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

4차산업혁명과 미래

4G도 빠른데 뭣 하러 5G를?

‘실시간성’이 바꾸는 위대한 세상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입력2019-06-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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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4G도 빠른데 뭣 하러” “당장 5G가 필요하냐”는 시각도 있으나 5G는 ‘사람과 기계,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의 ‘기반 기술’이다.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네트워크 플랫폼이 5G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초연결’ ‘지능화’를 촉진하며 ‘실시간성’을 높여준다.
    삼성전자 갤럭시S 10 5G.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S 10 5G. [삼성전자 제공]

    필자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활동한다. 자문, 칼럼 기고, 강의를 주로 한다.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블록체인 열기 하락’에 관한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식다 보니 블록체인 열기도 함께 식는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블록체인 열기 하락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필자는 “블록체인은 계속 주목받는다”고 답한다. 암호화폐 열풍으로 블록체인 산업은 시끄럽기만 했다. 잡음도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진짜로 사업을 할 사람만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모인다. 

    그렇다고 해서 블록체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최대 화두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기술에 그 자리를 내줬다. 올해의 화두는 무엇일까. ‘5세대 무선통신망(5G)’을 꼽고 싶다.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경매를 진행했다. 12월 1일 5G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상용화됐다. 한국이 세계 최초다. 올해 4월 3일부터 5G 전용 스마트폰이 개통되기 시작했는데 4월 29일 현재 가입자 수는 26만여 명이다. 이렇듯 5G 도입은 ICT 강국답게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 또한 5G 분야 육성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8일 “국가 차원의 5G 전략을 추진해 세계 최고의 5G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2026년까지 전 세계 5G 시장의 15%를 점유해 일자리 60만 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5G 열풍은 한국에서만 부는 게 아니다. 세계적 현상이다. 유럽의 5G는 스위스가 선도할 전망이다. 스위스콤과 선라이즈 두 곳의 통신사가 5G 시장 석권을 위해 경쟁한다. 지난해 2월 스위스콤은 5G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4월 현재 54개 도시에 5G 네트워크를 깔았다. 스위스콤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를 통해 5G 전용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5월 LG전자, 6월 삼성전자, 9월 화웨이가 5G 전용 스마트폰을 스위스 시장에 내놓는다. 선라이즈도 5월 2일 샤오미, 오포, 화웨이 등에서 제조한 5G 전용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애플-퀄컴 ‘특허 전쟁’도 멈춰

    유럽의 5G 시장은 스위스를 필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이 5G라는 새로운 기회에 올라타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반면 애플에는 위기다. 애플은 5G 전용 스마트폰을 아직 내놓지 못했다 



    애플도 5G 시장 진입 준비를 서두른다. 올해 4월 애플과 퀄컴은 특허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받고 있다”면서 소송을 냈다. 퀄컴은 “애플이 특허 사용료에 관한 계약을 위반했다”고 맞받았다. 2년간 이어진 두 회사의 소송 규모는 30조 원에 달한다.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을 취하한 배경은 5G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 제조 기업이 5G를 지원하는 기술의 개발을 이미 마무리한 게 애플을 다급하게 했다. 애플은 퀄컴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5G 전용 칩 제조 기업과도 특허 전쟁을 벌여왔다. 이 같은 송사는 애플이 5G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애플은 경쟁 기업보다 늦기는 하지만 5G 지원 기술을 탑재한 아이폰을 내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또한 국가적으로 5G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G 주파수 경매를 시작했으며 AT&T 등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AT&T는 2017년부터 5G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올해 여름부터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5G 전용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가 AT&T를 통해 미국 최초의 5G폰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버라이즌은 ‘다른 방식’으로 5G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마트홈 서비스 분야에서 5G를 상용화한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5G 전용 스마트홈을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지역 일부에 선보였다. 버라이즌도 올해 안에 5G 전용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T모바일은 올해 여름 5G 전용 스마트폰을 내놓은 후 2020년 미국 전체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스프린트와 US셀룰러도 5G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 때처럼 ‘실기’해선 안 돼”

    이렇듯 5G는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5G에 관해 비관적 시선도 존재한다. ‘과연 5G가 필요한가’라고 묻는 ICT 종사자가 적지 않다. ‘4세대 무선 통신망(4G)’으로도 각종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4G 기반으로는 제공이 불가능한 신규 서비스를 5G가 만들어낼지 의문시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4월 24~27일 코엑스(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월드아이티쇼(WIS2019)에 KT와 SKT가 부스를 마련했다. SKT는 월드아이티쇼에 5G를 활용한 증강현실(AR)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퀄컴은 5G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를 내놓았다. 

