3%, 부주의 등 실수 14.6%, 이욕(利慾) 3.7%, 사행심 1.1%, 호기심 0.9% 등으로 우발적 범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범행 예측의 어려움으로 인해 경호가 더 어려워졌음을 입증한다. 2005년 한 해에만 38건의 총기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현재 개인에게 지급된 총기가 28만8000정이고, 화약류 취급소 1388개소가 전국에 널려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불법 무기를 소지한 사람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2005년 회수된 불법 총기류는 7830정, 실탄 등 화약류는 15만2000점, 도검은 5100점에 이른다. 총기류에 의한 잠재적 위협이 선거후보자의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폭파 협박도 선거 경호의 또 다른 변수다. 올 들어서만 여의도 KBS 본관, 서울 전농동의 한 백화점, 하얏트호텔(한미 FTA 협상장), 여의도 63빌딩, 강남 주상복합아파트, 의정부 미군부대 등을 폭파하겠다는 신고가 1월 3건, 2월 4건, 3월 15건, 4월 8건, 5월 1건 등 31건이 접수돼 경찰, 군, 소방 등 경호 유관기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6월2일 미국 법무부가 뉴욕의 케네디(JFK) 국제공항을 폭파하려던 테러음모를 적발한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나라 밖도 안전하지 않다
나라 밖의 상황도 대선 경호의 위해환경을 악화시키며 경호의 사각지대를 넓혀가고 있다. 우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 북한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틈만 나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미국을 추종하는 ‘전쟁머슴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며 불안감을 낳고 있다.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테러 관련 무기들을 테러리스트 국가나 집단에 팔았다는 설이 신빙성을 얻는 상황에서 많은 양의 화학 및 생화학적 무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국제 테러단체로부터의 직접 위협도 염려된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지금까지 이라크 내의 테러조직에 의한 테러협박 위협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 2004년 8월 말 이라크 저항단체인 ‘안사르 알 순나’의 산하 단체인 ‘검은 깃발’은 “한국이 전투부대를 파병할 경우 테러를 자행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해 10월1일 아이만 알 자와히리(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후계자)는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미국과 영국 등 이라크전쟁을 주도한 국가들 외에 한국과 일본, 호주, 프랑스, 폴란드를 거명하며 이들 국가의 이익시설들을 공격하라고 전세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요구했다.
자이툰부대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테러 협박은 이번 대선 경호에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정황은 이라크 자이툰부대와 아프가니스탄 다산부대로 이동하는 군수물자 수송선박이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항공기 또는 한국 내의 미국공관, 해외의 한국공관 등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점증시킨다.
이런 테러 우려는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월20일 아프가니스탄 한국군 주둔부대인 다산부대 윤장호 하사가 테러리스트의 폭탄테러로 전사했고, 3월22일에는 알카에다 관련 테러조직으로 알려진 ‘이라크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바그다드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기자회견장에 로켓포 공격을 하기도 했다. 국외에서의 테러 위험 증가는 해외여행자뿐만 아니라 해외 공식 방문을 하는 대선후보자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점증하는 대선후보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이를 국가위기관리지침에 반영해 대비하고 있으나 우선 닥친 문제는 당장의 경호 문제다.
대선후보 경호에서 가장 큰 난관은 국가 차원에서 그들을 경호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관련 법률을 새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경호 전문가들은 “관련 법률의 부재를 탓할 게 아니라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도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오히려 의원입법으로 새롭게 제출된 ‘요인경호법’ 등의 제정안은 요인 법령 상호 간의 모순, 법률 시행상의 어려움, 경호 대상의 지나친 확대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며 기존의 경호 관련 법체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마련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경호 관련법을 일부만 보완해도 대선후보자 등 주요 정치인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경찰관직무집행법’이나 ‘대통령경호실법’과 유사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토록 함으로써 오히려 혼선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요인경호법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경호 지휘 단일성 원칙의 저촉, 총기사용 남용, 경호구역의 중복지정 등 국가요인 경호체계에 대혼란을 부를 우려가 있다.
