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영상] “지금은 국민 불안 해소하는 데 집중할 때…인천發 맞춤정책, 韓 경제‧인구문제 실마리 제공”

[Special Interview] ‘출생아 증가‧경제성장’ 1위 유정복 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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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5-01-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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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추대…중앙정부와 ‘2인3각’

    •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단 尹 말 믿었는데…

    • 계엄령 선포는 잘못, 책임 있는 조치 필요

    • ‘의회 폭거’ 이재명 민주당 심판받아야

    • 어려울 때일수록 ‘묘수’ 찾아선 안 돼…정면 돌파해야

    • 실질적인 역할하려면 ‘총체적 권력분립형 개헌’ 필요

    • 정부 보조금 아닌 주도적 예산 편성·집행해야

    • 인천 경제성장률 4.8%…2년 연속 ‘1위’

    • 출생아 수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 ‘1위’

    • 주택·양육 부담 덜어주는 ‘통합 맞춤 정책’ 효과



    유정복 인천시장. [지호영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 [지호영 기자]

    정치는 말(言)의 전쟁이다. 말로 유권자들을 설득해 권력을 획득하고, 말로 상대 당을 설득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한다. ‘주무기’가 말인 전장(戰場)이니 정치인들은 말을 칼처럼 휘두른다. 현안이 생기면 즉각 날카롭게 상대를 공격하며 지지자들의 호감을 얻는 정치인도 있고, 지지자나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말을 하며 인기를 얻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존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다. 거친 말 대신 묵묵히 일과 실적으로 설득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온 나라가 흔들릴 때도 그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지역 안전과 시민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 중심’은 공무원 출신이라는 그의 DNA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군수, 시장, 장관에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대한민국 공직을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2014년 14대 인천시장에 취임해선 고질적인 인천시 부채(3조7000억 원)를 해결했고, 2022년 16대 시장 취임 이후에는 2년(2023~2024) 연속 지방자치단체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그래서일까.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하던 지난해 12월 17일 그는 전국 시·도지사 만장일치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에 추대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되면서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협의회 역할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4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자 유 시장이 차기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인천시장 선거 때도 그렇고, 보수 정권이 위기를 맞을 때면 종종 그에게 중책을 맡겼다. 당시 유 시장은 “총리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4년 4월 사의를 표명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사퇴를 반려했다. [동아DB]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4년 4월 사의를 표명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사퇴를 반려했다. [동아DB]

    ‌일을 쫓다 보니 때 아닌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다른 시장들(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계엄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는데 유 시장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민주당 인천시당은 논평을 냈다.

    1월 10일 인천시청에서 만난 유 시장은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한 방향을 찾느라 장고를 했다”며 “인천시 현안 해결에 집중하다 보니 중앙 정치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입을 열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계엄령 선포 이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어수선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은 심히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내전에 가까운 갈등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 거취나 탄핵 정쟁보다는 지금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거취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대통령 거취는 법이 정할 일이다. 보수정당은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의 파국은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책임도 있다. 계엄령 선포 전에도 국정은 어려웠고, 민생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공전하지 않았나. 행정부의 개혁안도 국회의 벽에 막혀 넘지 못했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자 민주당은 이미 대권을 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의회 폭거로 지금의 사태를 야기한 민주당과 이 대표도 심판받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주장처럼 들린다.

    “민주당의 폭거와는 무관하게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명백한 실책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1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부근 도로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DB]

    1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부근 도로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DB]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탄핵의 적법성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있다.”

    유 시장은 2021년 10월 24일 당시 윤석열 대선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후보 시절 그는 어땠나.

    “윤 대통령과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도움을 요청했고, 당시 대선후보 중 윤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잘 알려진 만큼 법치와 상식을 지킬 것이라 생각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그런 부분(법치와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지난해 12월 9일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대통령 탄핵 대신 ‘2선 후퇴론’을 주장했는데.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 생길 사회·경제적 타격을 생각해 탄핵만은 피하자는 주장을 했지만 3일 뒤(12월 12일) 이 주장을 철회했다. 국민 불안을 불식하고 국가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2선 후퇴는 불가능하다.”

    법적 책임을 지겠다던 대통령은 체포에 불응하고 있는데(공조수사본부는 인터뷰 이후인 1월 15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정치지도자는 어떤 일이든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처절하게 반성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국민에게) 진솔하게 자신의 행동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개인의 법률적 잘잘못이나 판단 착오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보수 지지층의 위기감이 지지율로 표출된 것이다. 야권이 권력을 쥐는 일은 막겠다는 절박함에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본다. 불리한 여론 지형을 바꾸려면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현재의 여당 전략으로는 쉽지 않다.”

    여론 지형을 바꿀 ‘묘수’가 있을까.