    KT는 5G 스카이십, 5G 리모트 콕핏, 5G 완전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5G 스카이십은 무선으로 무인기(UAV)를 조작하는 것이다. 5G 리모트 콕핏은 원격 관제 센터에서 5G를 활용해 운전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5G 리모트 콕핏은 운전자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원격으로 대응한다. 예컨대 운전자에게 심장마비가 왔을 때 원격 관제자가 대신 운전하면서 구급대원을 부를 수 있다. KT 관계자는 “자율주행 실험도시(K-City·경기 화성시)에서 5G 리모트 콕핏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G 완전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5G를 이용해 자율주행을 구현하며 디지털 콘텐츠를 탑승객에게 서비스한다. 5G 완전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7월경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필자와 월드아이티쇼에 동행한 한 ICT 전문가는 “5G 기술의 특장을 소개했다기보다는 흥미 위주의 전시였다”면서 “4G로도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5G가 적용될 새로운 분야가 부지기수로 많은데도 이렇듯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까닭은 뭘까. 4차 산업혁명의 범위와 확장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다. 

    클라우드(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술)도 현재의 5G와 비슷한 비평을 받았다. 6년 전만 하더라도 클라우드 도입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부끄럽게도 필자 또한 회의적이었다. 클라우드 도입의 필요성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ICT 서비스 체계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주요 플랫폼이 클라우드를 통해서 제공된다. 심지어 보안 서비스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는 게 세계적 추세가 됐다. 

    한국은 현재 클라우드 분야에서 경쟁력이 많이 뒤처져 있다. 2018년 3월 BSA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가 발표한 국가별 클라우드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 대상 24개국 중 중간인 12위를 기록했다. ICT 강국임을 고려하면 부끄러운 위치다.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투자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5G는 클라우드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5G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

    KT 완전자율주행 셔틀버스. [KT 제공]

    KT 완전자율주행 셔틀버스. [KT 제공]

    스웨덴 통신기기 제조사 에릭슨은 ICT 기업들이 10개 산업 분야에서 5G 서비스 제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추산한 적이 있다. 에릭슨에 따르면 ICT 기업들은 2026년 5G 서비스를 통해 1조3070억 달러(1560조 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 및 설비(19%), 제조(18%), 공공 안전(13%), 의료(12%) 분야 순으로 경제적 가치가 유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한국에서 5G가 만들어낼 경제적 가치를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2030년 5G가 일으킬 가치가 47조800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려면 4차 산업혁명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지능화’라는 특징을 가졌다. 초연결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현상이다. 지능화는 AI를 통해 사물에 지능이 더해지는 것을 말한다. 초연결과 지능화는 4G로도 구현할 수 있으나 클라우드가 덧붙여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ICT 서비스 체계가 구성되고 있다. 클라우드는 IoT에서 받은 정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분석해 이를 사물에 전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네트워크 통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스코는 전 세계에 산재한 클라우드 센터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14.1제타바이트(1조1000억 기가바이트)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드와 통신하면서 주고받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5G가 해법이 될 수 있다. 5G는 초고용량 전송이 가능한 데다 4G보다 20배 넘게 전송 속도가 빠르다. 또한 고화질 영상 구현 시 4G보다 지연 시간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 ‘실시간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원격 제어를 예로 들어보자. 원격 통신이 이뤄지자마자 원격 제어가 곧바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지연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5G는 이 같은 지연 시간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 실시간성에 요구되는 자율주행차, 설비 원격 제어, 원격 의료 기기 등에서 4G보다 획기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5G는 고객에게 직접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종 기술을 구동하는 역할을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라는 얘기다. 5G는 AI, 블록체인, VR, IoT,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원격 헬스케어, 핀테크, 유통, 보안, 스마트팜, 교육, 교통, 에너지 등에서 활용되며 사용자가 느끼는 간편성과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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