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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촛불의 나라

작가 이외수가 본 요즘 세상

“콘크리안들아, 어거지안들아 제발 잔머리 좀 그만 굴려라”

  • 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작가 이외수가 본 요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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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가 본 요즘 세상
스튜디오처럼 생긴 그의 집에는 큰 거실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식사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차 마시는 곳이다. 가지런히 놓인 차 도구 뒤에 사람만한 붓대가 걸려 있다. 우선 거기에 달린 붓의 정체부터 물었다.

“새의 깃털로 만들어져 ‘익필’이라 이름 지었어요. 박경수라는 분이 개발했는데 사용자가 없어서 특허가 안 났었거든. 그 사람이 주기에 써봤는데 아주 독특해요. 그래서 개인전도 열고 했죠. 나 덕분에 특허 냈다고 들었어요. ‘무심필’이란 이름도 지었는데, 무심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려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먹을 잔뜩 묻혀 그리려고 해도 붓이 제멋대로 움직이거든요. 저놈이 아주 겁납니다. 저걸로 몇 년을 그렸는데, 정신을 하도 집중했더니 어금니 네 대 빠지고 뒤통수 다 하얘지고 그랬어요. 지금은 오디 먹고 다시 까매졌지만(웃음).”

그렇게 그린 그림 45점을 한데 모아 경북 포항에서 전시회를 연단다. 주제는 ‘한 소리로 한 하늘을 깨트리다’. 팸플릿이 시야에 들어왔다. 익살스럽게 생긴 메기, 새…그를 닮았다.

‘악질 미국과 야비한 정부’

산신령처럼 보이지만 이외수도 실상은 생활인이다. 그것도 깡이 아주 센. 장발단속에 걸렸을 때도 ‘옆머리는 귀를 덮지 말아야 한다니까 귀를 자르면 되고, 뒷머리는 상의 칼라를 덮지 말아야 한다니까 상의 칼라를 자르면 되겠지요. 이런 개떡 같은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아요. 그 가위 이리 주세요’(‘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중에서)라고 했다. 날이 서 푸르기까지 한 기세. 그런 그가 촛불집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촛불집회에는 순수한 쪽이 많아요. 자기 목적 달성하려는 이도 있지만, 아이 데리고 나온 엄마들 같은 평화적인 열망을 간직한 사람이 많습니다. 촛불집회는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표현이에요. 그러니 불순분자라고 몰아붙이며 강공 일변도로 진압해선 안 됩니다. 이건 ‘국민 열망의 표현’이지 국가 전복을 위한 투쟁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부는 국민 안위를 생각해서 사과하고, 국민 요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진심으로 생각하고 또 말해야 해요.”

그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생각을 밝혀 놓았다.

‘빌어먹을 색깔론이나 불순분자 배후조종설 따위로 아직도 물타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콘크리안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에는 60이 넘게 인생을 살아온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물론 그중에는 소수의 불순분자도 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토록 많은 대중이 주관도 없이 불순분자들의 선동에 감화되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까.’

그는 “지금 방식을 고수하는 한 정부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콘크리안’임을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만든 단어인 ‘콘크리안’은 21세기에도 1960, 70년대 방식의 색깔론을 밀어붙이고, 빨갱이가 국가를 전복한다고 여기는 ‘뇌가 응고된 사람들’을 뜻한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넌 달관한 게 아니고 무식한 거야. 하룻밤 저 달이 지고 나면 제 목숨 다하는 줄도 모르고 춤만 추는 하루살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문구가 있다. 그에게 물었다. “혹 그 ‘하루살이’가 대통령이냐”고. 당당하던 그는 이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대신 “시위가 일어난 건 단순히 쇠고기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꼬리를 돌렸다.

“민영화, 영어몰입식 교육, 대운하 같은 걸 추진한다기에 불만이 컸던 국민들이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서 너무나 쉽게 검역한다고 하니까 폭발한 겁니다. 생활 전반에 걸쳐서 ‘센서’를 장착하지 않는 이상 그런 소를 먹을 수밖에 없으니 거리로 뛰쳐나온 거죠.”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한 이유도 덧붙였다. 느슨해 보이던 그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덕분에 생물공부도 꽤 했다.

“정치적으로 조종당하는 과학자말고 순수한 과학자들은 위험하게 보고 있잖아요. 소뼈를 자르다 돼지까지 자르면 프리온이 거기로 옮겨간다는 것도 이미 상식이 됐고. 어떤 사람은 끓여먹으면 되지 않느냐, 안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또 먹지 않아도 화장품, 조미료, 분유에 함유될 게 뻔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남이지만 미국도 재고해야 합니다. 자기네 안 먹는 것을 우방에 수출하는 걸로 봐서 악질적으로까지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믿고 사인하는 사람들도 참 야비하지 않나요?”

글쟁이 문인과 정치 얘기만 나누다 보니 역시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뜬금없이, 아주 상투적으로 “이곳 생활이 어떠냐”고 물었다. “백수가 바쁘긴 뭐 바뻐”라는 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는 “바쁘다”고 했다. 요즘은 화천 지역에서 복무하는 사병들을 대상으로 ‘감성수업’을 한단다. “강의를 들은 뒤 밝은 얼굴로 돌아가는 군인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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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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