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호

충·효 정신 전파 나선 경민대학

인성교육, 이색 실용학과가 ‘21세기형 장인’ 요람

  • 글: 최희정 자유기고가 66chj@hanmail.net

    입력2004-12-28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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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양성’. 경민대학의 모토다. 경민대는 ‘효 실천본부’로 효행을 장려하고, 나라사랑 세미나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한다. 또한 다이어트 정보학과, 인터넷 방송학과 등 이색 학과로 ‘취업률 100%’에 도전한다.
    충·효 정신 전파 나선 경민대학
    경기도의정부에 소재한 경민대학에 들어서자 교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교문이 모두 3개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 교문이 서울 서대문에 있는 독립문과 똑같이 생겼다. 이름도 ‘독립문’이다. 그 왼쪽에는 충의문, 오른쪽에는 효행문이 있다. ‘독립’ ‘충의’ ‘효행’ 3개의 교문을 통해 경민대학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교문에 새겨진 글귀를 읽어보았다. 독립문에는 ‘당신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충의문에는 ‘나라의 주인은 당신이다’라는 글이 굵은 글자로 박혀 있다. 효행문에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고 적혀 있다. 뒷면에는 경민대학의 교훈인 ‘봉사 실력 실천’과 ‘민족교육은 제2의 독립운동이다’라는 다소 거창한 구호가 쓰여 있다. 교문에 적힌 글에서 경민대학의 교육이념을 엿볼 수 있었다.

    효(孝)·충(忠)과 기독교 박애사상. 이 세 가지는 경민대학이 학교 설립 이래 지금까지 강조하고 실천해온 덕목이다. 지식과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효와 충, 그리고 기독교 사상을 전파한다는 것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경민대학의 교과과정과 교육목표를 알고 나면 이런 덕목들이 그저 허울뿐인 구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내 유일의 ‘효 실천본부’

    경민대학이 강조하는 것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양성’이다. 앞에서 본 교문의 글귀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효·충·기독교 사상을 실천하고 있는 것. 물론 지나간 유신시대나 군사정권 시절에 악용한 탓에 충효사상을 강조하면 왠지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민대학의 교육이념은 생활 속에 스며드는 실천을 강조한다.



    경민대학 설립자 홍우준 학장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인데, 요즘 교육은 지식과 기능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공과목 이외에 인성교육 차원에서 효 사상 및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정신을 가르친다”고 설명한다.

    충·효 정신 전파 나선 경민대학
    인성교육 차원에서 효를 강조하는 대학답게 경민대학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효 실천본부’를 설치했다. 1997년에 설립된 효 실천본부는 본부장을 비롯, 5명의 교수와 3명의 교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생활 속에서 효사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효 프로그램 등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효 실천 덕목들도 재미있고 현실적이다. 부모님께 문안인사 자주 드리기, 걱정 안 끼쳐 드리기, 기쁘게 해드리기 등 실천은 쉽지만 평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다. 이런 실천 덕목은 다시 효에 관련된 책을 읽고 감상문 쓰기, ‘효행록’이라는 효 일기 쓰기 등 구체적인 실천항목으로 세분된다. 학생들은 효행록에 부모와 조상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조상들의 본받을 만한 행적을 찾아서 적어놓는다.

    경민대 학생들은 ‘효친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효 실천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주변 양로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경로잔치를 여는 등 어른들을 공양한다. 때로는 어르신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효에 관한 강의도 한다. 학교당국은 매년 효자·효녀를 선정해 장학금을 주는 등 효 실천 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민대학은 효사상에 못지않게 충사상도 강조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건전한 시민이 모일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이 학교의 교수들은 일년에 4번 나라사랑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해야 한다. 교육자 스스로가 올바른 국가관을 지닐 때 학생들에게도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경민대학의 효·충 이념은 학교 안에 있는 ‘효충관’에 집약되어 있다. 이 기념관에는 역사풍속화가인 혜촌 김학수 화백이 ‘동국심속삼관행실도’에 기록된 효자, 충신, 열녀, 위인들을 풍속화법으로 재현한 작품 15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김 화백은 팔십평생에 걸쳐 완성한 작품을 경민대에 기증했다. 이 전시관은 학생뿐 아니라 이웃 주민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된 지 오래다.

    ‘만화 명심보감’의 힘

    효 실천 운동이 주로 인성교육에만 관심을 둔 것이라면, ‘만화 명심보감’은 인성교육과 세계화 시대에 대비한 교육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경민대학 홍문종 이사장은 “예로부터 효와 충을 가르치는 기본교재로 쓰인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만화로 만들어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명심보감을 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자 교육을 위해서다. 한자를 알면 중국과 대만, 일본 등 한자문화권의 문화를 이해하고 관련 문헌을 독해하는 데도 도움이 돼 그 나라를 제대로 알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한자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명심보감은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추적(秋適)이 자기 수양과 관련된 금언과 명구를 모아놓은 수양서다. 오랜 세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담아, 고귀한 가치를 지키도록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왔다.

