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고수익 알바” 미끼로 청년 유혹 도박 사이트 성행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5-16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NS에 올라온 ‘고수익 알바’ 홍보 게시물.

    SNS에 올라온 ‘고수익 알바’ 홍보 게시물.

    ‘대한민국 최고의 고수익 재테크 알바.’ 

    기자는 청년을 유혹하는 ‘온라인 부업’ 관련 취재를 하다 한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에서 이런 홍보 문구를 발견했다. 업자가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문의 메시지를 보내자 곧 장문의 답이 돌아왔다. 

    ‘#재테크 #고수익 #소액투자 #목돈 만들기 #여행비&성형비&문신비&생활비 마련 #초보자 가능 #경력자 환영.’ 

    ‘△20만 원 투자하면 200만 원으로 카드 인생 스톱 △30만 원 투자하면 300만 원으로 대출 인생 스톱 △50만 원 투자하면 500만 원으로 완전대박 인생.’ 

    취재해 보니 ‘알바’를 미끼로 인터넷 도박을 권하는 업자였다. 



    최근 청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중심으로 ‘은밀한 유혹’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부업과 재테크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간단한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며 링크를 보내준다. 이 사이트에 접속해 업자가 알려준 코드를 추천인 항목에 입력하면 회원 가입 승인이 떨어진다. 여기서 진행하는 게임은 바카라(트럼프 도박의 하나), 베팅 금액은 최소 20만 원부터다. 이 사이트에 적힌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단, 보통의 불법 도박 사이트와 달리 이용자가 직접 게임하는 게 아니다. 업자가 지시하는 대로 베팅하거나, 베팅 자체를 담당자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기자와 대화를 나눈 업자는 “게임 수익률 10배를 보장한다. 사이버머니(수익)를 받으면 10%를 나한테 주고 나머지는 당신이 가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사이버머니는 해당 사이트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며 “지금껏 환전이 안 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수익을 어떻게 보장한다는 거냐”고 묻자 업자는 “운영진한테 게임 결과를 미리 받아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직접 베팅하는 게 이득 아니냐”고 물으니 “나는 이미 돈을 많이 벌었다. 현재 내 이름이 업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직접 베팅을 하지는 못할 뿐”라는 답이 돌아왔다.


    입금 내역, 대화 기록 등 증거 모아 신고해야

    그러나 이 설명은 거짓일 개연성이 높다. 이 사이트를 이용한 한 피해자는 “업자가 하라는 대로 베팅해 사이버머니를 벌었지만, 이를 현금화하려 하자 운영진이 ‘베팅 내역이 의심스럽다’며 환전을 막았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사이트에 가입한 일부 신규 회원이 고액의 수익을 가져갔는데, 그들이 회원 가입 당시 입력한 추천인 코드가 당신의 추천인 코드와 같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보증금 70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면 일주일간 사이트를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피해자는 “황당했고, 처음 입금한 20만 원이 아깝기도 했지만 추가로 입금했다가 더 손해 볼 것 같아 제안을 거절하고 환전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들어 보니 보증금을 입금했다가 즉시 강제 탈퇴 조치를 당한 사람이 있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사이트 운영자를 고소하면 사기죄로 처벌받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도박 사이트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최근 고소득 재테크라는 말로 사람을 현혹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성행한다. 명심할 것은 사행성 게임으로 돈을 버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또 “사기범을 잡으려면 사이트 이용자의 신고가 필수다. 사이트 입금 내역과 운영진과 나눈 대화 기록을 캡처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