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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정부의 답답한 미세먼지 대책

고농도 미세먼지 72% 중국서 날아와도 거북이 대응

  • |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정부의 답답한 미세먼지 대책

  • ● 수도권에서 연간 2만 명 조기 사망
    ● “중국 먼지는 우리 먼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뿌연 시내.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뿌연 시내.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사계절 중 가장 싱그러워야 할 봄이 미국 생태환경학자 레이첼 카슨의 경고처럼 건강과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침묵의 봄이 되어가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상 물질인 PM2.5(초미세먼지)는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데 그 크기가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20분의 1에서 30분의 1에 불과하다. 통상 우리 인체는 코의 섬모 활동을 통하여 PM4 이상은 걸러내기 때문에 PM10(미세먼지)이 인체에 미치는 위해는 상대적으로 훨씬 덜하다. 하지만 PM2.5는 우리 인체로 흡수돼 혈액으로 바로 침투해 들어가기에 흔히 ‘죽음의 먼지’ 혹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건강 걱정해야 하는 봄

2017년 30개 언론사 기사와 일반 국민의 SNS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일반 국민 사이에선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로, 언론 기사에선 두 번째로 중요한 환경 이슈로 올랐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국가가 최우선순위를 두고 다루어야 할 정책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초미세먼지 속에는 우리 인체에 해로운 카드뮴, 납, 비소와 같은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2012년 WHO의 발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말라리아, 결핵, AIDS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숫자다. 

경기개발연구원의 2013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약 2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약 80만 명이 폐 관련 질병을 앓는다. 이를 경제적 피해로 환산하면 약 1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치매를 일으키는 요인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도로에서 100~200m 떨어진 곳에 사는 거주자가 치매에 걸릴 확률은 2%인 데 비해 도로에서 50m 떨어진 곳의 거주자가 걸릴 확률은 7%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들은 이러한 위험성을 직시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25년 동안 국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OECD 국가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7㎍/㎥에서 15㎍/㎥으로 낮아졌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이지만 오히려 26㎍/㎥에서 29㎍/㎥으로 높아져 OECD 평균 농도의 거의 2배에 육박한다. OECD의 ‘2017 삶의 질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야외 초미세먼지(PM2.5)는 27.9㎍/㎥으로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을까? 정부가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교한 대기 질 관리 정책을 집행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대기 질 오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한반도에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는 봄철에 중국에서 불어오는 편서풍, 기후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기상정체, 봄철 가뭄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봄철에 중국 동북 공업지역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하루 만에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대응은 거의 거북이걸음 수준이다. 1993년 10월 우리나라 외교부가 주체가 돼 중국 정부와 환경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후 거의 20년 동안 양국 간 대기 질 관리에 관한 협약은 전무했다. 2015년 10월이 돼서야 환경부 장관 주도로 대기 질 및 황사 측정자료 공유합의서에 겨우 서명했다.


허베이, 산둥, 장쑤, 산시가 오염원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이 3월 25일 촬영한 위성사진.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가 수도권, 충청, 호남으로 퍼지고 있다. [고려대환경연구소 제공]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이 3월 25일 촬영한 위성사진.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가 수도권, 충청, 호남으로 퍼지고 있다. [고려대환경연구소 제공]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본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0년 17.2㎍/㎥에서 2014년 15.5㎍/㎥로 낮아졌다. 환경기준치에 근접한 것이다. 일본은 자국 내 미세먼지 관리뿐 아니라 중국 영향 저감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2001~2005년 2914억 엔을 중국 내 30개 환경협력사업에 지원했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사전에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무상원조 협력사업도 2000~2006년까지 중국 7개 환경보호 사업을 대상으로 추진돼 90억 엔이 집행됐다. 일본의 청정석탄기술 및 환경관리 경험도 중국에 전수됐다. 1600여 명의 중국 환경기술 인력이 일본에서 교육연수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2016년이 돼서야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 중국의 영향이 약 4분의 3에 달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박사가 발표했다. 그는 대기 질 모델을 이용해 장기간 대상지역 배출량 변화에 따른 대기 중 농도의 민감도를 조사해 장거리 이동의 영향을 추정했다. 그 결과 2015년 고농도 미세먼지의 중국 영향이 72.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이승민 박사는 중국 동북부 연안의 허베이, 산둥, 장쑤 등에서 발생해 이동하는 PM10이 국내 대기 질에 상시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밝혀냈다. 201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정진상 박사팀은 중국 춘제(春節) 기간 쏜 폭죽의 칼륨 농도와 한반도 초미세먼지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가 축적되지 않으면 양국 간 환경협력에서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과 캐나다가 추진한 양자 간 협력사업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이 협력은 19세기 말 논의가 시작돼 1970년대 후반 본격화됐다. 1991년 3월 두 나라는 ‘미-캐나다 대기 질 협약(Canada-United States Air Quality Agreement: CUAQA)’을 체결했다. 이후 두 나라 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은 크게 줄었다.