    충·효 정신 전파 나선 경민대학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느라 분주한 학생들.<br>▼디지털 편집실은 학생들에게 방송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명심보감을 필독해야 하며 1주일에 두 시간씩 효도여행을 떠난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신세대들이지만 만화로 제작해 하룻밤에 교재를 다 읽어내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경민대학이 자체 제작한 ‘효행록’도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과 애국심을 갖게 된다. 태극기 그리는 법도 익힐 수 있다. 기독교 교리에 근간한 사랑의 실천 등 가장 근본적이고 상식적이면서도 정작 사회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규범을 배우는 것.

    이러한 교육은 학생들의 자치활동에서 그 성과를 발휘한다. 일례로 생활체육과 학생들은 1999년 7월부터 의정부시에 있는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노인들에게 스포츠 마사지를 해주거나 환경개선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2002년부터는 노인대학에서 스포츠 마사지나 에어로빅 시범을 보이는 등 이웃사랑을 직접 실천한다.

    경민대학이 인성개발 이외에 중점을 두는 교육목표는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사회인 양성’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21세기에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치려면 무엇보다 실력과 지식을 겸비해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경민대학의 교과과정은 21세기에 유망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27개 학과 모두 건강관련 학과나 부동산 계열, 건축설계, 인터넷, 외식관광 등 실용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및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전국 전문대학 학과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2001년에는 산업디자인과, 2002년 자치행정과와 건축시스템과, 2003년 생활체육과, 그리고 2004년에는 유아교육과와 관광경영학과가 최우수 학과로 인정받은 것.

    건강, 부동산, 정보 등 실용학문 위주

    일반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직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민대학은 2001년 국내 최초로 뷰티와 비만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다이어트 정보과를 개설했다. 이 학과는 실습실 내에 체성분 분석기, 생화학분석기, 월풀 스파, 초음파 및 저음파 지방분해기, 골밀도 측정기, 비만운동 장비 등을 구비해 철저하게 현장 중심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2002년 교육부 재정지원 특성화사업 학과로 선정됐다.

    건축토털 디자인과는 비전 맥스와 파노라마 헤드 등 최첨단 가상현실 장비와 시설을 갖추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건축디자인·실내디자인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상현실 테크놀러지,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 디지털 스페이스 디자인 등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공간을 디자인하는 다양한 교과를 운영한다.

    인터넷 방송학과 역시 이색적 커리큘럼으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과 케이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영상스튜디오와 종합편집실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촬영, 영상, 음향 편집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편집실을 갖춰 학생들에게 방송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한다.

    한편 졸업생에게 폭넓은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활발한 산·학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산학협력처는 1998년 학생의 현장 실무 능력을 높이고 산·학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금까지 여기에 참여한 업체가 모두 500여개. 각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할 뿐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 산업체와의 꾸준한 협력 덕택에, 1999년 중소기업청은 경민대학을 창업보육센터로 선정하기도 했다.

    경민대학은 특히 경기 북부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학교 내에 가구개발원을 설립했다. 일산이나 파주, 양주, 포천, 남양주 등지의 가구단지와 산학 협력축을 구축해 가구산업의 거점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산·학 협력으로 취업률 급상승

    활발한 산·학 협력활동은 100%에 가까운 취업률로 이어진다. 경민대학의 모든 학과는 전공과 관련된 업체와 산학협동위원회를 구성해 실무 중심의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우수 산업체에는 현지 캠퍼스를 개설해 수업이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학교 당국이 산학 협력을 맺고 기술 개발과 창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자 재학생 역시 창업 관련 동아리를 결성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창업보육센터의 지원을 받아 창업활동을 벌이거나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대학생 수준으로는 높은 실력을 자랑한다. 연구 성과도 만족할 만하다. 동아리 ‘스투이오 장이’의 경우 ‘플래시 및 3D맥스 기반의 웹애니메이션 게임 및 모바일 콘텐츠’ 개발로 중소기업청으로부터 400만원의 기술지원금을 받았다.

    경민대학은 또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평생교육원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과정, 여성지도자 과정을 열어 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자기관리, 봉사활동, 정보화 시대 대처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을 위해 골프교실, 기초 중국어, 컴퓨터 관련 기술, 플라워 디자인 등의 교양강좌를 열어 지역주민에게 폭넓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민대학이 세상에 알려진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그동안 경민대학이 쌓아올린 성과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여느 대학 못지않다. 그것은 아마도 인성교육에 기반을 둔 교육 프로그램과 21세기에 꼭 필요한 학과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작지만 속이 꽉 찬 대학, 학생 모두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친 경민대학에서 미래의 희망찬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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