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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눈에 비친 한나라당의 속살

‘휴대전화 문자질’에 바쁜 심사위원, 술자리서 ‘동문’ 챙기는 간부

  • 박미옥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4학년

대학생 눈에 비친 한나라당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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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가 주최한 대학생정치스피치대회에서 원내대표상(금상)을 받은 팀의 학생이 ‘한나라당과의 직접 접촉’에서 느낀 소감을 보내왔다. 젊은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보다는 언론사 카메라에 보여주기를 우선하는 ‘이벤트 마인드’와 일부 당직자들의 구태를 향해 날리는 비판이 날카롭다.
대학생 눈에 비친 한나라당의 속살
‘한나라당’ 하면 무엇부터 떠오르는가. 국회에서 죽기 살기로 주먹다짐을 해대는 난장판의 이미지나 ‘수구꼴통’ 집단이라는 인상이 떠오른다면 발칙한 표현일까. 물론 이는 한나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되든 집안싸움에 급급한 정치인의 행태는 누구에게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 한나라당에서 20대 대학생들의 따끔한 정치충고를 듣겠다며 정치스피치대회를 개최했다. 대학생 주체의 ‘블루엔진’이라는 인터넷 정당이 주관하고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가 주최해 2006년 9월27일 열린 제1회 대학생스피치대회이다. 일부에서는 대선을 목적으로 20대층의 표몰이를 시도하려는 이벤트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일단 대학생들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1차 예선은 3쪽가량의 한국정치에 대한 칼럼 심사로 진행됐고 2차 본선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스피치로 이뤄졌다.

본선에 진출한 20개 팀은 한나라당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수구꼴통 NO, 한나라당 YES’ ‘젊은 보수가 보는 한국의 보수’ ‘패러다임의 변화’ ‘한미 FTA, 위협인가 기회인가’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가야 할 길’ ‘국고보조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정치발전을 위한 한나라당의 역할’…. 다양한 주제와 관점의 스피치가 쏟아지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식은땀을 흘리는 듯했다.

특히 ‘수구꼴통 NO, 한나라당 YES’라는 주제로 나온 첫 번째 팀은 시작과 동시에 “한나라당은 수구꼴통 집단이다”를 외치면서 20대층의 지지가 없는 한나라당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원숙한 중년신사의 당으로서 상식적인 모습으로 국민을 찾아가는 당이 되어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속 시원한 열변이었다. 참가자 중에는 갓 스물의 새내기도 있었다.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없었던 것뿐임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정치를 움직이는 건 인맥이라고?

대회를 주관한 ‘블루엔진’이라는 대학생단체가 한나라당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젊은이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아무 대가 없이 단순히 좋아서 한다는 순수한 열정이 있었기에 대회가 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 외에도 대학생들과 연계된 ‘수요정치모임’이나 ‘정치아카데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한나라당과 한국정치 전반에 대한 비판과 정치적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려 애쓰는 자세는 높이 살 만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나라당에 들어가 맛본 실망과 좌절은 한나라당에 대해 품었던 희망만큼이나 컸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해서 주변의 오해를 사거나 ‘왕따’를 감수해야 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젊은이들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였다.

짧은 접촉으로 한나라당의 전부를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를 통해 살펴본 한나라당은 분명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비판을 귀담아 듣겠다던 국회의원이 바쁜 일정을 이유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은 기본이었다. 심사 중에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대회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구색 맞추기, 얼굴 내밀기 같은 단어들을 떠올린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한국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듣고 함께 토론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 참가자로서 실망스러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대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은 이러한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줬다. 정치를 움직이는 것이 인맥이라고 토로하던 한 국회 간부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듣고보니, 목청껏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회 참가자들의 스피치는 실상 쇠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거라면 이번 대회는 보여주기식 ‘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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