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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한중일 공동시장 씨앗 뿌려 번영과 평화 꽃피우자

동북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제언

  • 글: 김세원 서울대 명예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caeonek@snu.ac.kr

한중일 공동시장 씨앗 뿌려 번영과 평화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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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북아는 미국, EU와 함께 세계 경제에서 3대 성장축(growth pole)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동북아 경제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이제까지 양대 경제권이 주도해온 세계경제는 3대 경제권으로
  • 나누어짐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통해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동북아 공동시장은 이러한 대변혁의 초석을 놓게 될 것이다.
한중일 공동시장 씨앗 뿌려 번영과 평화 꽃피우자

2003년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왼쪽),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손을 맞잡고 있다.

‘동북아시대’라는 용어는 1990년대 초를 전후(前後)해서 등장했다. 물론 이보다 먼저 아시아·태평양, 환태평양, 동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 등 특정 지역 명칭과 함께 자주 ‘시대’ ‘공동체’ ‘공동시장’ 또는 ‘협의체’와 같은 단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이러한 용어들이 탄생한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이 지역의 급속한 경제적 부상(浮上)을 들 수 있다. 일본에 뒤이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잠재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이러한 흐름에 합세하면서 동북아시대는 현실감을 더하게 되었다. 한국, 중국 및 일본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은 경제 규모, 보유 자원, 경제 역동성, 역내 거래규모 등에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충분히 견줄 수 있는 경제권이라는 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시대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구체적인 실체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동북아시대를 실현할 수 있으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련국들 내에서도 체계적인 토론이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현을 국정목표의 하나로 내걸었으며, 이 목표를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금융 및 물류거점 구축, 외국인 투자유치 그리고 역내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등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 후 이 위원회는 2004년 6월 동북아시대위원회로 확대, 개편되었다. 그 이유는 동북아정책의 목표인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려면 활동 영역을 경제적인 면에만 국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설립취지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 및 주변 4강국과의 협력외교를 비롯한 군사 안보협력적 기반을 동시에 확립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북핵문제와 같이 새롭게 불거진 군사 외교문제가 동북아 관계에서 핵심현안 중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또 동북아 내 사회문화교류를 포함하는 폭넓은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이 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물론 동북아 정책의 취지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비전, 접근 및 추진방법 등을 보면 현재의 방식은 재고해야 할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이 위원회가 추진하는 과제들이 앞에서 지적한 내용들이라면 구태여 ‘동북아’라는 별도의 명칭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경제적인 면에서 특화산업의 개발, 산업경쟁력 제고, 사회간접시설 확충 및 에너지 협력 등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일반적 과제이며, 외교·안보정책 역시 그 대상이 동북아 국가들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통합 돌파구로 외교현안 해결을

동북아시대는 최근 (경제적) 지역주의가 유행처럼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방향이 좀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쉽게 풀기 어려운 외교·안보 현안을 해결한 후에, 아니면 이러한 노력과 병행하여 동북아 시장통합을 시도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그 전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중일 경제공동체를 추진하는 한편, 이 테두리 내에서 동북아 내 정치·군사적인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실리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기능주의적(neo-functionalist) 접근과 같은, EU에 의한 유럽통합의 발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접근법은 경제통합을 우선 실현함으로써 유럽국가들이 시장 확대에 따르는 경제적 이득도 얻고 동시에 정치통합의 기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50여년 동안 꾸준하게 시장통합을 추진하면서 유럽은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였고 이를 통해 이미 하나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동북아지역은 지역주의의 물결에서 예외였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만 하더라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 이어 싱가포르와 FTA협상을 마감했으며 일본과는 비슷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한국-아세안(ASEAN) 국가간 FTA 협상을 2006년까지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 일본도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상을 비롯한 FT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한중일 3국은 모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호 경제교류를 많이 실현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FTA 대상국을 주로 아세안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11월 말 ‘아세안+한중일(ASEAN+3)’정상회의에서 장기적으로 동아시아공동체(EAC)의 설립을 추구한다는 데에 합의했고, 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일 정상회의는 ‘14개항 행동전략’을 채택했지만 그 내용은 경제 각 부문에 걸쳐 협력을 강화한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는 한-중, 또는 중-일 FTA가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북핵문제, 남북한 관계 및 중-일의 미묘한 외교관계 등 주로 이 지역에 산재한 외교·안보 현안들 때문이다. 그러나 순서를 바꾸어 경제통합이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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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세원 서울대 명예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caeone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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