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조기 복귀’ 한동훈, ‘별의 순간’ 열릴까

[집중분석 | ‘이재명 대항마’ 金·洪·韓 그리고 禹] 韓, 헌재 탄핵 심판 인용이 ‘尹 차별화’ 마지막 기회

  • 이종훈 정치평론가

    입력2025-01-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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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조기 복귀 이유는 다급하기 때문

    • 이재명 양강 구도 지지율, 대표 사퇴 뒤 급락

    • 친한계 텔레그램 단체방 16명, 응집력은?

    • 尹 탄핵 이후 친윤계 제 살길 갈 때 체급 높여야

    • AI 로봇 느낌의 ‘한동훈식 어법’ 수용도 떨어져

    2024년 12월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12월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 나라가 잘되게 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2024년 12월 16일 국민의힘 대표직을 물러나면서 한동훈 전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돌아오겠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2주일이 채 안 지난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분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소방 당국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월 1일에는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한 전 대표 조기 복귀 사실을 알렸다. “죄짓고 도망친 게 아니다”라면서, 1월부터 행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5일 뒤인 1월 6일, 한 전 대표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 카페에 모습을 드러냈다. 1월 9일에는 중앙일보가 친한계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방 ‘시작2’ 개설 사실을 보도했다.

    한동훈이 돌아왔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한 전 대표는 참패 직후 사퇴했다. 당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민심은 언제나 옳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립니다. 국민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합니다.”

    그래서 반성의 시간을 조금 가질 줄 알았다. 그런데 총선 2개월 뒤인 2024년 6월 23일 한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두 달 반성하고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총선책임론이 여전했지만 이렇게 주장했다.

    “고심 끝에 저는 오랫동안 정치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지금 시기의 국민의힘 당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합니다. 저는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결심했으니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는 목표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이후 5개월 뒤 그만둘 때까지,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2025년 의대 정원 재조정과 여야의정협의체 결성 제안도 윤 대통령의 비협조로 무산되고 말았다. 심지어 독대 요청조차 수차례 거절당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고,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대표 자리는 출마 선언 때 스스로 언급했던 것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한 달도 안 돼 정치활동을 개시했다. 매번 조기 복귀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다급하기 때문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지율이 낮아졌다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였다.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이후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강을 형성하기도 했다. 한국갤럽 2024년 1월 9~11일 차기 정치지도자 조사에서 22%의 지지율을 획득했는데, 23%를 기록한 이재명 대표와 불과 1%포인트 차이였다. 총선이 한창이던 2024년 3월 5~7일 한국갤럽 같은 조사에서 한 전 대표는 24%로 이재명 대표 23%를 1%포인트 차이로 앞서기도 했다.

    총선 참패로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사퇴한 뒤에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국갤럽 2024년 5월 7~9일 조사에서는 17%로 떨어졌다. 여전히 보수 대선주자 중에서는 1위였지만, 23%를 기록한 이재명 대표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7·23 전당대회로 당대표에 오른 후에도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갤럽 9월 4주차 조사에서는 15%, 11월 1주차 조사에서는 14%, 12월 1주차 조사에서는 11%를 기록했다. 당대표직 유지 때에는 그나마 10%대를 유지하면서 보수 대선주자 1위를 기록했지만 대표 사퇴 이후 지지율은 급락했다. 한국갤럽 2024년 12월 17~19일 조사에서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5%로 뚝 떨어졌다.

    더욱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동률을 기록하면서 보수 대선주자 공동 2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최근 탄핵 국면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추월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갤럽 1월 7일~9 조사에서 김 장관은 8%를 기록하며 보수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섰다. 한 전 대표는 6%로 5%를 기록한 홍 시장에게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다(이상의 한국갤럽 조사는 모두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지지율 24%로 이재명 대표와 쌍벽을 이룬 것이 불과 10개월 전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 자릿수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말았으니,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지지율 급락 추세가 빠른 복귀를 촉진하지 않았을까 한다. 무엇보다 조기에 양강 구도를 재현하고 싶을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대선 본선 후보는 이재명 대표다. 그의 맞대결 상대로 빨리 부상하지 못하면, 국민의힘 내부 경선을 통과하기 힘들다. 대표 사퇴 과정에서 여당 주류 친윤계의 부정적 인식이 더 커지기도 했다. 이제는 당대표로서 누렸던 조직적 뒷받침도 기대하기 어렵다.

