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세종시는 대한민국 ‘미·래·전·략·수·도’다”

최민호 세종시장의 어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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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03-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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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원제 개헌으로 국가적 어젠다 심도 있게 논의해야

    • ‘한글’ 국제 공용어 만들기, 범국가 차원 지원 필요

    • 행정수도, 한글문화도시, 스마트시티, 정원도시

    최민호 세종시장. [지호영 기자]

    최민호 세종시장. [지호영 기자]

    최민호(68) 세종특별자치시장은 ‘준비된 세종시장’이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연구단장’을 맡아 세종시 설계를 주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맡아 세종시 건설을 책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6·1 지방선거에서 제4기 세종특별자치시장에 당선한 그는 현재 세종시정을 이끌고 있다. 설계와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세종시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그가 그리는 세종시의 미래는 ‘미·래·전·략·수·도’ 여섯 글자에 오롯이 담겨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지방분권지원단장으로 일하며 세종시 설계를 담당했다. 당시 세종시를 설계하면서 구상한 개념이 미래전략수도다. 처음에는 ‘세종시’를 ‘신행정수도’라고 했는데,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수도를 옮기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와 ‘수도’ 대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름을 바꿔 건설했다. 헌재가 당시 ‘수도 이전’을 위헌으로 본 이유는 국민 대표 기구인 국회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이 ‘수도’라는 데 있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건립이 결정됐고,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 규칙도 통과됐다.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이 설치될 세종시는 여러 자치단체 중 하나가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 미래를 선도할 ‘미래전략수도’로 비상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국가 미래 전략과 수도 기능 결합한 도시

    최 시장은 일찍이 세종시를 설계할 때부터 최첨단 도시이자 미래전략도시로 구상했다고 소개했다.

    “세종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최첨단 도시를 지향했다. 그래서 다른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구조로 설계했다.”

    세종시가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어떤 게 있나.

    “세종시는 인구 몇 십만 명이 거주하는 자치단체가 아니다. 대한민국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제일 먼저 도전하는 국가 미래 전략과 수도 기능이 결합한 도시다. 세종시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겸하는 유일한 도시인 이유다. 도시행정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대한민국 미래 도시의 역할 모델을 할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시티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 시장은 ‘미래전략수도’라는 세종시 비전을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창의’와 ‘도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고 보니 세종시청사 정문 앞에는 ‘창의와 도전의 미래전략수도’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더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어떤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양원제다. 지금 우리 헌법은 1987년에 제정된 것이다. 당시는 (대통령) 직선제와 단임제라는 반독재 민주화에 초점을 맞춰 헌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 지금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 37년 전에 만든 국가 운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국회가 단원제여서 국회의원 300명 중 150명 이상만 찬성하면 이념에 따라 경제정책 등 국가의 근간을 바꿀 수 있다. (상원이란) 거름 장치가 없어 돛단배처럼 왔다 갔다 하는 현 체제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 대한민국 국가 볼륨이 커졌고, 대외적으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그에 걸맞은 제도가 필요하다.”

    국가 운영 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헌법을 바꿔 내치를 담당하는 하원과 외교, 통일, 주요 경제정책 등 국가적 어젠다를 한 번 더 심도 있게 논의하는 상원을 두고 서울을 제1수도로, 세종을 제2수도로 규정하는 것이다. 양원제 도입에 필요한 인프라와 그에 걸맞은 상임위 배정과 구성은 이미 국회규칙에 정해져 있다. 국방·외교·통일·법무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 두도록 했고, 경제와 행정안전 등 국민 삶과 직결되는 11개 상임위를 세종에 설치하도록 못 박혀 있다. 자연스럽게 세종이 하원 구실을 하고 서울 여의도 국회가 상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최 시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인구 12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단원제를 채택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 두 나라뿐”이라며 “무슬림 국가인 튀르키예는 국가 운영 체제가 다른 만큼, 사실상 선진국 가운데 단원제로 국정을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 과반이 발의하고,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4월 10일 22대 총선 이후 꾸려질 22대 국회에서 최 시장이 발제한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제를 국가적 어젠다에서 세종시정으로 돌렸다.

    세종시청사 4층에 위치한 세종책문화센터. [지호영 기자]

    세종시청사 4층에 위치한 세종책문화센터. [지호영 기자]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 이름 딴 ‘한글’도시

    세종시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도시인가.

    “세종시는 국가 운영의 중추기관인 중앙부처가 있고, 대한민국 싱크탱크 구실을 하는 국책연구단지가 있는 사실상 행정수도다. 도시에 포진한 기관과 구성원의 특성 자체가 행정수도임을 잘 보여준다. 또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젊은 도시다.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대한민국 표준도시다. 두 번째로 세종시는 도시 이름에 세종대왕의 이름이 들어간 ‘한글’도시다. 지난해(2023)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도시로 예비 지정을 받아, 한글날 행사를 세종에서 처음 치렀다.”

