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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카타리나처럼 농염한 표정으로 미셸처럼 날아올라라!

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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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3월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놀라운 사건으로 기록될 일 하나가 일어났다. 여자 싱글에 출전한 김연아(19·고려대)가 쇼트프로그램에서 76.12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을 받은 것. 2002~2003시즌 신채점제(뉴저징시스템)를 실시한 이후 가장 높은 점수였다. 이튿날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131.59점을 받으며 합계 207.71점으로 생애 첫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여자 싱글에서 ‘꿈의 200점대’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여자 싱글 피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김연아의 우승에 세계의 언론과 팬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국내 언론도 김연아를 ‘피겨 여제(女帝)’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가 보인 연기는 스테이플스센터를 메운 1만7000여 명의 관중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김연아의 시대가 열렸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도 한껏 높였다. 이와 함께 김연아는 카타리나 비트, 미셸 콴 등 전설의 반열에 오를 발판도 마련했다.

100여 년에 가까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사상 수많은 선수가 빙판 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들 선수 중 ‘전설(legend)’이라고 불리는 선수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피겨 팬들이 주저 없이 ‘전설’로 꼽는 선수는 바로 카타리나 비트(Katarina Witt). 옛 동독 출신인 비트는 여자 싱글 선수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는 극찬을 들었다. 동계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과 세계선수권대회 4회 우승, 유럽선수권대회 6회 우승 등 타이틀을 휩쓸며 1980년대 빙판을 주름잡았다.

비트를 떠올리는 팬들은 그가 연기한 비제의 ‘카르멘(Carmen)’을 잊지 못한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비트가 연기한 ‘카르멘’은 역대 최고의 롱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당시에는 생소했던 섹시한 이미지를 피겨스케이팅에 접목하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비트는 기술도 뛰어나지만 예술적인 측면에서 최고였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크리스티 야마구치, 이리나 슬루츠카야, 미셸 콴 등 비트보다 기술과 예술 면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세계 피겨 팬의 뇌리에 깊게 박힌 ‘비트의 존재감’ 만큼은 20년을 지난 지금도 아무도 따를 수 없다.

미셸 콴의 농익은 연기



김연아가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삼은 미셸 콴(Michelle Kwan·미국)도 전설의 반열에 오른 선수다.

콴은 세계선수권대회 5회 우승, 미국선수권대회 9회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미국 스케이트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10년 가까이 정상권의 기량을 뽐냈다. 올림픽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그의 연기는 최고라는 소리를 듣기에 부족한 면이 없다.

콴도 비트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면과 이에 맞물린 예술적인 면을 다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스케이팅 기술을 음악에 녹여내는 농익은 연기로 관중을 압도했다. 2002~2003시즌 롱프로그램 ‘아랑훼즈(Aranjuez)’, 2003~2004시즌 롱 프로그램 ‘토스카(Tosca)’는 왜 그의 스케이팅을 ‘연기’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기술에서 콴은 ‘스파이럴(Spiral)’과 ‘스프레드 이글(Spread

Eagle)’로 유명하다. 현재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콴과 함께 당시 여자 싱글 피겨계를 양분한 이리나 슬루츠카야(Irina Slutskaya·러시아)는 기술적인 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선수다.

세계선수권대회 2회, 그랑프리파이널 4회, 유럽선수권대회 6회 우승의 빛나는 업적을 자랑하는 슬루츠카야도 콴과 마찬가지로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 은메달,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슬루츠카야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로 특히 점프 기술에서 최고라는 수사를 들었다. 당시 여자 싱글 점프 기술 중 가장 어렵다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한 첫 여성 선수다.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여성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살코-트리플 루프-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해 성공했다. 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더블 비에만 스핀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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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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