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준비하는 주변 사람들이 무엇보다 비용을 줄이려 궁리하는 것을 자주 봤다. 그러나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가장 자유롭고 편안한 여행을 할 것인지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얻고 누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자유를 구가하기 위한 최소 비용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동반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골프 여행이면서도 늘 혼자만의 여행이 되곤 했다. 페블비치도 그랬고, 오거스타내셔널도 그랬으며, 앨리스터 매켄지가 설계했다는 오클랜드의 티티랑기 골프장을 찾았을 때나,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를 갔을 때도 나는 혼자였다. 이번 여행도 그렇게 계획했다. 다만 아내가 함께했다는 것이 좀더 젊을 때 떠난 골프 여행과 다른 점이었다.
아주 오래전, 사법시험 공부를 하면서 책상 머리맡에 ‘평생 동안 가장 자유롭게 생활하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 가장 절제되고 통제되고 구속된 생활을 하자!’는 취지의 글귀를 써붙여놓은 적이 있다. 그러다가 골프를 알게 됐다. 그리고 마이클 머피가 쓴 ‘Golf in the Kingdom’을 읽게 됐다. 특히 마이클 머피가 이 책에서 주인공 시바스 아이언즈에게 ‘골프 규칙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 나자 문득 ‘최대한의 자유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자기구속을 통해 얻어지리라’ 했던 수험생 시절의 생각이 그릇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골프는 선사(禪寺)이자 뇌옥(牢獄)
…그렇게 넓은 지역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의 최후 도달점이 왜 그토록 좁고 속 타는 장소란 말인가. 그러나 실컷 걸어 돌아다닌 끝에 보게 되는, 작고 보잘것없는 구멍보다 훨씬 더 골프의 역설적인 성질을 드러내는 게 있다. 그것은 참된 골프 애호가라면 누구라도 힘써 지키고 있는, 골프 규칙에 대한 절대복종과 정확한 스코어 기록이다. 골퍼들은 수준이 높아갈수록 골프 규칙을 더욱 존중하려 한다. 최고의 플레이어는 어떤 형태로든 골프 규칙이 침해되는 것을 싫어한다. 과학자는 발견에 따르는 절차를,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지어내는 솜씨를, 선한 사람은 모든 행위의 도덕적 측면을 저마다 중요시하듯 시바스는 골프 규칙과 기량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골프에 전심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징표인 것이다.
시바스가 엄격한 골프 규칙에 철두철미하게 따르는 것은 무엇보다 골프가 선사(禪寺)의 입구임과 동시에 뇌옥(牢獄)이기 때문은 아닐까. 골프는 그것으로부터 탈출해야 할 감옥이 된다. 실내에 있을 때 시바스는 늘 의기소침해 보였다. 그렇지만 그때야말로 그의 영혼은 왕성하게 대화하여 고양되고 몽환의 상태에 이르러 자신이 처한 좁고 고통스러운 공간의 먼 저편까지 날아오른다. 그가 골프 규칙에 완전 복종하는 것에 대해 같은 식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룰에 매임으로써 자신이 이 좁고 고통스러운 세상에 갇혀 있는 상황이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이곳으로부터 경이적인 초월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