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이자 골프장 업체 이사인 A씨는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자치단체장 B씨에게 퇴임 후 유학자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B씨는 A씨의 제안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A씨는 업체 대표 C씨에게 B씨와의 대화 내용을 알리면서 5만 달러를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B씨가 퇴임한 직후 A씨는 C씨에게서 받은 돈을 B씨에게 전달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뇌물 약속의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A씨와 C씨가 공모해 B씨에게 뇌물을 지급하기로 했고, B씨도 이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에게 전달된 돈을 마련한 사람이 A씨가 아닌 C씨라는 점에 주목했다. C씨는 B씨를 직접 접촉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A씨와 B씨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만으로는 뇌물 공여·수수의 약속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뇌물 공여자 C씨의 뇌물 공여 의사가 공직에서 퇴임하기 전 B씨에게 전달됐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2도9417 판결]
■ 영장 없이 채취한 혈액의 증거 능력
오토바이 운전자 A씨는 음주 상태에서 주행하던 중 선행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경찰관은 A씨의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고 A씨의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A씨의 혈액을 채취했다. 경찰은 사후 영장도 발부받지 않았다. 이 사건을 재판한 법원은 당시 경찰이 확보한 혈액의 분석결과를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 법정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는 증거 능력을 인정해달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않고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혈중 알코올 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했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감정의뢰 회보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해 획득한 증거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의자가 의식이 없고 아무리 급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사후 영장은 발부받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1525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