    친한계도 약해졌다

    한 전 대표는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당시 초선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이후 그는 친한계 핵심으로 활동하며 총선 당시 윤한 갈등 와중에는 ‘호위무사’ 또는 ‘솔메이트’로까지 불렸다. 그는 지난해 전당대회 때 한 전 대표와 동반 출마해 수석최고위원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 최고위원을 사퇴하면서 ‘한동훈 지도부’ 붕괴에 앞장섰다. 한동훈 지도부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친한계는 장동혁·진종오 2명뿐으로 친윤계 김재원·인요한·김민전 3명보다 적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그만두면 최고위원회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끝까지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전격 사퇴한 것이 바로 장 의원이다.

    1호 친한계 장동혁 의원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불통도 거론된다. 특수부 검사 시절 습관인지 엘리트주의의 한 발현인지 모르겠지만, 한 전 대표도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측근들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중대 결정을 내린다는 후문이다. 갈라선 이후 장 의원은 친한계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친윤계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정치인들과 만찬을 했다. 당시 22명이 함께했다. 그런데 최근 친한계 텔레그램 단체방 ‘시작2’에 참여한 친한계 숫자는 16명으로 알려진다. 장동혁 의원 이외에도 추가 이탈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다시 함께하기로 했지만, 이들의 응집력이 얼마나 강한지도 의문이다. 대표 시절에는 그나마 나눠줄 자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사라진 상태다.

    한 전 대표가 조기 복귀를 선택한 이유 중에는 ‘당원 조직’ 타이밍을 놓치고 싶지 않은 심리도 작용할 것이다. 당원 조직은 지지율 상승에 필수적이면서 당내 경선 승리에 필수적이다. 중간 조직책에 해당하는 친한계 현역 국회의원 숫자가 적기 때문에, 더 그런 필요성이 존재한다. 참고로 한 전 대표는 지지율 63%로 당선됐다. 당시 당원 의사 반영 비율은 80%였다. 한 전 대표에게는 9만 명을 웃도는 팬클럽 ‘위니후니’도 있다.

    아무나 비상대책위원장 또는 대표를 하는 게 아니다. 그 귀한 기회를 두 차례나 가졌지만, 한 전 대표의 정치력에는 의문이 늘 따라붙었다. 정치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정무적 판단력이다. 정치판 전체를 읽고 매 순간 최상의 선택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가능해야 중대 국면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나를 위한 결단이자 지지층을 위한 결단이고, 자신이 속한 정당은 물론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결단이다.

    정치력도 의문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비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비대위원장 당시 한 전 대표는 어떤 결단을 내렸을까. 총선 국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문제가 악재로 부상했을 때, 측근 김경률 전 비대위원을 내세워 압박을 시도했지만 싱겁게 화해의 길을 택했다. 친윤 공천을 막아내고 쇄신 공천을 해야 승산이 높았지만 이 또한 관철해 내지 못했다. 결국 자기도 몇 명 꽂아 넣는 선에서 타협하고 말았다.

    대표 당시에는 또 어떤 결단을 내렸을까. 가장 눈에 띄는 결단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위법과 위헌이라고 지적하며 친한계 의원들을 이끌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해제 결의안 통과에 힘을 실은 일이다. 그런데 이후 범야권이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반대 당론을 정하도록 방관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본인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하자 그 제안을 덥석 수용하기도 했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회동한 뒤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결국 위헌이고 소통령 행세라는 지적이 나오자 슬그머니 물러서고 말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 처리된 직후 열린 의총에서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내가 계엄을 했습니까? 내가 탄핵 투표를 했습니까?”라고 항변했다. 탄핵소추안 2차 표결 당시 친한계로 하여금 찬성을 하도록 한 것에 대해 공격이 이어지자 면피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찬성표를 던진 친한계 국회의원들은 그 무책임함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그 직후 장동혁 전 최고위원이 사퇴한 것도 그런 점에서 우연이 아니다.



    차별화도 난망이다

    지난해 총선 직전 국정 수행 지지율이 높았다면, 윤 대통령은 한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패배가 확실했기 때문에 범보수 진영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한 전 대표를 활용해야만 했다. 한 전 대표의 기용 이후 민주당 내 공천 논란이 더해지면서, 한때 총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기도 했다. 그때 터진 것이 바로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사건이다. 확실하게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만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당 내외에서 나왔지만, 한 전 대표는 봉합을 택했다.

    총선 3개월 뒤에 진행된 전당대회 때 윤 대통령이 친윤계 후보를 지지하는 속에서도 한 전 대표는 복귀에 성공했다. 이때까지도 한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패싱’했지만, 기대감은 유지됐다. 하지만 비상계엄 직후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기류가 달라졌다. 비상계엄 반대의 연장선에서 탄핵소추안 1차 표결 찬성으로 차별화의 끝판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날린 셈이다.

