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화장품 소재 될 지리산 자생식물 라이브러리 구축
남원 경제 역동적으로 뛰게 할 우수 중소기업 다수 유치
지역 경제 활성화 돕는 효자 상품, 남원사랑상품권
전통과 미래 공존하는 체류형 관광 인프라 ‘남원예촌’
광한루원 옆에 자리 잡은 남원예촌. [남원시청 제공]
지금껏 전북 ‘남원시’ 하면 가장 흔히 떠올리는 이름들이다.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가 구성진 가락에 담겨 전해지는 판소리 ‘춘향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 고전이고, 남원 시내 한가운데 자리 잡은 광한루원은 우리 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즐겨 찾는 한국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거기다 사계절 보양 음식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남원 추어탕’은 남원시의 대표적 향토음식.
그런데 앞으로는 볼거리(광한루), 먹을거리(추어탕), 들을 거리(춘향전)에 남원을 대표할 새로운 한 가지가 더 추가될 전망이다.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친환경 ‘바를 거리(화장품)’가 바로 그것이다.
친환경 화장품 클러스터 조성
남원시가 세계적 친환경 화장품 산업의 메카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국내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의 풍부한 자생 식물자원을 바탕으로 친환경 화장품산업 도시로 대전환을 꿈꾸고 있는 것. 남원의 K-뷰티 전진기지 변신의 선봉장은 이환주 남원시장이다. 2011년 10월 남원시장에 첫 취임한 그는 남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친환경화장품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발표한 이후 재선, 3선을 하는 동안 근 10년째 화장품산업 인프라 구축에 정성을 쏟고 있다.이 시장이 화장품사업을 남원의 미래 먹거리로 판단한 이유는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1400여 종의 다양하고 풍부한 식물자원에 있다. 그는 친환경 원료로 만든 남원만의 차별화된 화장품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고 봤다. 남원시는 이 시장의 지휘 아래 2011년 노암산업단지에 화장품집적화단지를 조성한 뒤 화장품업체 유치에 적극 나섰다. 2014년에는 전국 최초로 ‘남원시 화장품산업 진흥조례’를 제정, (재)화장품산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화장품산업 연구개발과 인프라 조성은 물론 화장품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천연물을 활용한 화장품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이미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자원식물 1400여 종 중 944종에 대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했고, 이 가운데 39종이 미백과 주름 개선, 보습과 항산화, 항균 실험을 거쳐 화장품 소재로 개발됐다. 특히 자원식물 19종의 경우 해외에서도 화장품 원료로 인정받아 13건의 특허가 출원되고 관련 논문도 나왔다. 화장품 원료로 개발된 이들 자원식물은 화장품 전문원료기업 6개사와 함께 현재 남원 소재 21개 농가에서 재배돼 16개의 원료가 상용화된 상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남원시는 임대형 공장인 화장품지식산업센터를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올 4월 착공했다. 이곳에는 36개의 화장품 제조공장과 스타트업들이 입주하게 된다. 이환주 시장은 “화장품지식산업센터가 완공되면 제조업체뿐 아니라 책임판매업자와 용기업체, 원료업체 등 화장품 관련 업체들이 한곳에 모여 화장품산업 집적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남원시 화장품산업지원센터.
기업하기 좋은 도시
화장품산업뿐 아니라 남원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일반산업단지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조성된 노암산업단지 3지구 분양률은 96%를 달성했고, 75.9만㎡(약 23만 평) 규모의 ‘남원 일반산업단지’도 최근 1공구를 준공, 본격적인 기업 유치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광주대구고속도로와 순천완주고속도로가 인접한 남원 일반산업단지는 광주공항과 광양항, 군산항 등 하늘길과 바닷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통팔달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3.3㎡당 32만5000원의 파격적인 분양가격으로 기업들의 투자 부담도 크게 낮췄다.남원시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역동적으로 살릴 수 있는 우수 기업들이 산업단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며 “남원 일반산업단지의 경우도 3분의 1 가까이 투자협약을 이미 마쳤고, 현재도 다수 기업과 입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클러스터와 일반산업단지 조성이 남원의 미래를 대비한 포석이라면 남원사랑상품권은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함으로써 현재 남원 골목상권 활성화를 돕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원사랑상품권은 모바일상품권과 카드형상품권을 합해 월 5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고, 지류형 상품권도 월 50만 원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할인율 10%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월 최대 10만 원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2019년 3월, 120억 원 규모로 처음 발행한 남원사랑상품권은 지난해 1323억 원으로 그 규모가 크게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5월 말까지 750억 원을 발행하는 등 순항 중이다.
