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200명 ‘오징어 게임’ 송년회, 방역수칙 위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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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2-01-0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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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다리기, 동전 던지기, 노래자랑, 술 곁들인 저녁식사

    • 방역당국 “기업 주관 ‘행사’여서…”

    • 전문가 “바이러스가 회사 모임은 피해 가나”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이천시 한 공장에서 열린 A제약회사 송년회. 약 200명이 참석해 장기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이천시 한 공장에서 열린 A제약회사 송년회. 약 200명이 참석해 장기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A사가 경기도 소재 계열사 공장에서 약 200명이 참석한 송년회를 열면서 단체 게임과 장기자랑,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방역당국은 이 행사에 대해 “방역수칙 위반이라고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견해다. 기업 주최 ‘행사’는 사적모임과 다른 방역수칙이 적용된다.

    ‘신동아’ 취재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께 경기도 공장에서 송년회를 시작했다. 본사 직원과 현지 공장 직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이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모방해 여러 게임을 진행했다. 야외에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줄다리기, 실내에선 동전 멀리던지기와 달고나 만들기 등을 했다.

    오후 5시께부터는 노래 경연을 비롯한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다. 장기자랑을 마친 후 다 같이 주류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했다. 사람 간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별도의 가림막도 없었다.

    A사 직원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나온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A사 직원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나온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A사 직원 가운데 ‘오징어 게임’ 속 진행요원 의상을 입은 사람이 눈에 띈다.

    A사 직원 가운데 ‘오징어 게임’ 속 진행요원 의상을 입은 사람이 눈에 띈다.

    “방역수칙 일관성 갖춰야”

    A사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직원 B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사장이 행사를 강행했다. 직원 상당수가 억지로 참석했다”고 토로했다. 사장 C씨는 이 행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C씨는 “방역수칙을 모두 지키면서 행사를 진행했다. 문제 될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적용된 방역수칙에 따르면 기업에서 주관하는 모임은 ‘행사’로 분류돼 사적모임과 구분된다. 사적 모임은 5인 이상 모일 수 없지만 행사는 참석자 전원이 백신 접종 완료자일 경우 299명까지 관계 부처의 승인 없이 모임이 가능하다. 다만 친목 형성이 목적이라면 사적 모임으로 간주될 수 있다. 또 행사를 진행할 때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



    방역당국은 A사 송년회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방역수칙 위반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생활방역팀 관계자는 “송년회를 비롯한 기업 행사 자체를 방역수칙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친목 형성 목적 유무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결국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방역지침 준수가 중요한데, 사진만으로는 단정 짓기가 조심스럽다. 지자체 조사를 통해 살펴봐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이 주최하는 공적모임이라고 해서 바이러스가 피해 가지는 않는다. 대규모 사적모임과 다를 바 없다. 사적모임만 엄격히 제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방역수칙을 공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방역지침으론 자영업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만 죽어나는 꼴이다. 아무리 ‘행사’라도 해도 칸막이, 거리두기 등의 지침을 준수해야 했다. 사람이 밀집한 상태에서 노래 부르기, 식사, 음주 등을 하면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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