답은 현행 대통령경호실법 제3조에 있다. ‘그 밖에 대통령경호실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이란 대목만 활용해도 대선후보를 국가 경호 대상자로 충분히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경호실이 나서야
대선후보자 경호에 있어 또 하나 강조돼야 할 것은 경호기관의 전문성이다. 경찰과 같은 경호 비전문가들이 아니라 많은 경험을 지닌 국내 최고의 경호 전문기관, 즉 대통령경호실이 대선후보의 경호에 나서야 한다. 한국과 같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이면서 경호 선진 국가인 미국의 경호사례를 보더라도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소속의 비밀경호대(Secret Service)가 대통령 경호는 물론 여·야 대통령후보자에 대한 경호를 일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요인경호법 등을 새롭게 제정해 경찰을 대선후보 경호에 대규모로 투입하면 결국 인력과 예산만 소모할 뿐이다. 관련 법률이 새롭게 마련된다고 해서 대선후보 경호에 필요할 만큼의 경호 전문 경찰이 갑자기 양산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선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법에 의거, 위해 가능성이 큰 국회교섭단체 소속의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경호실에서 대선후보로 결정된 날로부터 선거일까지 120일 범위 내에서 경호를 담당하고, 돌발적 위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군소정당 또는 무소속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경찰청이 경호를 담당하도록 해 경호 예우의 평등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껏 교섭단체의 대선후보는 당 후보 경선 시절에는 사설 경호기관이, 대선 본선 기간에는 경찰이 경호를 담당했으나 오히려 대통령경호실이 경호를 담당하는 것이 인력과 비용이 적게 든다. 대통령경호실에는 실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편제가 이미 갖춰져 있어 경제성의 원리에도 적합하고,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대선후보의 신변 안전을 책임질 경호 능력을 검증받았다. 또한 대선후보 경호업무는 단순한 신변안전 보장뿐 아니라 사생활과 선거캠프의 비밀보호 기능까지 수행함을 고려할 때 전문적인 경호가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혹자는 대선후보자 경호를 경찰이 전담해야 한다고 하지만 제2공화국 시절에 경험한 바와 같이 정보·수사·경호·테러 등의 업무가 어느 한 기관에 집중되는 것은 권력 분립 차원에서나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의 비밀경호대는 지난 5월3일부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오바마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경호를 개시했다. 이는 역대 후보자 경호 중 가장 조기에 시작하는 것으로 오바마 후보의 자택과 행사장 등에는 이미 경호요원이 배치됐고, 방탄차량 지급과 통신장비 구축도 이미 일단락됐다. 미 대통령후보의 경호는 통상 120일 전에 실시하지만 후보 측의 특별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조기에 실시하며,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후보에 대해서도 대선 약 9개월 전인 2004년 2월20일부터 경호를 개시한 바 있다.
최근 오바마 의원은 인기가 급상승함에 따라 서신 및 인터넷을 통한 백인 우월집단 등의 위해 협박을 받은 일이 있으며, 이에 따라 민주당 리처드 상원의원이 라이드 민주당 대표에게 경호를 건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오바마 의원은 대중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로 유세 때마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해 신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오바마 후보에 대한 경호 결정은 민주당 대표 등이 비밀경호대장 및 국토안보부 장관과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결정됐다.
하지만 미국 국토안보부는 대선후보자가 조기 경호를 신청하는 모든 경우에 경호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의회자문위원회’가 권고하는 일정 자격기준을 통과한 후보에 한해서만 경호를 제공하는데 그 자격기준은 ①후보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 ②국가적 차원의 선거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자 ③후보 예비선거시 2개 주(州) 이상에서 연속 10% 이상 득표한 자 ④최소 200만달러 이상의 선거자금 기부금을 접수한 자 ⑤최소 10만달러 이상의 연방선거자금 수령 자격을 갖춘 자 ⑥전당대회 참석대표의 10% 이상 지지를 얻고 있는 자 등이다.
한편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인 힐러리 상원의원은 전직 대통령 배우자 경호대상에 포함돼 비밀경호대가 경호를 맡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후보에 대한 비밀경호대의 조기 경호 실시는 인기가 높은 후보자에 대한 위해를 우려한 야당측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중요 정치일정에 대한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를 초월해 경호 전문기관인 비밀경호대를 적극 활용하는 정치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대선후보자들은 경호 제공을 거절할 권리가 있지만 과거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 중 경호를 거절한 사례는 없다. 그만큼 미 정계는 비밀경호대의 경호 제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자원봉사 경호는 신중하게
대선후보를 테러의 위협에서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예방 노력 및 총력경호가 필요하다. 경호란 사후조치가 아니라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우리 대통령의 법적 지위는 국가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군의 통수권자인 만큼 그 선거는 순수 경호업무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통령경호실과 같은 전문기관이 총괄하는 게 옳다. 대통령경호실은 모든 경호 유관 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기동수단과 의료 등 모든 경호 관련 지원 시스템을 동원해 총력 경호를 해야 한다.
여기에서 총력경호란 선거관리위원회, 사법부, 군, 경찰, 소방, 경호실 등의 전문성과 대선후보 본인, 소속 정당의 질서의식, 일반 국민의 주권자로서 깊은 관심이 하나가 돼 모두 협조하는 경호를 의미한다. 또 이제는 인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방탄차량 및 통신장비 등을 총동원해 더욱 과학적인 경호를 실시해야 한다.
검증된 사설 신변보호업체의 활용도 필요하다. 각 당의 대선 경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개입찰 등을 통해 우수한 사설경호업체를 뽑아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사설경비업체 2671개(12만7620명) 중 신변보호업체 360개에 6045명의 전문인력이 소속돼 있다. 신변보호 업체는 각 당의 대통령선거 후보자 경선기간 120일뿐 아니라 대통령선거 기간 중에도 공적 경호 1선과 2선(대통령경호실, 경찰청) 경호를 지원하며 3선 경호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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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무도협회나 뜻있는 체육관장들이 주축이 된 자원봉사 형태의 경호도 무시해선 안 된다. 다만 경호지휘 단일화의 원칙에 입각해 반드시 정당과 공적 경호관계자와의 사전 협의에 의해 경호에 나서야 한다. 특수복장을 하고 선글라스를 쓴 채 빨간 경광봉을 흔드는 요란한 경호는 절대 금물이다. 보호색의 원리에 따라 평범한 복장을 하고 환호하는 군중 속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이 같은 자원봉사 경호는 지역별 무도협회 지부나 해당 지역 체육관별로 그 지역에서의 행사시에만 참여토록 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 목적을 띤 경호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과잉진압으로 연결돼 대선후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 경비업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대선후보가 국민 모두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품격을 갖춰 스스로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면 경호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최선, 최상의 경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