친환경 전기열차사업
남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남원까지 가서 ‘광한루’를 둘러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광한루원은 남원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이환주 시장이 시정을 이끈 지난 10년 동안 남원시는 광한루원 주변 5개 지구에 ‘남원예촌’ 등 전통한옥 숙박단지를 조성하는 등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체류형 관광도시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광한루원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 관광 랜드마크 조성사업 외에도 남원시는 도심권 관광 활성화를 위해 민간투자개발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민간자본 383억 원을 투입해 남원관광지 내 춘향테마파크와 함파우소리체험관, 김병종시립미술관을 연결하는 총 연장 2.44km의 관광형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있고, 남원항공우주천문대 주변에는 80m 높이의 집타워에서 출발하는 2개 코스의 집와이어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남원시는 동절기 통행 제한 구간에 거주하는 350여 가구 주민들의 이동 편의성을 확보하고 국립공원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관광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친환경 전기열차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전기열차를 도입함으로써 생태계 보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남원시의 복안이다.
친환경 전기열차가 도입되면 소나무 180만여 그루를 심고 연간 4201t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환경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사업의 친환경성이 부각되면서 ‘전북형 뉴딜’ 사업에도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이 포함돼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시험노선 유치를 위해 지난해 초부터 T/F팀을 구성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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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주 남원시장
“남원은 한국의 멋과 맛, 전통과 미래 공존 도시”
[남원시청 제공]
- 코로나 시대에는 대민 행정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
“대면과 비대면 행정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해마다 23개 읍면동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시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시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올해는 랜선 시정설명회로 대체했다. 시청 강당에 화상회의 공간을 꾸미고 읍면동 마을회관마다 노트북이나 TV, 웹캠을 설치해 온라인으로 소통했다. 짧은 시간에 여러 시민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랜선 간담회가 효과적인 측면도 있다. 화면으로 시장을 만나니 재밌다고 여기는 주민도 계시더라. 다만 현장감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 그래서 랜선 간담회에서 제기된 민원 현장의 경우 ‘동네한바퀴’ 사업을 통해 직접 현장을 찾아가고 있다. 방역수칙 범위 내에서 주민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민원 내용을 청취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 남원시의 코로나 현황은 어떤가.
“남원시는 코로나 방역 모범도시다. 오늘(6월 10일) 현재까지 확진자는 76명이 나왔고, 사망자는 없다.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률도 타 시도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춘향골 체육관 전체를 접종센터로 만들어 민간 간호 인력과 시 보건소 공공 인력까지 접종센터에 모두 투입해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10% 남짓하지만, 남원은 접종률이 33%가 넘는다.”
- 민선 첫 3연임 시장을 지냈는데, 그동안 어떤 점에 역점을 두고 남원시정을 이끌어왔나.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남원의 미래 성장을 위해 크게 두 가지 점에 역점을 뒀다. 하나는 관광자원의 내실화·실속화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업 기반의 기업 유치다. 그동안 남원이 보유한 역사적 문화적 관광자원을 내실화함으로써 남원시를 한국의 멋과 맛이 살아 숨 쉬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제조업 기반이 없으면 지역 경제가 견실하게 유지되지 못한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농공단지 수준의 작은 산업용지보다 큰 일반 산업단지를 조성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많은 기업이 입주하게 되면 남원시민들께 더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시정 목표는 뭔가.
“‘행복한 시민 더 큰 남원, 우리가 함께합니다’이다. 시민과 더 많이 소통해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을 점검함으로써 더 큰 남원을 완성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 더 큰 남원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친환경 화장품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막연히 제조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남원의 지역적 특성을 결합한 전략 사업으로 2012년부터 친환경 화장품 분야를 집중 육성해 왔다. 특히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소재를 한 친환경 화장품산업은 남원시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다. 화장품지원센터가 내년에 완공되면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친환경 화장품 소재를 원료로 한 화장품 완성품 제조공장까지 친환경화장품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남원의 미래 먹거리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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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가 건설 중인 화장품 지식산업센터. [남원시청 제공]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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