    최 시장은 “한류 열풍 덕에 지금 세계적으로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문화로 세계를 경영하려면 한국어를 국제 공용어로 선포하고 그에 걸맞게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햇다. 그는 그 일환으로 △‘한글날’ 행사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에서 실시하고, △‘한글날’을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경일로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이 3·1절과 광복절,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이다. 이 가운데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제헌절을 제외하면 정부가 주관하는 국경일은 네 개다. 이 가운데 3·1절과 광복절을 대통령이 주관하고 개천절과 한글날은 총리가 주관한다. 한류 열풍 중심에 있는 ‘한국어’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려면 대통령께서 ‘한글날’ 행사를 직접 주관하고, 한글을 ‘국제 공용어’로 선포하고 정부 차원에서 한글 확산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최 시장은 미국의 ‘스펠링 비’ 대회를 예로 들었다. ‘스펠링 비’는 뜻과 예문을 말해주면 영어 단어를 맞히는 대회로, 최종 우승자는 상금과 함께 백악관 초청장을 받는다.

    “‘스펠링 비’처럼 우리나라 학생을 대상으로 ‘한글 경진대회’를 열고 거기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는 대통령께서 상을 주면 어떨까. 한글을 사랑하고 한글을 확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나. 우리나라 학생뿐 아니라 한글을 배우려는 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 경진대회’를 연다면 한글 보급과 확산에 일조하고 한글을 국제 공용어로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열리는 한글날 행사를 최초로 주관하는 문화대통령이 돼 주길 기대한다.”

    세종시는 ‘스펠링 비’를 모티프 삼아 지난해 시범적으로 ‘어린이 한글대왕 선발대회’를 개최해 세종시장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시상했다고 한다. 최 시장 바람대로 올해 한글날부터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돼 국내외 어린이를 대상으로 대통령상이 걸린 ‘한글대왕 선발대회’가 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행정수도, 한글문화도시에 이어 최 시장이 추구하는 세종시는 ‘스마트시티’다.

    “세종시를 다양한 첨단 미래 과학기술을 활발히 실험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봇, 드론 등 첨단기술을 배우고 응용하는 젊은이들이 세종시에 많이 모여들기 바란다.”

    세종시 녹지 비율은 52%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더욱이 정부 중앙청사 옥상에 조성한 길이 4㎞의 옥상정원은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최 시장은 “2026년 세종시에서 세계정원도시박람회를 연다”며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풍부한 녹지와 정원을 갖춘 정원도시로서 세종시의 진면목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 시장은 또 “세종시를 친환경 정원도시로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배출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며 “자가용보다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응패스’를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이응패스는 2만 원짜리 패스를 구입하면 한달 동안 최대 5만 원어치 버스와 자전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처음 세종시를 설계할 때부터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당초 시민 모두에게 버스 이용을 무료화하려고 했는데, 재정 문제로 조금 후퇴했다. 올 9월부터 한 달 2만 원권 이응패스를 도입해 버스와 자전거를 무제한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버스 이용을 완전 무료화해 세종시를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만들어나가겠다.”

    ‘국가 대개조’ 필요한 시점

    세종시를 미래전략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최민호 시장은 “국가 대개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금까지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개념은 1600년대 말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 특히 3권분립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당시는 농업사회이자 왕정시대였기에 3권분립으로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가능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3권분립으로는 한계가 있다. 입법·행정·사법부 외에 국민 여론 조성과 3부에 대한 평가, 비판을 담당하는 언론을 제4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가와 자본 등을 제5부로 여겨 입법·행정·사법부처럼 엄격한 자격과 권한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언론과 자본에 대한 통제가 부족한 상황이다.”

    언론과 자본의 경우 ‘독자’와 ‘고객’ 등 시장의 지배를 받는다. 왜곡 보도를 일삼는 언론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자본도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나.

    “언론의 자격과 역할, 그리고 한계에 대한 규정은 물론 자본에 대한 통제 방안도 헌법적 가치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단시일 내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 시장은 “대한민국은 헌법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시민의식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에서는 빈곤의 추억, 후진국 잔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살게 됐나. 가진 게 많은 데도 베풀기는 커녕 아직도 뭐 더 받을 게 없나 의존하려는 문화가 남아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열등의식도 남아 있다. 선진국에서 했나, 안 했나를 따져 다른 나라가 안 했으면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 대한민국은 앞장서서 선도해야 할 선진국 위치에 와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다른 나라가 했나, 안 했나를 따진다. 지금은 서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연구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창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다른 나라가 안 했으니 하지 말자고 얘기하는 건 후진국적 사고다.”

    현행 헌법이 개정됐을 때 대한민국은 후진국에서 막 벗어난 개발도상국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잘사는 나라가 됐다. 개발도상국 시절 한국이 선진국의 잘된 모델을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폴로어’였다면, 이제는 우리나라를 본받으려는 중진국에 모범을 보여야 할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이다. 최 시장의 고민은 ‘패스트 폴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법과 제도, 국민 인식을 바꾸자는 호소로 들렸다. ‘창조’와 ‘도전’으로 세종시를 미래전략수도로 만들려는 최민호다운 발상이었다. 그의 뜻이 때를 만나 활짝 꽃피게 될지 궁금하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머물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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