    “불리한 형국에서는 묘수를 찾아선 안 된다. 불리할수록 정석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당이 처한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여당은 어떻게 국정을 바꿔나갈지를 제시해야 한다. 막강한 의회 권력을 쥔 야당 때문에 쉽지 않은 형국이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여당에 다시 미래가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범보수 후보들도 ‘정중동’ 행보인데.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어떤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해서 도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날 필요로 할 때 비로소 그 자리에 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 위기를 바로잡는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인천시장이자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겠다.”

    그래서 다른 시·도지사들과 달리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거 같다.

    “정치인은 일단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 인천시장인 나는 주로 인천 시정에 대해 언급하고 시민들을 살펴야 한다. 소임을 다하지 않고 정치적 발언만 한다면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좇는 꼴이 된다. 정치적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물론 나의 정치적 역할이 필요하다면 직접 나설 생각도 있다.”

    직접 나선다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나는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이고, 협의회는 대한민국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자리다. 17개 시도가 모이면 그게 국가 아닌가. 협의회장으로 일하며 국정 안정과 민생 경제 회복, 지방분권 강화에 힘쓰겠다.”



    지금의 지자체는 보조금 집행만 할 뿐

    인터뷰는 지방분권과 개헌으로 향했다. 유 시장은 1월 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선 이전에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나.

    “정확히는 ‘총체적 권력분립형 개헌’이 필요하다. 지방분권 외에도 한 곳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권한은 물론이고, 국회 권한도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

    국회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생소하다.

    “대통령이 권한을 사적으로 휘두르면 정국이 위험에 빠지는 것처럼, 국회가 권한을 잘못 휘두르면 국가에 혼란이 온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가 정치권력을 남용하면 정권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국회 권한을 축소할 방법은 있나.

    “국회 권한을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는 ‘양원제’를 도입하면 일부 가능하다. 국회 권한을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든다면, 지금과 같은 전횡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회가 더 민의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

    지금의 국회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국회의원 선출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전국 당 지지율과는 무관하게 의석이 배분된다. 영호남의 경우 투표의 의미가 약하다.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선거로는 국회의원 선출부터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 중대선거구제(한 지역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방식) 의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지방분권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복지, 사회 안정에 관한 관련 정책의 효과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지자체다. 정부가 각 지자체의 상황을 고려해 정책을 짜기는 어렵다. 각 지자체가 직접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지자체가 직접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자체 정책 중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실질적으로 지자체는 중앙정부 보조금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집행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집행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유 시장은 기자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세계에서 수도를 ‘특별시’라고 부르는 나라가 한국 외에 몇 곳이나 있을 것 같나.”

    글쎄…몇 곳이나 되나.

    “없다(웃음). 그나마 북한과 중국에 유사한 명칭은 있다. 과거 북한이 평양을 특별시라 불렀지만 지금은 직할시다. 개성특별시가 있지만 이는 수도가 아니다. 중국도 수도 베이징을 상하이, 톈진, 충칭과 함께 ‘직할시’로 부른다.”

    ‘특별시’라는 명칭이 지방분권을 해친다고 보나.

    “서울특별시 외에도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수많은 특별한 지역이 생겼다. 명칭만 보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굳이 ‘특별’이라는 이름을 써서 위화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

    유정복 인천시장. [지호영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 [지호영 기자]

    불필요한 복지는 건전재정에도 위험

    지방분권과 지자체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레 유 시장의 경력으로 흘렀다.

    유 시장은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94년 관선 김포군수로 지자체장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995년 제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김포군수에 출마해 당선했고, 1998년 김포군이 시로 승격된 뒤 4년간 김포시장직을 맡았다. 이후 김포에서만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년 인천시장에 당선했고, 2022년 인천시장에 재당선했다. 지자체장 경력만 16년이다.

    김포군수로 지자체장 경력을 시작했는데, 지역에 연고가 있나.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앞서 관선 김포군수를 지내며 지역 주민들이 나를 필요로 했다. 나는 주민 요구에 응답했을 뿐이다. 2014년 인천시장을 처음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3조 원이 넘는 인천시의 부채를 해결할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적임자라는 정치권과 지역 여론에 따라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 자리를 내던지고 출마를 결정했다. 당에서는 전략공천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인천시장 후보 경선을 요구했다.”

    왜 그랬나.

    “당내 후보 경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으로 나설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략공천을 해서 누군가의 정치 도전 기회를 막고 당의 도움을 받아 정치할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없다.”

    2023년 11월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2023년 11월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정치적 부채가 적어서일까. 유 시장은 여당의 지자체 정책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2023년 10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유 시장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김포시 서울 편입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편입을 하려면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거치고 주민 동의도 얻어야 하는데 당시는 의견수렴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2024년 3월 총선을 위해 내세운 공약이었지만 그야말로 ‘공약(空約)’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해당 행위를 한 셈인데(웃음).