    이제 남은 기회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됐을 때뿐이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직후 내린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한계 일부가 탄핵소추안 가결에 투표한 것도 마찬가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명분 삼아 재기를 노리는 것, 그것이 바로 기회라는 뜻이다. 차별화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국민의힘도 후보를 내야 한다. 이것도 기회다.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수 대선주자 중에서는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여기는 친윤계 의원들도 탄핵 인용 이후에는 제 살길을 찾으려들 것이다. 그때 끌어당기면 친한계 규모를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한 전 대표가 만약에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이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해내지 못한 법치주의의 구현일까. 당면한 경제난의 극복일까. 아니면 청년실업, 초저출산, 인구절벽, 지방소멸, 미래산업, 기후위기 등의 문제 해결일까. 솔직히 법치주의 구현 이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식 법치주의 말고, 한동훈식 법치주의 말이다.

    국정관은 희미하다

    비상계엄 선포로 법치주의를 오히려 훼손한 윤 대통령이다. 여기에 실망한 국민이 또다시 특수부 검사 출신 그것도 윤석열 사단 인물을 택하려면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다. 결국 구체적으로 이런저런 점에서 윤 대통령과 다른 법치주의를 선보이려 한다는 설명이 필요한데, 그것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국정관과 관련해 한 전 대표가 그 나름의 비전을 설파한 적은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에서다. 당시 거의 대선 출마 선언문 형식으로 작성했는데 세 가지를 공약했다. 첫째,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 둘째, 보수 정치를 재건하고 혁신하겠다. 셋째,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겠다. 세 번째 공약 내용 가운데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I 시대를 맞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향후 몇 년 안에 전력 소비량이 엄청나게 폭증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앞으로 5년, 10년을 바라보고 바로 지금 대비해야 합니다. 정치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송전망을 파격적으로 증설하고 소형모듈원전 등을 도입해 전기 발전량을 확보하여 풍부하고 저렴한 전력을 기업들과 연구소, 대학들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유치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전력이 부족한 것도 맞지만, 이것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완결성이 떨어지고 구체성도 떨어진다. 이것을 보면서 한 전 대표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대선 출마 선언문 형태로 작성했다. 비교 차원에서 일부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인공지능(AI) 로봇이 대부분의 생산을 담당하고 극단적 양극화가 진행되는 세상입니다. 모두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고 적정한 소비를 유지하지 못하면 과학기술 기반의 높은 생산성이 오히려 경제체제와 우리 공동체 존속을 위협할 것입니다. 과학기술 중심의 신문명 사회로 변모하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이 위기를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합니다. 소득, 주거, 금융, 의료, 교육, 에너지, 통신 등 국민의 기본적 삶을 국가 공동체가 함께 보장하고 일정한 소비를 유지함으로써 경제 선순환과 지속 성장을 유지하고, 구성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오랫동안 기본소득을 주장해 왔다. 지난 대선 때부터는 기본 시리즈로 이를 발전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기본사회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논리적 일관성을 많이 갖췄고 배경 설명에 설득력도 더해졌다. 이 대표의 국정관이 80점이라면, 한 전 대표의 국정관은 20점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을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 쇼도 부족하다

    지난해 총선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팬을 이끌고 다녔다. 특히 시장에 가면 사람들에게 에워싸이곤 했고, 한 전 대표는 셀카 촬영을 즐기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 장면은 경동시장에서 구입한 생닭을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두 팔로 들어 올린 것이었다. 또 다른 장면은 윤 대통령에게 ‘쌍팔년도’를 연상케 하는 90도 인사를 한 것이었다. 당시 보수 세력은 역시 ‘정치 쇼’에 무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전 대표는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외모는 물론 의상 심지어 어투에까지 그 나름의 패션을 부여하려고 애쓴다. 검사 시절부터 특별히 관리해 온 결과라는 진단이다. 그때부터 정치에 꿈을 가진 탓이 아닌가 하는데 정치권 진입 뒤에는 기획사가 붙어서 관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에 기획사가 붙었다면 정치 감각은 좀 떨어지는 곳이 아닌가 한다. 이와 관련해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3류 기획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어법도 특이하다. 마치 공소장을 암기해 읽듯이 또박또박 말한다. 논리적이다. 기자들이 받아쓰기에 딱 적당하다. 그런데 너무 딱딱하다. 완결성을 과도하게 추구한 나머지 억지 연결도 없지 않다. 무조건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하는 듯하다. 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일단 반문하고 보는 습관도 있다. 마치 인공지능 로봇을 보는 느낌이다. 부자연스럽다.

    당연히 수용도가 떨어진다. 한참 곱씹어 봐야 한다. 대중 정치인의 어법이 아닌 것이다. 불가피하게 정치 쇼를 벌여야 할 때 가장 중요한 수단은 말이다. 논리적으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반문이라는 오류가 상시 발생하는 어법으로는 정치 쇼도 벌이기 어렵다.

    신동아 2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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