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호

창간 85주년 특별기획 | 우리에게 北·中·日은 누구인가

2명 중 1명 ‘일본은 적(敵)’ 아베 ‘최악’, 시진핑 ‘호감’

신동아 EMBRAIN | 한국인 1000명 표본조사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입력2016-10-24 16: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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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관계 중요’(40.2%) > ‘한일관계 중요’(4.1%)
    • 일본인 ‘속을 알 수 없다’, 중국인 ‘무례하다’
    • 10명 중 6명 ‘사드 배치해야’… ‘中, 북한 편’ 의견 많아
    • 인식과 실제 괴리 커…일본 GDP, 한국의 3.5배
    “한국이 ‘공기’에 휩쓸리지 않고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을 충분히 이해하는가 못하는가의 여부는 한국의 국익과 미래를 좌우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냉정히 말해 일본은 물론 중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 발전과 정치 민주화, 국제화의 진행으로 ‘예전의 한국과는 다르다. 시야가 넓어졌고 균형 감각을 잘 유지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도 ‘덫’이다.”

    32년간 한국과 중국을 지켜본 일본 외교관이 펴낸 책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의 한 대목이다. 저자인 미치가미 히사시 씨는 “사실과는 다른 이미지가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이것이 자기도 모르게 이웃나라에 대한 ‘고정관념’ 혹은 ‘무력감’으로 굳어져 외교·안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비판하면서 “일본과 중국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기에 한국이 중국, 일본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할 ‘열쇠’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이웃나라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할까. 친구일까 적일까, 아니면 이도저도 아닐까. ‘신동아’는 창간 85주년을 맞아 이웃을 직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중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알아봤다. 표본조사 진행은 온·오프라인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맡았으며, 20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이 9월 27, 28 양일에 참여했다.(20~29세/30~39세/40~49세/50세 이상, 남녀 집단별 각 125명 동수).  



    “과거사 미해결…일본 싫어”

    신동아는 중국·일본에 대한 이미지와 관련해 ‘아주 나쁜 적’ ‘대체로 나쁜 적’ ‘친구도 적도 아니다’ ‘대체로 좋은 친구’ 등을 제시했다. 표본조사 결과 일본보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으며, 한중관계가 한일관계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중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더 중요한지 묻자 응답자의 절반은 ‘둘 다 중요하다’(53.5%)고 답변했고, 그 밖에 ‘한중관계가 더 중요하다’(40.2%)는 답이 많았다. 중국과 일본의 국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중국이 더 강국이다’(65.1%)라는 답변이 ‘일본이 더 강국이다’(14.8%)라는 응답의 5배에 육박했다.

    먼저 일본에 대한 인식부터 살펴보자. 최근 관객 700만을 동원한 영화 ‘밀정’은 일제강점기 의열단이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는 이야기다. 지난해 관객 1200만을 동원한 영화 ‘암살’의 줄거리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암살작전을 펼치는 설정이다. 이런 영화가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은 시대정신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실제로 응답자의 다수는 일본을 ‘친구도 적도 아니다’(48.9%)라고 답했지만, ‘아주 나쁜 적’(7.8%), ‘대체로 나쁜 적’(37.3%)이라는 인식이 친구라는 인식보다 많았다. 둘 중 한 명은 일본을 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묻자 ‘대체로 나쁘다’(80.2%), ‘매우 나쁘다’(6.0%)는 의견이 ‘대체로 좋다’(13.7%), ‘매우 좋다’(0.1%)보다 훨씬 많았다.  

    한국인이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응답자들은 그 원인으로 ‘과거사 청산 미해결’(87.4%), ‘독도 등 영유권 분쟁’(82.0%)을 ‘일본의 국민성에 대한 불만’(14.0%), ‘군사력으로 한국을 위협할 가능성’(18.6%)보다 더 많이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쟁점을 묻자 ‘과거사’와 ‘영유권’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역사 문제’(86.3%), ‘영유권 분쟁’(64.6%)이라는 답변이 ‘한미동맹 미일동맹 등 국제관계’(19.7%), ‘핵 문제 등 북한 문제’(12.3%), ‘수출 무역 등 경제 문제’(11.1%)보다 절대적으로 많았다. 한일 간 과거사 청산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0%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아니다’(49.5%) ‘전혀 아니다’(40.5%)고 응답했다.

    대표적인 일본인으로 누구를 꼽느냐는 항목에서도 답변 유형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현 총리 아베 신조(67.9%), 일왕(32.9%)과 같은 정치적인 인물에 이어 일본 문학의 거장인 무라카미 하루키(27.6%),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20.1%), 국내에서 J-POP 인기를 이끈 록그룹 X-Japan(8.9%),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1.9%) 같은 문화계 인사가 뒤를 이었다.



    한편 중국인에 대해서는 ‘무례하다’(62.7%), ‘속을 알 수 없다’(46.7%), ‘독하다’(20.3%), ‘유능하다’(6.2%), ‘성실하다’(3.5%), 겸손하다(1.1%)라고 여겼다. 중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황사(73.2%), 인구(66.6%), 부상하는 대국(61.5%), 사회주의/공산주의(44.7%), 세계의 공장(34.3%)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요인에 이어 중국음식(29.5%), 공자/맹자(29.4%), 문학(4.1%) 영화(2.4%)였다.



    대표적인 중국인으로는 현 국가주석 시진핑(63.3%), 전 국가 주석 마오쩌둥(59.7%) 등 정치인에 이어 공자/맹자(31.1%), 리안 감독의 영화 ‘색계’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여배우 탕웨이(25.3%),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회장 마윈(8.5%),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4.4%), 중국의 국민작가 루쉰(3.1%)이 꼽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한국인의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매우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다’(46%), ‘대체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다‘(50.3%)로 10명 중 9명가량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는 호감이 더 많았다. ‘대체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58.2%), ‘매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1.4%)가 ‘대체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다’(37.7%) ‘매우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다’(2.7%)보다 많았다.   



    일본과 한국의 경제력 차이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는 ‘한국이 조금 뒤떨어진다’(53.1%) ‘비슷하다’(11.8%)고 답해 10명 중 6명이 한일의 경제가 비슷하다고 파악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의 소비 등 일상생활에서 경제력 차이는 얼마나 발생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70%(‘한국이 조금 뒤떨어진다’ 43.9% + ‘비슷하다’ 26%)가 두 나라의 경제력 차이가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력 차이에 대한 인식을 묻자 ‘한국이 조금 앞선다’(34.9%)는 응답이 ‘한국이 조금 뒤떨어진다’(23.8%), ‘비슷하다’(22.6%) ‘한국이 훨씬 뒤떨어진다’(13.9%), ‘한국이 훨씬 앞선다’(4.8%)는 답변보다 많았다. 중국과 한국의 소비 등 일상생활의 경제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이 조금 앞선다’(51.4%)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중국·일본 직시해야”

    다른 설문을 차치하고 이 같은 경제적인 설문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만 봐도 중국은 한국의 9배, 일본은 한국의 3.5배에 육박한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게시된 각국의 GDP 정보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3위(4조4126억 달러), 중국은 세계 2위(11조3830억 달러), 한국은 세계 11위(1조3212억 달러)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일본 외교관이 “실상과 어긋난 중국관과 일본관은 한국 외교에 차츰 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한 대목을 곱씹어봐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실과 인식 간 괴리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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