미세먼지가 덮친 4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됐다. [동아DB]

미세먼지가 덮친 4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됐다. [동아DB]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세먼지 줄이기 노력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환경협력 계획에 서명했다. 환경부 장관도 문재인 대통령 방중 기간에 맞추어 ‘한중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의 현장 중 하나인 중국 산시성 동달열전을 방문했다. 산시성은 중국 전체 석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곳이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과 난방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우리나라 환경기업인 제이텍이 원심여과집진기술을 적용해 줄였다고 한다. 출구농도(mg/N㎥) 배출량을 50mg에서 7.6mg까지 저감했다는 것이다. 1월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가 외교부 주관으로 개최된 데 이어 2월 제5차 한·중·일 대기운영 정책대화가 환경부 주관으로 개최됐다. 6월 중국에서 열리는 20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는 ‘한중 환경협력센터 설립’이 논의될 전망이다.


미미한 서울-베이징 간 협력

우리나라가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지난 20년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일본-중국 간 환경협력, 미국-캐나다 간 대기 질 협약, 유럽 장거리 월경(越境) 대기오염 협약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이 심도 있게 추진돼야 한다.
 
첫째, 미세먼지를 줄여 양국이 공동 이익을 향유한다는 대전제하에 한중 간 환경협력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중국 정부는 한국이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한국 환경산업을 육성할 기회로 오해하는지 모른다. 한국은 이런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는 곧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서로의 책임을 따지기보다 공동으로 대응해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 자국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이러한 양국 간 협력하에서 ‘동북아시아 청정대기 파트너십’을 조속히 출범시켜 장기적으로 동북아 미세먼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심각한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활동에 관해 상대국에 환경영향평가, 사전통지, 저감협의, 정보제공 같은 구체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 2013년 5월 신설된 ‘한·중·일 대기오염 정책대화’는 과장급 실무회의인데, 이를 국장급으로 격상해 책임 있는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모니터링 및 화학 분석, 한국은 모델링 및 영향평가, 중국은 배출원 목록 구축과 정책분석 등으로 국가 간 역할도 분담해야 한다. 

넷째, 한중 도시 간 협력도 내실 있게 추진돼야 한다. 3월 미세먼지 공동대응을 위한 3차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 대기 질 정보 공유, 대기 질 개선 포럼 개최, 공무원 연수가 전부였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선 서울에서 획기적인 미세먼지 감축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섯째, 6월 개소할 ‘한중 환경협력센터’는 미세먼지 문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녹색기후기금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공기는 인류 공용 자산”

끝으로, 전 지구적 차원의 대응도 강화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오염물질의 국가 간 이동을 규명하는 데에 초점을 둔 북반구 대륙 간 대기오염 영향 분석팀, 한미 대기 질 연구 프로그램, WHO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변화를 유도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535년 로마제국의 사물법은 “공기에 대한 우리의 권리는 명백하다. 자연법에 의거해 공기, 흐르는 물, 바다 및 해변은 인류의 공용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에 공기를 더럽히지 말라고 촉구하는 것은 우리의 천부적 권리에 해당한다.


신동아 2018년 5월 호

|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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