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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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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혼자 살게 될 가장이 외롭고 힘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대도시 학교에 보내고 고액과외를 시킨다고 아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불확실하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어디를 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식 교육은 핑계이고, 아내가 지방에서 사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은 직장 동료도 있고 일도 있지만 아내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대도시에 비하면 지방은 아무래도 문화시설도 부족하다. 그렇다 해도 무조건 지방에 못 내려간다고 버티기보다는, 일단 가보고 적응하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남편도 아내 처지를 존중해주기 마련이다. 그때 서울이나 대도시로 다시 옮기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는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사는 경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이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면서 길게는 수년 동안 떨어져 살기도 한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생각도 사정도 다르겠지만, 내 생각을 말하라면 부부는 물론 자녀를 위해서도 여기엔 절대 반대다.

‘글로벌 리더’ 환상

조기 유학을 보내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우선 ‘글로벌 리더’에 대한 환상을 지닌 부모가 있다. 아이가 한국에서 공부를 잘하니 미국 대학에 보내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고 꿈꾼다. 주로 미국 생활을 해본 적 없는 부모들이 품는 환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인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설혹 성공한다 한들 나이 마흔 넘으면 다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그때는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온다.



자녀가 대학 입시에서 ‘인 서울’(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은 할 정도인데,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 한국의 주요 대학에는 못 들어갈 것 같자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탓하면서 미국 아이비리그에 보내겠다고 한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 학생을 뽑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SAT(미국 수학능력시험) 평균을 올리기 위해서다. 아이비리그 정도 되면 SAT 점수는 이미 높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한국 학생들을 뽑는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조기 유학한 아이들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특목고나 민사고 나온 아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교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설혹 아이비리그에 들어간들 부모가 생각하듯 탄탄대로가 열리는 게 아니다. 졸업 후 미국에서 대기업에 취직하더라도 근무지가 미국 아이들이 잘 안 가는 시골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유학을 마치고 한국 기업에 취직하면 된다? 요즘은 국내 대기업들도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쌍수를 들고 채용하지 않는다. 막상 뽑아놓으면 적응을 잘 못한다. 하버드대 나온 사람이 서울대 나온 사람보다 더 똑똑한 건 아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의 2015년 대학평가 순위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세계 1위, 서울대는 24위다. 스탠퍼드대는 2위, 연세대는 98위다. 랭킹 순서대로 미국 명문대 출신자들이 더 똑똑할까.

대학 순위는 졸업생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고 매기는 게 아니다. 대학의 연구비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노벨상을 탈 만큼 훌륭한 교수진을 갖췄는지 등이 순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다 실력이 비슷하다. 하버드대, 도쿄대, 서울대 졸업생들은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니 기업들은 미국 명문대와 한국 명문대 출신이 지원했을 때 같은 조건이라면 한국 명문대 출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 돈, 그 정성이면…

아이는 착한데 공부 못하는 게 창피해서 한국의 이름 없는 대학에 보내느니 미국의 아무 대학에나 보내겠다는 부모도 있다. 그런데 꼭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대학 학점이 좋고 성실하면 일단 어딘가에 취직은 된다.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진 못해도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하면 원하는 곳에 경력직으로 옮겨갈 수 있다. 더구나 유학 보낼 돈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지원해준다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인생은 순탄할 수 있다.

요즘 기업들은 지원자가 외국의 이름 없는 대학을 나왔을 경우 공부도 못하고 성실하지도 않다고 여긴다. 아이가 한국에서 이름 없는 대학에 가더라도 서울대 간 것처럼 칭찬해주면서 유학 비용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면 뭐가 돼도 된다.

아이가 말썽을 피워 조기 유학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중산층 이상에선 아이가 학교나 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유학을 해결책으로 모색하기도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성적에 집요하게 매달리던 부모들도 아이들이 외국에서 공부하면 훨씬 관대해진다. 한국에 있을 때는 모르는 게 없고 자신감으로 충만해 아이들을 압도하던 엄마가 외국에 가면 위축되고 만다. 한국에 있었다면 중·고교생 자녀에게 사사건건 간섭했겠지만, 외국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녀와의 갈등이 해소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 있었을 때도 그렇게 아이의 성적에 관대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더라면 아마 외국까지 갈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실익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가장이 먼저 나서서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게 아니라 아내의 결정으로 조기 유학을 강행할 때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기러기 아빠는 돈벌어주는 기계가 되기 십상이다. 부유층이 아니면 유학비와 외국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이 무척 크다. 남편도 한국에서 최소한도로 생활해야 하니 생활비는 이중으로 들어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조기 유학 가정이 빚으로 버틴다. 기회가 닿아서 온 가족이 외국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이도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닌다면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를 하면서까지 아이를 조기 유학 보내는 것은 내 주변의 여러 사례에 비춰볼 때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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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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