    “내가 김포에서만 20년 가까이 지낸 사람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것을 아는데 조용히 넘어갈 수는 없지 않나. 당장 선거가 있다고 해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공약을 해서는 안 된다.”

    3조가 넘는 인천시의 부채는 어떻게 해결했나.

    “처음 인천시를 맡았을 때는 암담했다. 빚이 너무 많았다. 하루 이자만 12억 원에 달했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0%에 달했다. 사실상 정상적 재정 운용이 불가능했다. 해결 과정을 다 이야기하려면 오늘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웃음). 원칙을 세우고 그에 맞춰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당시 인천의 재정을 운영하며 가졌던 원칙은 뭔가.

    “재정 관리에만 몰두해서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시의 지출을 졸라매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해야 세수(稅收)가 늘고 부채 해결이 가능하다. 동시에 인기를 얻기 위해 무분별한 복지정책을 펴는 일도 없어야 한다. 불필요한 복지는 건전재정에 무척 위험하다.”

    지자체 성공이 곧 국가의 성공

    그래서일까. 인천시는 지자체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지역소득(잠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인천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4.8%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다. 이는 지난해 전국 평균 경제성장률 1.4%를 크게 웃돈다. 같은 조사에서 인천의 지난해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은 117조 원으로 서울(548조 원) 다음이었다.

    유 시장은 “인천 경제성장의 비결은 ‘인구’”라고 귀띔했다. 늘어난 인천시의 인구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이야기다.

    인천의 인구가 얼마나 늘었나.

    “2023년 기준 인천시 주민등록인구는 약 300만 명으로, 2022년 대비 3만 명가량 늘었다. 대도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인구가 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일단 출생아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9월 인천에서만 1만1326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수치로, 전국 출생아 수 증가율 1위였다. 같은 기간 전국 출생아 수 증가율은 0.7%였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그만큼 빨리 인구가 늘었다. 합계출산율도 0.8명으로 전국 합계출산율(0.72명)에 비해 높다.”

    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의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맞물려 국가적 과제가 됐다. 정부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각 지자체는 다양한 저출생 정책을 내놓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인천의 정책이 궁금하다.

    2024년 7월 31일 유정복 인천시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매입 임대주택을 방문해 신혼부부들과 ‘천원주택’ 공급에 관해 대화를 나눈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2024년 7월 31일 유정복 인천시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매입 임대주택을 방문해 신혼부부들과 ‘천원주택’ 공급에 관해 대화를 나눈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인천형 저출생 정책 1호인 ‘아이 플러스 1억드림’이 주효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아이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생애주기에 맞춰 총 1억 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하루 임대료가 1000원에 불과한 ‘천원주택’을 공급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자 1.0%를 추가로 지원하는 주거정책 ‘아이 플러스 집드림’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집에 대한 부담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함께 덜어줘야 한다.”

    인천시의 재정 부담이 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인천시내 군·구와 재정 분담 협의를 거쳐 부담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각 군·구에서 산발적으로 시행하던 출산장려금을 없애고, 인천시가 통합 관리하며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들어간 돈이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다. 인천시 한 해 예산이 15조 원 정도인데, 출산장려사업으로 편성한 예산은 717억 원 정도다. 인천시 예산의 0.5%도 되지 않는다.‌

    2024년 9월 2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신생아실이 갓 태어난 아기로 가득하다. [동아DB]

    2024년 9월 2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신생아실이 갓 태어난 아기로 가득하다. [동아DB]

    주택과 양육 부담을 동시에 줄여주고, 기초단체들이 산발적으로 시행하던 출산장려책을 종합적으로 묶어 시행·관리하는 게 인상적이다. 정부나 다른 시·도에서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다.

    “정부나 타 시도에서도 문의를 해오기도 한다.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이러한 성공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힘쓰고 있다. 말씀한 대로 저출생은 국가 존립을 결정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출산 장려만큼 중요한 게 청년인구 유입인데.

    “그렇다. 그 부분이 고민이다. 인천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이나 경기권으로 이동하는 청년이 많다. 이들이 인천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열중하고 있다. 지역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월세·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각종 장려금 제도를 통해 신규 인력 유입과 장기근속을 도모하고 있다.”

    인터뷰 초반, 탄핵 정국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해도 유 시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하지만 지자체 분권과 인천시 정책에 대해 말할 때는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찾아 처방하는 데에서 그는 큰 보람을 느끼는 거 같았다. 유 시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자체의 성공은 곧 국가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인천시의 작은 성공이 전국 17개 광역단체로 퍼진다면 대한민국도 정치적 위기를 딛고 경제성장과 인구문제라는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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